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싱그러움 가득한 맛난 해변길

2022.05.15 최신호 보기

▶해파랑길 2코스에서 만나는 운치 있는 숲길. 청신한 숲과 푸르른 바다를 한꺼번에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부산 미포~대변항 ‘해파랑길 2코스’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싱그러운 신록과 화사한 봄꽃이 절로 문밖을 나서게 하는 시절. 5월의 풍광 속에 계절의 별미까지 맛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즈음 맛볼 수 있는 미식거리를 꼽자면 멸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의 남동해안, 그중에서도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는 요즘 멸치잡이가 한창이다. 대변항의 멸치잡이배가 선단을 이뤄 싱싱한 봄멸치를 건져 올리느라 새벽부터 분주하다.
파닥파닥 은빛 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대멸은 부드럽고 고소한 게 횟감으로도 그만이고 시래기를 넣고 얼큰하게 지져낸 찌개는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동부산 대표 축제인 기장멸치축제도 5월 20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대변항은 해파랑길 2코스(미포~송정~대변)의 종착지로 운치 있는 문탠로드와 송정해변, 해동용궁사 등 해안을 따라 낭만의 걷기코스가 줄지어 이어진다.
해파랑길 2코스는 동부산의 운치 있는 여정을 아우르는 길이다. 해운대 미포를 출발해 청사포~송정~해동용궁사~대변항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매력 있는 풍광을 구슬처럼 꿸 수 있는 코스다. 14.6km, 쉬엄쉬엄 6시간 남짓이면 흡족한 여정을 누릴 수 있다.



‘월광욕’과 함께 하는 도심 속 일상탈출
미포~송정

해파랑길 2코스는 해운대의 여운이 가득한 미포가 출발점이다. 엘시티 옆길 오르막을 따라 달맞이길로 향한다. 도중에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이용한 해운대 블루 라인 파크가 나서는데 미포에서 송정 해변에 이르는 해변 열차와 미포~청사포 사이를 운행하는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는 곳이다.
달맞이길은 오르막을 따라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있다. 4~5월이면 해풍에 흩날리는 꽃비가 장관이다. 숨이 찰 무렵 뒤를 돌아보는 풍광은 가히 압권이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 마린시티, 광안대교는 물론이고 해파랑길 1코스 이기대 해안 길까지 한 눈에 펼쳐진다. 길은 전망 포인트에서 부산이 자랑하는 ‘문탠 로드’를 따라 이어진다. ‘문탠?’ 생소하다. 햇빛(선탠)이 아닌 달빛에 몸을 맡겨 건강을 챙기는 풍류, ‘월광욕’이란다. 이를테면 달빛을 쪼이는 ‘달맞이’인 셈이다. 달빛은 마음을 달래는 감성 에너지가 풍부해 이 달빛 아래를 거닐자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문탠 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문탠로드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에 기반하고 있다. 달맞이 길~달맞이 동산 오솔길~달맞이 어울마당~구덕포 등 3km 남짓 코스가 이어진다. 문탠로드는 ‘달빛 샤워’를 염두에 두고 길을 닦았지만 낮에 찾는 이들이 훨씬 많다.
문탠로드를 걷노라면 도심 가까이에 이처럼 자연친화적 공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우선 숲길에 접어들면 도심 속 일상탈출이 이뤄진다. 짙은 수목과 철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나무 그늘 속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등에 땀이 꼽꼽하게 밸 즈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다리쉼을 하자면 바다 건너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이 더위는 물론 일상의 찌든 상념까지 가셔 준다. 특히 해송이 밀생하는 지역으로 간간이 코끝을 스치는 짙은 솔향에 머릿속이 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은 동해와 남해의 교차점으로 맑은 날은 일본 대마도까지 바라다 보인다.
해파랑길은 청사포를 향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는 체력 단련장, 스카이 캡슐이 지척을 지난다. 여유를 부리자면 도중에 청사포 몽돌해변을 들르는 것도 괜찮다.
길은 구덕포 인근에서 계단을 내려서며 철도변 산책길 ‘그린 레일 웨이’와 만나 송정해변까지 이어진다. 마침 구덕포에는 해변열차 정류장이 있어 열차를 이용해 타고 내리며 관광을 즐길 수도 있다.
송정해수욕장은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모꼬지 명소이자 서핑의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드넓은 백사장과 얕은 수심이 압권으로 동해선 송정 전철역과 동해 고속도로가 인접하는 등 접근성도 뛰어나다.

푸르른 바다 절경과 조화 이루는 임해사찰
해동용궁사~대변항

송정해변을 빠져 나온 길은 임해사찰로 향한다. 기장읍 시랑리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다. 보통 절집이 산중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닷물이 발아래서 넘실대는 동해에 접하고 있다. 서해의 김제 망해사, 남해의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 동해의 양양 낙산사 등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 임해사찰로 꼽히는 곳이다.
이 사찰은 고려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공민왕의 왕사 나옹화상이 창건한 내력 있는 절집이다. 절 입구부터 이야기가 있는 관음성지가 푸르른 바다 절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파도소리, 은은한 독경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문에 굳이 불자가 아니어도 청신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 들를만하다.
해파랑길은 해동용궁사 경내로 들어서지 않고 도중에 해안산책길로 접어들어 국립수산과학원 담장을 따라 해안가로 이어진다. 수산과학원을 지나면 동암항이 나선다. 해파랑길 2코스 종착지까지는 4km 남짓. 오시리아 해안 산책로 최고의 전망 지역에 자리 잡은 힐튼 호텔이 보인다. 오시리아 해안 산책로는 동암항에서 오랑대 공원을 지나는 2.6Km에 이르는 쾌적한 걷기길이다.
이즈음에서 서암항도 시야에 잡힌다. 다산을 기원한다는 젓병등대, 닭 벼슬 모양의 닭볏등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포구를 빠져 나와 발길을 재촉하면 해파랑 2코스의 종점 대변항이다.

