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권질서 변화 경제 넘어 군사안보까지 심화”

2022.07.03 최신호 보기



최인아 대외경제정책연 연구위원 인터뷰
나토 정상회의 첫 참석 의미와 과제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정치와 군사안보, 경제 시스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선 길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짧게는 1980년대 말 냉전 종식 이후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며 형성된 범인류적인 공감대, 즉 ‘영구 평화’가 허물어지며 힘과 힘이 맞붙는 정글의 시대에 재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초청된 것은 거대한 세계사적 물줄기 변화 속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나토가 서방 세계의 ‘군사동맹’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영역에 더 중심을 두고 세계 패권질서에 변화가 일었던 점을 염두에 두면 최근의 상황은 이런 변화가 경제를 넘어 정치와 군사안보 영역까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이번 나토 확대정상회의 참석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맥락에서 <공감>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변화를 연구해온 최인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나토의 행보를 볼 때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나라가 초청된 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나토의 확대 움직임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시작이 됐다는 것이다.

“나토 확대정상회의의 추동력은 자국 우선주의”
최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나토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2020년 11월 발표된 ‘나토 2030 비전’(NATO 2030: United for a New Era)을 그 예로 짚었다.
이 비전은 유럽의 안보 위협 요소 중 하나로 러시아는 물론 중국을 상정하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가 ‘개방되고 민주적인 사회’의 지속과 ‘규칙 기반’(rules-based)의 국제 질서를 위협한다는 판단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이 규칙 기반 질서에 도전하는 것을 서방 세계가 더욱 심각히 인식하게 한 사건”이라며 “나토로선 민주주의와 국제규범을 지지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 강화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확장을 향한 나토의 구체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예로 2022년 4월 개최된 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청했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다시 세계 패권질서가 새로운 블록화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소련(현 러시아)을 중심으로한 사회주의권 블록과 미국이 중심에 선 자본주의권 블록의 재림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이후 뚜렷해진 ‘자국 우선주의’ 흐름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겉으로는 블록화가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해당 블록 자체가 개별 국가 이익의 각축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각 차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도 미국과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의 연장선상이며 이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세력 늘리기를 추진하면서 블록화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블록화 흐름의 추동력을 심화하는 자국 중심주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중에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들도 자국의 실리를 고려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자국 실리에 따른 블록화 움직임의 구체적 사례로 2021년 9월 출범한 오커스(AUKUS, 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를 제시했다. 미국·영국·호주의 3자 외교안보협의체를 가리키는 오커스는 미국이 호주에 고농축 우라늄을 제공해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협의체다.
최 연구위원은 “오커스는 미국 주도가 아닌 호주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호주는 2020년부터 중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을 모색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에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 전수 가능성을 타진한 끝에 오커스가 출범하게 됐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원칙 있는 일관성 갖춘 행보가 국익 지키는 길
실리와 블록화가 함께 전개되는 이런 상황에서 그간 ‘전략적 모호성’이란 개념 속에 대외 전략을 세웠던 우리나라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편가르기가 심화될수록 이런 전략은 입지가 줄어들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원칙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행보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은 원래 이런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원칙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편적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규칙과 규범에 의한 질서 확립, 무력 사용은 반대하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국제법 준수,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 증진 등을 예로 들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보다 규칙·규범에 근거한 질서 속에서 성장했으며 힘에 좌우되는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규칙 기반’ 질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소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인”이라며 “유사한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등 일련의 정상외교에서 보편적 원칙과 그에 따른 일관적 행보를 해야 미국에는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행보가 대중 견제 동참의 의도가 아닌 우리의 국익과 원칙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점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그때 그때의 상황 논리에 기반한 결정이 아닌 유사 사안에 대한 일관성 있는 결정과 행보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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