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우리나라의 21세기형 의병입니다”

2022.06.12 최신호 보기

▶학생들이 손형사 해설사와 현충시설 탐방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소년 현충시설 체험·탐방 현장
정부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와 국민의 영웅을 영원히 기억하는 보훈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윤석열정부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라는 국정과제를 세우고 국가유공자 예우와 제대군인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나라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가보훈처는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현충시설의 세계화에 일조하기 위해 현충시설 체험·탐방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충시설 체험·탐방에 참여한 국제교류문화진흥원, 문화교류해설사, 청소년들의 체험기를 들어봤다.


▶의암 손병희 선생 동상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학생들

▶학생들이 3·1운동 당시 상황이 새겨진 돌벽화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3·1운동 당시 상황이 새겨진 돌벽화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 낭독 체험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2017년부터 국가보훈처 공모사업인 현충시설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문화재와 현충시설 등 우리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충시설 탐방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공동체의식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유정희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은 “미래 사회를 이끌 우리 청소년들이 선조들의 독립운동 흔적을 탐방하면서 나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원했다”면서 “이를 통해 현충시설과 우리 역사를 세계에 알리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이 진행하는 탐방 코스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에서 시작된다. 탑골공원은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3·1운동의 발상지이며 고종 때 만들어져 황실 관현악단이 황실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던 장소다.
2017년부터 문화교류해설사로 활동한 손형사 해설사는 “사람들은 흔히 탑골공원이 어르신들만 모이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탑골공원은 원각사지십층석탑, 팔각정 등이 지키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생생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1919년 3·1운동 때 수많은 시민이 탑골공원에 모였고 이곳에서 학생 대표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거든요. 청소년들에게 탑골공원에 담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직접 독립선언서를 한 줄씩 읽어보게 하고 만세 삼창을 부르게 하죠. 그럼 학생들의 표정이 엄청 진지해져요. 교과서에서만 보던 우리 역사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죠.”
또한 탑골공원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동상과 의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이 있다. 한용운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시집 <님의 침묵>을 발간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손병희 선생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3·1운동을 주도하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손 해설사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현장에 와서 당시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당장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직접 느낀 우리의 역사를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해설사는 탐방을 통해 학생들에게 특별히 두 가지를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충(忠)과 부모를 공경하는 효(孝)다. 충과 효의 정신만 간직하고 있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강대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청소년들이 누리소통망(SNS)에 우리의 역사를 알리는 일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일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21세기형 의병이나 다름없죠!”

▶학생들이 독립선언서 낭독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독립선언서 낭독 연습을 하고 있다.

영어로 UCC 만들어 세계에 우리 역사 홍보
탑골공원 체험에 이어 다음 방문지는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의 거점이 됐던 천도교중앙대교당,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독립운동가 이상재 집터, 조선어학회 터, 손병희 집터, 3·1운동 책원비와 6·10만세운동 기념비가 있는 중앙고등학교 등이다.
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문화교류해설사로 활동하는 신명숙 해설사는 “학생들이 현충시설 탐방을 통해 우리 역사를 배울 때 저 역시 학생들과 함께 배운다”면서 “이런 체험 활동은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문화재와 역사시설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동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신 해설사는 “부모가 자녀와 나들이할 때 현충시설이나 문화유적지, 고궁 등을 방문한다면 책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 이유는 우리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탐방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현충시설을 탐방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UCC(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로 만들어 누리소통망에 올리며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2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온라인 체제 기반)인 제페토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탐방 과정 중 찍었던 사진들을 올리며 현충시설을 홍보한다.
유정희 원장은 “독립운동 등 우리 역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UCC 만들기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며 “교사 지도 아래 스스로 동영상을 만든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와 문화를 어떻게 소개하는지 잘 몰라서 당황해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문화를 잘 소개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면서 자부심을 갖도록 지도하고 싶었어요.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외국인 교사들과 함께 탐방하고 영어로 UCC를 만들어 올리며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활동까지 하고 있어요.”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2022년 현충시설 탐방 프로그램을 6~11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참가비는 무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한 한국어 두 반, 영어 한 반을 운영하며 참가자는 1년에 300명 정도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우리나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는 게 예의예요”
“우리 선조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존재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1년에 한 번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암중학교 2학년 경민지 양은 코로나19 발생 직전 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현충시설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친구 소개로 우연히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경민지 양은 “탑골공원이나 현충시설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는데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세히 알게 됐다”며 “특히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감동했다. 그분들을 꼭 기억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지 양은 탑골공원 안에 있는 ‘독립운동 벽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벽화에는 남녀노소가 ‘대한독립’이라는 하나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당시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벅찬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민지 양은 이번 탐방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UCC(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현충시설 사진을 촬영해 처음으로 UCC를 만들었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그 뒤로 흥미가 생겨 우리 역사를 주제로 매달 UCC를 만들고 있어요. 역사에 대해 잘 알아야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민지 양은 아직 현충시설을 찾아가보지 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문화재를 알릴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하는 게 청소년의 역할 아닐까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상명사범대 부속여중 2학년 박혜림 양은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현충시설 탐방 프로그램을 남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탐방 활동을 하기 전에 194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때에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말큰사전>을 편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모이>를 감동 깊게 봤기 때문이다.
박혜림 양은 “평소 현충시설이나 호국보훈의 달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영화 <말모이>를 보고 큰 관심이 생겼다”면서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현충시설 탐방을 통해 탑골공원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평소 어르신들만 가는 평범한 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3·1운동이 일어났던 엄청난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에서 문화교류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3·1운동 당시의 과정과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사연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장소였는데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에 가봤다는 게 기억에 오래 남아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UCC(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만들어봤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게 특히 좋았다. 혜림 양은 현재 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청소년문화단 해설사로 활동하며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으니까 우리 역사와 관련된 UCC를 영어로 만들거나 우리의 전통 놀이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어요. 그동안 코로나19로 현장 해설을 못 나갔는데 2022년부터 다시 나가게 됐어요. 경복궁 등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설명해주면 어떨지 설레고 흥분돼요.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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