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용산’에 ‘힙한 청년’이 몰린다

2022.06.26 최신호 보기

▶용산역 인근 해링턴스퀘어 공공시설동 3층에 자리 잡은 ‘용산청년지음’ 북라운지에서 청년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청년의 용산
서울 용산구에는 7만여 명의 청년이 살고 있다. 2021년 5월 기준 용산구 전체 인구 22만 7515명 중 청년인구 비율이 31.6%에 달한다. 구민 10명 중 3명이 청년이다. 높은 집값에도 특이하게 25개 자치구 가운데 매해 청년인구가 늘어나는 곳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위한 많은 정책 중 단연 돋보이는 두 곳을 방문했다. 용산의 청년 커뮤니티 공간과 창업 공간이다. 역동하는 청년과 지역 상생의 길을 보여주는 용산에서 오늘도 청년들이 뛰고 있다.

역동하는 청년 커뮤니티 공간 ‘용산청년지음’
1. 가만히 앉아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2. 답을 가지고 탐색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 시작점이 돼줄 가설과 좋은 질문을 들고 시작하자.
3. 한 번에 답을 찾는 사람은 없다.
4. 진로에 정답은 없다.

▶용산청년지음 커뮤니티 홀에서 진로탐색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용산청년지음 미니 영화관

위 네 가지 항목은 5월 31일 ‘프로진로고민러 진로탐색 워크숍’ 현장에서 마주한 내용이다. 진행을 맡은 청년 코치는 옷 고르는 과정과 비교하며 진로탐색을 위한 가장 중요한 태도로 실험 정신을 강조했다.

워크숍 4회차인 이날은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고 있는 청년 1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총 5회차 가운데 두 번째 현장 모임이다. 세 개 팀으로 나눠 소모임으로 진행된 현장은 청년 각자가 주도하고 있었다. 진로상담 또는 멘토링(지도)과는 다른 접근이다.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들으며 스스로 고민하고 자각하고 힘을 기르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활기차다.
참여자 유혜민(27) 씨는 “혼자가 아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홍기(28세) 씨는 “소소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시도가 많아졌다”며 “이를 통해 성취감도 쌓여 점점 활력이 생긴다”고 변화를 전했다.
이런 활력은 진로탐색 워크숍이 열린 공간의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길을 잃은 청년에게 진로탐색 워크숍을 통해 활력을 지원한 곳은 ‘용산청년지음’이다. 2020년 11월에 문을 연 용산청년지음은 서울시에서 가장 큰 청년 커뮤니티 공간을 자랑한다. 용산역 인근 해링턴스퀘어 공공시설동 3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용산청년지음에서는 진로탐색뿐만 아니라 집단 심리상담, 건강 습관, 힐링 여행 등 다양한 청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시설도 2030 MZ세대 눈높이에 맞췄다. 전시실, 미니 영화관, 힐링룸, 다목적 스튜디오, 커뮤니티 홀, 북라운지, 미팅룸, 공유부엌 등을 갖췄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평일에는 오후 10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5시까지 열려 있다.
커뮤니티 홀에서 진로탐색 워크숍이 진행되는 시간에 중앙 북라운지에는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청년이 여럿 보였다. 청년지음에서는 눈치 볼 일이 없다. 편하게 개인 업무를 처리한다. 배가 고프면 사 온 음식을 공유부엌에 가서 먹는다. 책을 보거나 오락을 즐겨도 된다. 그러다 힘들면 안마의자가 있는 힐링룸에서 쉰다.
“우울한 골방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 그 밖에서 다양한 청년정책과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는 건 저에게 큰 응원과 지원이었어요.” 최홍기 씨의 이 한마디가 용산청년지음의 역할과 의미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김철연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이 ‘CROSS Campu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청년과 지역 상생의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
용산청년지음 한 층 위인 4층에는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가 있다. ‘CROSS CAMPUS 1번가’라는 문패가 달린 이곳은 용산구와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이 공동 운영하는 곳이다. 2020년 11월에 문을 연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는 용산구가 창업 공간과 시설 운영을 담당하고 숙명여대가 창업팀 모집과 선발, 컨설팅, 멘토링 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아바타 스티커 북 기억하세요? MZ세대에겐 추억의 아이템이죠. 이걸 앱으로 담고 싶었어요.”
MZ세대의 취향 탐색과 기록을 위한 위시리스트앱을 개발 중인 ‘모모프’가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건 자연스럽다. 힙한 용산 지역과 힙한 취향을 담은 브랜드의 만남이다.
모모프는 신예규(26) 대표와 최시찬(33) 팀장이 손잡고 2021년 7월 창업했다. 2022년 1월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면서 모모프는 식구가 늘었다. 개발자 임소연(27) 씨와 마케터 하민지(23) 씨가 합류했고 숙명여대에서 개발자 인턴 세 명을 지원받았다.
신 대표는 “현재 110여 곳의 브랜드와 제휴해 스티커를 만들었다”며 “사용자 모두의 취향을 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최 팀장은 “기술적으로는 각자 취향에 맞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베타서비스(프로그램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시범 서비스) 중인 모모프는 정식 서비스 출시와 앱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 대표는 “2인실에서 4인실로, 큰 집으로 이사부터 가려고 한다”며 웃음 지었다.
청년과 지역은 어떻게 상생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을까? 거점인 ‘CROSS Campus 청파’로 향했다. 청파는 국제사관 건물을 청년창업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1층 사무국에서 만난 김철연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교차된 공간이란 개념에서 ‘CROSS Campus’라고 지칭했다”며 이름부터 설명했다.
현재 숙명여대는 5곳의 창업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청년창업지원센터와 ‘CROSS Campus 전자랜드’, ‘CROSS Campus 창터’, ‘가치가게 용문’, 그리고 ‘CROSS Campus 청파’다. 최근 3년간 100개가 넘는 청년창업기업을 지원했다.
김 단장은 “지역이 활성화되고 상생하려면 청년 기업이 득실득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모든 학생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 사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유니콘기업(거대신생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주)모모프 팀원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소연 리드 개발자, 최시찬 영업팀장, 하민지 콘텐츠 마케터, 신예규 대표 

