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가 돌아왔다

2022.06.26 최신호 보기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2>가 개봉 2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쾌속 순항 중이다. 우리 영화로는 2020년 오스카(아카데미)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2019) 이후 3년 만의 기록이다. “속편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영화계의 속설을 뒤집은 기록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이 끊겼던 암흑기를 거치면서 극장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암울한 전망을 깨고 나온 ‘천만 영화’여서 절망에 빠져있던 영화계가 흥분하고 있다.
또 다른 천만 영화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여름 극장가를 장식할 초대형 영화(블록버스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계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를 맞아 격돌할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꼽는 작품은 모두 4편이다. 저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와 감독을 앞세우고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제작비를 자랑하는 작품들로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가 그것이다.


▶CJ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배우 류준열과 최근 주가가 급등한 김태리가 나선 영화 <외계+인>은 <도둑들>(2012), <암살>(2015) 등을 만든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최 감독은 앞의 두 작품으로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른 흥행 감독이어서 더욱 기대할 만하다.
7월 20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공상과학(SF) 액션 판타지를 표방한다. 고려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초시간적인(타임리스) 영화다. 올여름 개봉하는 작품은 1부에 해당하며 2부는 2023년 설날 개봉 예정이다.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총 관객 수 1761만 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는 <명량>(2014)의 후속 편인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도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전편이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한산대첩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영화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선보인 뒤 후속작 <노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제작은 일찌감치 끝냈지만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에 개봉하게 됐다.
전작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이순신 장군 역은 박해일이 맡았다. 배우 변요한과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공명 등도 이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도 8월 3일 개봉한다.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에 휩싸인 비행기를 두고 펼쳐지는 긴박한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영화 <우아한 세계>(2007)와 <관상>(2013), <더 킹>(2017) 등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2021년 열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주목받았다. 이 작품 역시 일찌감치 제작을 끝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늦어졌다.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심야 상영)’에 초청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역시 8월 초순에 개봉한다. 칸 현지에서 상영 직후 7분 여간에 걸쳐 기립 박수를 받았다. 외신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 영화 경쟁 부문에 오를 수도 있을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서로를 의심하는 국가 정보기관 직원들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펼쳐지는 액션 영화다. 영화계 절친인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두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쇼박스

칸영화제 주목받은 배우들 국내서 흥행 경쟁
한꺼번에 몰려든 블록버스터 때문에 올여름에 극장에 갈 일이 많아지겠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다. 순제작비 200억 원에서 400억 원까지 쏟아부은 대작이 한꺼번에 경쟁하게 된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외계+인>이 1편과 2편의 제작비를 합쳐 400억 원을 들였다. <헌트>는 200억, <한산: 용의 출현>은 300억 원, <비상선언>은 250억 원의 제작비를 썼다. 배급사들도 모두 CJ, 쇼박스, 롯데 등 대형 배급사들이어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예고돼 있다. 코로나19로 극장의 스크린 수는 줄어들었지만 상영할 영화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어서 일부 영화는 대박을 예상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번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 잇달아 극장에 내걸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만난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남자주인공 박해일은 <한산: 용의 출현>에 이순신 역으로 출연해 잇달아 모습을 보인다.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의 이정재까지 블록버스터 전쟁에 합류하고 있다.
예전보다 ‘천만 영화’가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영화계에서 “천만 관객은 인력으로 안 된다”라는 속설이 있다. 하늘이 도와야 ‘천만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하늘이 도와 천만 관객을 불러오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