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선암사에 있는 승선교 아래로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승선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
2018년 6월 바레인 마나마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의 사찰 7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하 산사)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문화유산이었다. 산사(山寺)는 한자어 그대로 ‘산속에 있는 절’을 가리킨다. 이들 사찰은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다.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사찰로 영주 부석사를 꼽았다. 그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유 석좌교수는 “부석사에 가면 ‘그렇구나!’ 하게 돼 있다”며 “소백산맥 전체가 사찰의 정원인 양 넓게 펼쳐지는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경관, 그것이 산지 승원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를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경. 통도사는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보 사찰이다.│ 문화재청
역사성과 시대의 문화적 정체성 내포
사찰 7곳으로 구성된 연속 유산인 산사는 7~9세기 창건돼 오늘까지도 법통이 이어오는 우리나라의 대표 천년고찰이다. 우리나라 사찰은 역사성과 시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많이 내포한 공간이다. 국가지정문화재 65%가 불교 문화 유산인 이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진정성, 완전성, 보편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산사 역시 우리나라 불교의 깊고 오랜 역사성을 간직하면서도 오늘날까지도 스님과 신도의 신앙생활 공간이자 스님의 수행 공간으로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사찰 건축의 공간 배치도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찰 7곳을 간단히 살펴보자. 양산 통도사는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보 사찰이다. 부처의 진신사리(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어 불보사찰이라고도 한다. 대웅전은 내부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참배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웅전 바로 뒤에 있는 금강계단이란 의례 공간 때문이다.
이곳에 바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여기서 계를 받는다는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통도사는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로전에서 중로전, 상로전으로 올라가는 경로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영주 부석사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최순우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인지도가 높아진 사찰이다.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는 최순우의 표현 이상으로는 부석사를 온전히 설명할 길이 없다. 유홍준의 말대로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수려한 경관이야말로 부석사의 백미다.
의상대사 제자인 능인대사가 지은 안동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이 있는 사찰이다. 임진왜란에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아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해남 대흥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서 호국불교의 전통을 세운 서산대사의 뜻을 받든 사찰로 매년 서산대사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서산대제가 거행된다.
올 여름 휴가로 산사 투어 떠나보길
순천 선암사는 ‘선암사의 봄’이란 말이 친숙한 사찰이다. 매년 봄이면 선암사를 수놓는 수십 그루의 매화나무, 즉 선암매가 짙은 봄향기를 풍긴다. 선암사는 스님의 수행과 일상생활이 일체돼 노동이 수행의 과정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여러 수행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ㅁ’자 건물이 많다.
선암사에는 ‘가장 아름다운’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장소가 많다. 선암사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가다 나오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 승선교가 그렇고, 해우소 역시 볼일이 없어도 한 번쯤 들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측간’으로 꼽힌다.
공주 마곡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으로 구성된 지형 경관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예부터 불화를 그리는 스님의 전통이 살아 있다. 보은 법주사는 미륵 신앙의 전당으로 국가지정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찰이다. 목조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탑으로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자 유일한 5층 목조탑이다.
사실 이 짧은 지면에 천년고찰 7곳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애초 무리한 시도였을지 모르겠다. 올 여름 휴가는 우리나라의 산사 투어를 떠나보길 추천한다.
김정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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