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양성으로 K-반도체 이끈다

2022.06.26 최신호 보기

▶성균관대는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계약학과 형태로 반도체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논리회로 실습을 하는 모습 | 성균관대

반도체 인재 양성 현장을 가다
정부가 K-반도체 글로벌 초격차(압도적인 격차) 확보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관련 인력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등으로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앞으로 10년간 3만여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15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전국 20여 개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계약학과 포함)의 졸업생은 한 해 650명 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한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체계(패러다임)를 과감히 전환할 것을 예고했다. 6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력 양성을 저해하는 대학 규제를 먼저 개선하고 관련 학과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위한 추가 대책을 하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6월 8일 교육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통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규제 안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증원할지, 정원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학과를 추가적으로 만들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무 경험 위한 실습·인턴십 중요
성균관대는 일찍이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우리나라 최초의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었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정부·산업체 등과 계약을 통해 학과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 뒤 기업이 졸업생을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반도체특성화 대학을 지정하고 계약학과를 적극 육성하는 방침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겼다. 김소영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학과장)는 반도체학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전자·컴퓨터·화학공학 등 일반 학과에도 3·4학년에 반도체 관련 수업이 있지만 4학년 땐 대부분 취업 준비에 몰두하다 보니 반도체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면서 “실습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학교도 많아 체계적인 교과과정과 실습실을 갖춘 것이 우리 학과의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반도체관’에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는 실험 도구와 소프트웨어(SW)가 구비된 실험실이 마련돼 있다. 전압 변화 출력장치(오실로스코프), 전원공급장치(파워 서플라이), 회로기판(브레드보드) 등 고가의 실습 장비가 개인별로 제공돼 학생들은 이론 수업에서 배운 회로 설계와 신호 분석, 디지털 프로그램 등을 직접 실행해볼 수 있다.
재학생 김나연(18학번) 씨는 “실습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은 실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교수님들이 실제 기업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는지 등을 알려줘 현업에서 필요한 프로젝트 역량을 학부 과정에서부터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석·박사급 인력 위해 장학금 지원 늘어야
반도체학과의 교과과정은 전자전기, 컴퓨터공학 등 기초 공학을 바탕으로 하되 반도체에 특화한 교과목을 보강하는 식이다. 소프트웨어가 기존 산업에 핵심 가치를 더하는 추세에 따라 소프트웨어 융합교육도 이뤄진다. 이와 함께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 인턴십(직무 실습)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는 3학년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턴십을 ‘현업의 축소판’에 비유하며 실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반도체 제조(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인턴을 수료한 뒤 삼성전자에 취업한 곽민철 (14학번) 씨는 “학부 과정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실제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판) 양산, 제품 출하까지 과정은 물론 내가 기업에서 어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려운데 인턴십을 통해 이것을 모두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금 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재들을 반도체학과로 이끄는 데 장학금이 큰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입학생에게는 2년 전액 장학금이 주어지고 삼성전자 채용 후엔 학업 장려금도 지급된다.
성적이 우수하거나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로 진로를 택한 학생에겐 또 다른 장려금이 주어진다. 김나연 씨는 “대학 선택 시 취업 연계 다음으로 장학금이 주요 고려 대상이었다. 학비에 대한 걱정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고 성적 장학금도 있어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반도체학과에만 별도의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 건 다른 학과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고 기업이 지원하는 계약학과가 아니라면 재원 문제도 따른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중요한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대학원의 장학금 혜택이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소영 교수는 “일부 대학 외엔 실제 반도체 분야의 석·박사생이 매우 부족한데 비싼 학비와 대학원 정원 문제가 큰 이유다.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산업계 수요가 큰 고급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 샘플을 들어보고 있다. | 한겨레

대기업 취업 통로 구실만 해선 안 돼
석·박사급 인력 확대와 관련해선 늦은 취업 등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성균관대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진용(15학번) 씨는 취업 연계 및 전액 장학금 지원 제도 덕분에 원하는 공부를 더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며 “요즘은 연구실 생활을 미리 해볼 수 있는 학부 연구생 제도 등이 잘돼 있다. 대학에서는 대학원 진학에 관심 있는 학생을 미리 파악해 많은 이가 학부 연구생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면 석·박사급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에선 당장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지만 대학 정원 확대나 계약학과 증설이 곧장 인력 배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꾸준한 투자와 적시에 이뤄지는 제도개선 등이 뒷받침될 때라야 가능하다.
김 교수는 “모든 대학에서 실습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재원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당장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는 대신 일반 공과대학의 반도체 수업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반도체학과는 대기업 취업을 위한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전공생들이 다양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거나 석·박사 진학 후 연구원이나 교수가 될 수도 있도록 반도체 교육 및 산업계 전반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4대 과학기술원 계약학과 개설 등
반도체 인력 집중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업계 및 4대 과학기술원과 협력해 반도체 인재 양성에 나선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설계 실무 인력(학사급) 양성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고급 인재(석·박사급) 양성을 통해 향후 5년간 반도체 실무 인재 3140명 배출이 목표다.
우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은 반도체 계약학과를 도입해 2023년부터 매년 200명 이상의 학사급 인재를 육성키로 했다. 동시에 연간 220명 수준의 석·박사 인력 배출 규모를 5년 안에 500명 이상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 KAIST와 UNIST는 산학협력 대학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GIST와 DGIST는 반도체 대학원 또는 반도체 전공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등 세 곳은 ‘AI반도체 융합인력양성’ 사업을 수행할 대학으로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3년간 대학당 약 14억 원의 지원을 받는다. 각 대학은 전자·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기계공학부 등 다수 학과가 참여한 AI반도체 연합전공을 개설하며 연합전공은 하나의 독립된 전공으로 간주돼 이수 시 별도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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