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2022.08.01 최신호 보기





커다랗고 작은
글·그림 윤미경
키큰도토리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커다랗고 환한 달과 작은 소녀가 그려진 따뜻한 색감의 표지를 보고 안을 들여다보니 역시 파스텔 톤의 알록달록한 그림이 채워져 있었다. 예쁜 그림을 따라 읽어 보니 예전 어릴 때가 생각났다.
어린 소녀가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즐겁게 지내던 정든 초등학교를 떠나 도시로 전학을 간다. 낯선 도시에서 전과 달리 바쁘게 생활하느라 꿈을 잃은 소녀는 걱정과 슬픔에 쌓여 지내다가 문득 옛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옛 학교를 찾아간 소녀는 어느새 작게만 보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그네를 타며 하늘을 향해 날게 된다는 이야기!
이 책을 읽고 왜 옛날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초등학교 6학년 가을 이사를 했다. 살던 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였지만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냥 버스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졸업을 했고, 그 이후로 초등학교에 다시 갈 일은 없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서른 살 무렵,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아직도 옛날 그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친구를 만나러 집으로 가던 길에 보이는 초등학교! 난 가던 길을 멈추고 학교에 들어가 봤다. 이리저리 돌아보던 중 예전에는 그렇게 높아 보였던 놀이기구가 눈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이렇게 작았었나? 나는 새삼 놀랐다. 그때는 엄청 커다랗게 느껴졌는데! 내가 그만큼 커서 그런 거겠지?
이 책을 보고 옛 생각이 난 것은 아마도 그때의 느낌을 이 책이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어릴 적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한참을 추억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이력을 살펴봤더니 역시 아버지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학교를 놀이터 삼아 놀았다고 한다. 그때 그렇게 커 보였던 학교가 다시 어른이 되어 찾아가 보니 작게 보이더란 이야기. 그 기억을 살려 이 책을 지었단다. 어쩐지 작가와 같은 경험을 한 것 같아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했다.
흔히들 그림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책은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어린이가 독자 대상인 그림책이라 해도 그 책을 읽는 사람은 나이에 따라, 또는 경험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가질 것이다. 따뜻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엉뚱한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관점으로 책을 읽을 것이고 어른은 어른의 관점으로 책을 읽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옛 생각을 떠올리고 거기서 위로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김연옥·독서습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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