# 더 활기찬 용산 위해 뛰는 청년 기업인
CROSS Campus 청파에서 입주 청년 기업 두 곳을 만났다. 먼저 고단백 저당을 내세운 ‘프로틴 그래놀라’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레디블룸’이다. 2021년 4월에 제품을 내놔 1년 사이에 4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의 대표 창업 육성 프로그램인 ‘스노우 푸드 랩’ 시리즈에 참여했고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받은 청년 기업이다. 레디블룸은 2021년 11월 CROSS Campus 청파가 문을 열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박규민(28) 대표는 “한 끼 식사로 먹고 나간다는 후기를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생기 있는 하루를 위한 건강한 습관’이 레디블룸의 표어다.
레디블룸은 시리얼 외에 제품군 다양화에도 노력 중이다. 최근에 프로틴 셰이크를 선보였다. 미숫가루 맛과 밀크티 맛, 두 가지다. 박 대표는 “단백질 셰이크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후의 포부도 밝혔다. “2022년에는 포트폴리오작업을 하고 있다. 제품군을 늘리고 해외 수출 기반도 다지려고 한다. 2023년에는 2022년에 쌓은 포트폴리오로 해외에서도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그리고 5년 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백질 종합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CROSS Campus 청파에서 만난 또 다른 청년 기업은 ‘드림행거’다. 건네받은 명함에 그려진 ‘호캉스’ 떠나는 반려견 모습이 깜찍하다. 김진희(22) 대표는 “반려견과 환경을 생각하며 호텔의 버려진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보자”는 꿈을 꾼다. 드림행거는 호텔 침대보인 리넨을 새 활용(업사이클링)해 반려견 편의 물품(어메니티)을 생산하는 브랜드다. 숙명여대 재학생들이 손잡고 2021년 5월 창업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대표는 “제품을 보관할 곳이 필요했고 회의 공간도 필요했다”며 입주 이유를 단순명료하게 말했다. 더는 바랄 것 없이 입주한 CROSS Campus 청파는 “마스터키(만능열쇠) 같은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비자 반응 조사는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상품에도 변화가 생겼다”며 “케이프(턱받이) 안의 동물 그림을 강아지로 바꾸고 끈 색깔도 다양화했다. 또 다양한 배경 천 색깔을 위해 천연 염색을 했다”며 캠퍼스타운사업단의 역할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를 토대로 드림행거는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방석, 장난감, 산책 가방, 가방에 거는 열쇠고리 등을 곧 선보일 계획”이라며 “2022년에는 호텔 다섯 곳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레디블룸 박규민 대표

▶드림행거 김진희 대표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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