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성보는 강화도 호국돈대길 중에서도 가장 여유로운 풍광을 품고 있다. 용두돈대-손돌목 등대로 향하는 솔숲길은 수목원이 부럽지 않다.
인천 강화도 ‘강화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
초여름, 햇살은 제법 따갑지만 그늘 안에 들어서면 이내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식혀준다. 나들이에 좋은 계절이다. 더구나 코로나19도 잠잠해져 가고 있어 유명 관광지는 실컷 사람 구경을 해야 할 참이다.
수도권 인근에서 당일 걷기 여행코스를 추천하자면 인천 강화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올 들어 비무장지대(DMZ) 평화누리길이 아직 개방 전이라서 호국의 달 6월, 강화도는 그 대안지로도 괜찮은 곳이다.
경기 김포와 좁다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섬을 이루는 강화도는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만한 유적지가 곳곳에 있어 ‘역사기행’의 적지가 된다. 고려시대 삼별초가 항쟁을 벌인 갑곶부터 병인·신미양요 등 외세와 항전을 펼친 광성보~초지진에 이르기까지 염하를 따라 이어진 15km ‘돈대길’ 기행은 역사유적 답사를 겸한 걷기 코스로 그만이다.
우리 역사 속의 강화도는 ‘항쟁의 땅’이다. 고려 때는 몽고, 조선 말기에는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 열강의 단골 침탈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화도가 개경과 한양의 길목에 놓인 전략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외세가 강화도를 공격해 올 때는 대체로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좁은 물길인 염하(鹽河)를 통했다. 물살이 거센 염하 주변 방어진지를 점령하는 게 순서였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강화도는 섬 전체가 요새화 됐다. 그 중 섬 동쪽의 염하 해안에 갑곶돈대, 광성보, 용두돈대, 초지진 등 역사의 현장이 모두 자리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즈음에는 이들 염하길 따라 이어진 역사유적이 주요 나들이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맨 북쪽의 갑곶에서 남쪽 초지진 까지 구간은 강화나들길 2코스, ‘호국 돈대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 걷기길로 통한다. ‘염하길’로도 통하는 이 길을 바닷가 제방을 따라 이어지는 갈대밭이며 갯벌, 야생화 등을 감상하면서 쉬엄쉬엄 걷자면 반나절이 족히 걸린다.
길은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다. 편평한 길이 줄곧 이어진다. 여름 땡볕이 부담스럽다면 제방 안쪽으로 난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유적지를 탐방할 수도 있다.
▶갑곶돈대
염하 따라 펼쳐진 외세 침략 맞선 항쟁지
갑곶돈대~광성보
염하 해안 길 걷기 기행의 시작을 갑곶돈대(사적 제306호)로 삼는 게 좋다. 강화대교 인근의 갑곶은 고려 삼별초의 항쟁지로 유명하다. 몽고 침략군에 대항해 강화로 천도한 고려 무신정권은 강화성과 갑곶을 중심으로 39년 동안 대몽항쟁을 벌였다. 염하의 거친 물살에 수전(水戰) 경험이 없던 몽고군은 40여년 가까이 강화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
병자호란(1636) 때에도 강화도의 갑곶은 청나라의 침략에 대항하는 근거지였다. 이후 조선 말기 프랑스군이 일으킨 병인양요(1866년) 또한 갑곶 상륙을 시작으로 비롯됐다. 갑곶돈대(墩臺)에는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포격을 가하던 대포와 진지들이 잘 정비돼 있다. 요새 마당에 서면 김포를 오가는 강화대교와 서해로 향하는 빠른 물살 그리고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갑곶돈대의 또 다른 명물은 400년 수령의 탱자나무(천연기념물 제78호)다. 높이 4m,둘레가 1m에 이르는 거목이다. 탱자나무는 특유의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로 성벽 밑에 심어서 철조망과 같은 구실을 했다. 외세 침탈에 대비한 방어 수단이었던 셈이다.
갑곶돈대 남쪽 해안에는 야트막한 토성이 있다. 강화외성(사적 제452호)이다. 외성은 고려의 대몽항쟁 때 초지진까지 축조됐다. 지금은 보행전용 길이 됐다. 갑곶에서 초지진 사이의 염하 해안에는 들꽃과 들풀 그리고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져 목가적 풍광을 자아낸다. 갑곶 인근 강화역사관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근세까지 강화도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갑곶돈대에서 광성보로 향하는 길은 다양한 유적이 펼쳐진다, 더리미 선착장을 지나 용진진, 용당돈대, 화도돈대, 오두돈대 등이 줄지어 이어진다. 특히 더러미 선착장 인근에는 강화의 별미 거리 중 하나인 장어마을 음식촌이 형성돼 있다.
▶남장포대
신미양요 최대 격전지로 가장 큰 군사유적
광성보~덕진진
강화도의 돈대길 기행 중 가장 운치 있는 곳이다. 특히 우거진 솔숲길이 수목원처럼 이어져 여유로움이 물씬 풍긴다. 때문에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성보(사적 제227호)는 강화도 동쪽 해안의 군사유적 중 가장 큰 곳이자 미국이 강화도에서 일으킨 신미양요(1871) 당시 최대 격전지이다. 세 개의 돈대가 있으며 다리미 모양의 아담한 광성보돈대, 염하 쪽으로 용의 머리처럼 길게 뻗어나간 용두돈대, 광성보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한 손돌목돈대 등이 그것이다. 그중 용두돈대는 강화도의 돈대들 가운데 가장 풍광이 멋진 곳이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거칠게 흐르는 손돌목 물살과 돈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최고의 요새였음을 실감케 한다.
