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 인터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가중과 이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 국면,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 등으로 우리의 안보 선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반도와 주변 세력 간의 역학 관계는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정치력과 군사력 등에서 미·중·일·러 등 주변국보다 열세한 상황에서 외교만으로 현재의 위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제질서 전환기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은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과 같다”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 전쟁 양상의 패러다임(체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한 파괴와 살상이었다면 대량자료(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첨단 전략무기 체계 중심으로 재편할 때가 닥쳤다는 것이다.
정춘일 부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경선 후보 시절부터 국방공약 입안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국방혁신 4.0’을 세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제2 창군’을 내건 국방혁신 4.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민간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국방 연구개발(R&D) 민관협력(거버넌스)을 강화하고 군·산·학·연 융합형 소요 기획 및 연구개발 체계 구축 등 방위산업의 재설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이 재래식 군비경쟁을 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국방력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조차 장담하지 못한다. 정 부소장은 “1960년대부터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 북한의 전력이 위협적인 수준까지 도달한 만큼 북의 핵무기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 즉 한국형 상쇄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육군 제35보병사단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가족 동반 신병수료식을 6월 15일 재개했다. | 연합
과학기술 강군을 향한 ‘국방혁신 4.0’
“윤석열정부가 국방혁신 4.0을 통해 미래전에 대비한 전쟁 수행 개념과 군사전략을 발전시키고 첨단 과학기술 성과를 활용한 첨단 전력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현행 병력의 양적 규모에 기반을 둔 대규모 군 구조를 전력의 질을 강화한 정예 군 구조로 전환한다면 성과가 더 극대화할 겁니다.”
지난 정부까지 목표 병력 50만 명이었지만 인구절벽과 고령화 심화로 30만~40만 명 채우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 도달했다. 병력이 감소한 만큼 무기체계도 바꿔야 한다. “무인기(드론), 로봇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로 재편이 시급합니다. 우리 상황에 맞는 합성훈련환경(STE)을 구축하고 예비군훈련도 과학적 훈련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20~30년 미래를 대비한 전력 증강 공정(프로세스) 구축 등 국방을 재편하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습니다.”
현행 지상작전사령부-군단-사단-여단-대대로 구성된 군대의 구조와 병영 훈련체계도 첨단무기체계 재편과 맞물려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를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의 발전을 접목한 과학적 훈련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 부소장은 “병력 감축 상황에서 무기체계 재편만큼 훈련체계 개편도 중요하다”며 “게임에 능숙한 MZ세대를 감안해 스크린골프처럼 하는 과학적 전술훈련체계를 통해 일상적으로 전투 지식과 행동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 위한 병영 문화 및 환경 개선 시급
국방혁신 4.0이 20~30년 후의 미래를 위한 전략인 반면에 병영 환경 개선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고려한 의식주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주는 대로 먹고 옷에 몸을 맞춘다’는 과거의 획일화를 고수하는 사고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군복, 군화 등 장비의 고급화도 추진해야 하죠.”
윤석열정부는 병영 문화와 환경 개선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정 부소장은 “부실 급식 문제가 최근까지 불거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장병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기호에 맞는 식단 개선과 영양 공급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장병들을 위한 내무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정 부소장은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내무반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권과 사생활 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칸막이 설치 등 물리적 환경 개선과 함께 생명 존중 의식이 병영 문화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의 리더십에 생명 존중 사상을 포함시키고 장병들의 건강과 각종 사고, 전투 등 급박한 상황에 대비한 응급 후송 및 치료 체계 보강도 시급하다. 정 부소장은 “총기 사고가 일어나면 후송-치료 체계가 신속히 작동해야 한다”며 “중증 외상 장병을 전담할 인력 양성과 동시에 국군 외상센터를 단계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에서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 실현을 제시했다.
정 부소장은 “20대 청년에게 1년 6개월여의 경력 공백은 상당한 손실이다”라며 “온라인과 원격학습을 활용한 학점 제휴 및 이수제, 진학 및 자격증 취득 기회를 늘려 군대가 경력 박탈이 아닌 자기 계발 실현을 돕는 기회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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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