▶4월 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고성·속초·인제·강릉 지역 산불 상황실을 방문해 산불 현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강원 동해안 산불 진화·복구
‘사상 최고의 진화 작전’이었다. 최근 일어난 강원도 일대 대형 산불을 두고 하는 말이다. 4월에 발생한 고성·속초 등 강원도 대형 산불은 정부와 관계부처가 역대급 진화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13시간 만에 빠르게 진화하고 이후 신속한 피해 복구에 나서며 대형 재난 대응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불은 초속 26m가 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이 산불로 3명의 인명 피해(사망 2명, 부상 1명)와 566가구 1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여의도 면적의 9배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탔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5일 0시 20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피해지역인 고성군, 속초시, 동해시, 강릉시, 인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피해 복구에 총력을 펼쳤다.
이에 밤사이 강풍을 타고 인제, 고성·속초, 강릉과 동해까지 집어삼킨 산불을 잡기 위해 5일 모든 가용 인원과 장비가 총동원됐다. 정부와 산림당국은 날이 밝자 산불이 난 동해안 지역에 진화 헬기 59대와 진화 차량 151대, 1만 4000여 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육군 102기갑여단 소속 부대원들이 4월 8일 강원도 고성군 일대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국방부
시스템과 매뉴얼 따라 체계적으로
또 전국의 소방 차량과 산림청 헬기를 동해안 산불 지역으로 집중 배치했다. 이 규모는 단일 화재 투입으로는 사상 최대다. 밤사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번진 산불은 발빠른 진화 대처로 하루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2017년 소방청 개청 이후 소방에 관한 총력 대응 태세를 정립했기 때문이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소방 역사상 단일 화재로는 최대 규모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장비 820대와 인원 3251명을 동원해 총력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청 개청 이전에는 장·차관 보고 등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소방청 개청 이후 독자적인 상황 판단으로 더욱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처도 기민하게 이루어졌는데, 초기 발화 4시간여 만인 5일 0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의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가 대형 산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관계부처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보건복지부는 이재민구호소에 긴급복지지원 상담소를 열었고, 교육부는 휴교령과 함께 재난지역 인근 학교를 대피소로 운영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모든 상황을 시스템과 매뉴얼에 입각해서 대응해 자칫 더 크게 번질 수 있는 산불을 빠르게 진압했다. 이 결과 동해안 산불은 완진까지 13시간이 걸렸는데, 유사한 화재였던 2005년 양양 산불 진화에 걸린 32시간보다 19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시스템과 매뉴얼에 입각한 체계적인 대응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피해 확산을 줄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바로 소방관들의 헌신이다. 소방관 외에도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림청 소속 ‘산불특수진화대’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소방관들은 산불이 발생한 경우 산 인근 민가와 낮은 해발부터 진화 작업을 한다. 반면 산불특수진화대는 직접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진화 작업을 펼친다. 소방차가 산속까지 들어갈 수 없기에 산불특수진화대는 40kg 무게의 중형 펌프를 들고 산속으로 들어가 산불 진화에 특화된 장비로 화마를 제압한다.
이들의 공로에 힘입어 4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6조 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산불 대응을 위한 항목이 편성되었다. 총 940억 원 규모의 예산은 산불특수진화대 인력 확대와 개인 진화장비 보강 등에 사용할 예정으로, 아직도 보완 사항은 많지만 다소나마 소방인력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소방관의 국가직화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논의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피해 지역·주민 지원도 적극적
화재 진화 이후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5월 7일부터는 강원도 산불 이재민을 위한 임시 조립주택 입주가 시작되었다. 옥계면 천남리는 이재민 3가구가 이미 입주를 마쳤는데,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이재민 566가구 중 임시 조립주택 거주를 희망하는 가구는 약 340가구다.
임시 조립주택은 이재민에게 1년간 무상으로 지원하며 1년 연장도 가능한데, 정부는 이재민 조립주택 지원사업을 피해복구 계획이 확정되기 전인 4월 11일부터 시작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 후 추진하는 사례에 비하면 상당히 빠르게 추진된 경우다.
배진환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장은 “피해복구 계획을 마련하고 중대본 심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이나, 이 경우 이재민들의 입주 시기가 늦어져서 빠른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과 피해지역에 선호 품종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피해지역 종합소득세 납부기한을 연기하는 등 세제와 금융지원도 진행 중이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앞으로 농사철에 사용하는 농기구는 물론 임시 주택에 필요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여러 가전제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달 보름이 지난 현재, 아직도 화염의 흔적은 남았지만 주민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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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