광성보돈대에서 용두돈대로 가는 길가에는 신미양요 당시 순국한 어재연 장군과, 어재수 형제를 기리는 쌍충비와 무명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순국무명용사비가 세워져 있다. 그 아래의 양지 녘에는 무명용사 51명을 7기의 분묘에 합장한 ‘신미순의 총’도 자리하고 있다. 광성보 입구에서 손돌목돈대를 거쳐 용두돈대까지 광성보 일원을 한 바퀴 둘러 보는데 1시간 남짓이 걸린다. 광성보에서 덕진진으로 향하는 길은 바닷가 제방이다. 갯벌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싱그러운 해풍을 맞으며 걷기에 좋은 코스가 이어진다.
▶초지진
강화도조약 불러 온 운요호사건의 배경지
덕진진~초지진
덕진진(사적 제226호)은 고려시대에 강화해협을 지키던 외성의 요충지이자,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를 보호하기 위한 12진보 중 하나다. 조선 현종 7년(1666)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해군주둔지(수영)에 속해 있던 덕진진을 덕포로 옮겼으며 숙종 5년(1679)에 용두돈대와 덕진돈대를 거느리고 덕진포대와 남장포대를 관할함으로써 강화해협에서 가장 강력한 포대로 거듭났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양헌수의 군대가 덕진진을 거쳐 정족산성으로 들어가 프랑스 군대를 격파했고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국 함대와 가장 치열한 포격전을 벌인 곳이다. 그러나 초지진에 상륙한 미국군대에 의하여 점령당하고 말았다. 1976년 성곽과 돈대를 다시 고쳐 세웠다.
덕진진에는 문루인 공조루(拱潮樓), 남장포대, 덕진돈대 그리고 대원군이 세운 해문방수비(海門防守碑)가 있다. 해문방수비에는 '바다의 문을 막고 지켜서 다른 나라의 배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라'는 글귀가 새겨 있다.
덕진진을 빠져나와 호국돈대길의 마지막 코스 초지진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좁다란 해안 산길이 이어지고 이내 갯벌이 펼쳐진다. 햇살이 잘 드는 갯골에는 칠게, 밤게, 짱뚱어 가족이 나와 오뉴월 햇살에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여유롭다. 이를 넋을 놓고 지켜보다가 갯벌 생태계 관찰이 가히 '시간 도둑'임을 실감하고 말았다.
초지진은 강화도의 동쪽 염하 해안 중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마지막 역사기행지다. 초지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초지진 앞 물살은 유독 거친데 과거 선조들의 항쟁의 시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초지진은 신미·병인양요에 이어 강화도조약을 불러 온 일본 군함 운요호사건의 배경지이다. 일본군의 강화해역 무단 침입에 초지진의 조선군이 포격을 가했고 이에 운요호에서 응사해 초지진과 포대가 완전히 파괴됐다. 이를 빌미로 일본은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약)을 체결했다.
초지진 돈대의 벽에는 아직도 그 처절했던 전투의 상흔이 남아 있다. 초지진에는 정2품송을 닮은 멋스러운 노송이 성곽 주변에 서 있고 당시의 포대와 격전에 초토화가 된 초지진의 사진물도 전시해뒀다.
여행메모
가는 길
승용차
서울시청~올림픽대로~김포한강로~김포대로~강화대교~강화역사박물관~갑곶돈대(51km, 1시간 2분소요)
*DMZ평화누리길 2022년은 아직 열지 않았다. 강화코스를 포함해 올 여름 문을 열 예정이다.
뭘 먹을까?
시래기밥
강화에서 맛볼 수 있는 웰빙 별미거리다. 겨우내 말린 시래기를 불려 잘게 썬 다음 밥을 지을 때 넣고 함께 짓는다. 마치 곤드레밥이나, 콩나물밥, 무밥 짓듯 하면 된다. 밥맛은 기대이상이다. 양념간장에 비벼 먹어 장맛도 좋아야 하겠지만 입 안 가득 추억의 향이 느껴진다. 말린 시래기 특유의 큼큼한 냄새가 이 음식의 미각 포인트. 밥을 지은 뒤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밥을 퍼내 은근하게 고소한 맛이 배어 있다. 길상면 소재 대선정에서 맛볼 수 있다. 8000원
밴댕이
강화에는 모내기철 맛이 가장 좋다는 밴댕이가 제철이다. 밴댕이를 회, 구이, 무침 등으로 맛볼 수 있으며, 이를 한꺼번에 정식으로도 차려준다. 작지만 서해바다의 풍미가 가득한 생선이다. 강화풍물시장, 선수포구 등 강화도 일원에서 맛볼 수 있다. 밴댕이회-구이(각 2만 3000원, 2인 기준), 밴댕이정식 3만 원(2인 기준)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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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