▶대변항 전경

▶멸치조업

오뉴월 대변항의 진풍경 ‘멸치잡이’
멸치잡이 전진 기지가 있는 기장군 대변항은 동해의 아담한 포구다. 특히 해운대~송정과 지척으로 부산·울산 사람들에게는 주말·평일 나들이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의 멸치후릿 그물 당기는 모습을 곧잘 묘사한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도 바로 지척이다.
이즈음 대변항을 찾으면 온통 생멸치로 넘쳐 난다. 포구 주변 난전은 물론, 횟집, 건어물전에도 멸치가 지천이다. 멸치는 흔히 잡히는 시기에 따라 봄멸치와 가을멸치로 나뉜다. 봄철인 4~6월 산란을 위해 기장 인근 앞바다를 찾는 봄멸은 지방질과 타우린이 풍부한데다 육질도 연해 회, 구이, 찌개, 젓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동틀 무렵 대변항은 분주해진다. 대변항 선적 멸치잡이 배들이 조업에 나서는 시간이다. 이 즈음 멸치 떼는 부산~울산 앞바다에 출몰한다. 이른 아침 출항하면 보통 점심 무렵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데 어로 작업에 차질을 빚는 날이면 오후 서너 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수온과 조류가 맞아 떨어져야 멸치 떼를 만날 수 있어 조업이 늘 일정치 않다. 때문에 어군탐지기를 켜고 이 일대 해역을 샅샅이 뒤지는 게 첫 일과다. 일단 멸치 떼만 찾으면 조업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길이 2km의 유자망을 쳐서 멸치 떼의 이동 통로를 차단한 뒤 어군탐지기로 포획 상황을 살펴 그물을 감아올린다.
만선으로 귀항한 멸치잡이 배의 그물 터는 작업은 이색 볼거리가 된다. 대변항 부두에 정박한 채 유자망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는 과정은 장엄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이 앞선다. 일정한 운율에 맞춰 억센 손아귀로 그물을 잡아 터는 어부들의 재빠른 손놀림에 멸치와 멸치 비늘이 허공으로 튀고 어부들의 땀방울도 함께 솟아오른다. 포구엔 어느덧 비린내 대신 땀 내음이 가득 찬다. 이처럼 고단한 멸치털이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멸치 한 마리, 살 한 점을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없음을 되내이게 된다.

여행메모
가는 길

대중교통
KTX를 이용하면 서울~부산 2시간 30분소요, 당일치기 가능.
부산역~미포
지하철(부산역~중동역까지 23개역(서면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에서~미포항까지 약 1㎞(도보 20분)
택시(50분소요, 2만 3000~2만 5000원)
부산역~기장 오가는 좌석(버스) 1003번이용(1시간 15분소요)
대변항~부산역(택시 3만 3000~5000원, 35분소요)
해파랑길 스탬프함 위치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64(해운대 종합관광봉사센터 내)

뭘 먹을까?

▶멸치회

▶멸치찌개

대변항 멸치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봄멸치에 딱 어울릴 성 싶다. 멸치는 결코 보잘 것 없는 멸어(蔑魚)가 아니다. 요즘 대변항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멸치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길다. 때문에 잔멸치만 떠올렸다가 막상 갓 잡은 대멸을 보면 멸치도 어엿한 생선임을 인정하게 된다. 봄멸치는 살이 부드럽고 기름이 오른 까닭에 가장 맛이 좋아 예로부터 진상품 중 하나였다.
멸치회
유자망으로 잡은 대멸은 거친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관계로 운동량이 많다. 때문에 단련된 육질에 지방도 적당해 횟감으로 그만이다. 어른 중지 손가락 보다 더 큰 대멸은 주로 뼈만 발라내고 그냥 회로 먹거나 무쳐 먹는다. 비린내 대신 고소한 고등어의 맛도 살짝 느껴진다. 미나리와 양배추, 깻잎, 당근, 상추 등을 넣고 매콤한 초고추장에 무치는 무침도 일품이다. 기장 사람들은 멸치를 기장생미역에 싸먹어야 제 맛이라고들 한다.
멸치찌개
흔히들 멸치를 국물 우려내는 데 쓰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멸치도 어엿한 찌개감이다. 된장을 푼물에 시래기를 깔고 생멸치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멸치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멸치찌개의 압권은 시래기. 찌개의 모든 맛이 한데 스며든 맛 덩어리로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대변항에는 멸치 맛을 볼 수 있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멸치 회무침(3만~5만 원, 2~4인기준). 멸치찌개(2만~4만 원, 3~4인기준), 멸치구이 2만 원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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