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가을
글·그림 윤순정
봄볕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될까?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된 말이라고 한다. ‘애완’이라는 용어의 도구적 관점에서 탈피해 동물 역시 인간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거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서는 반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학대받고 유기된 반려동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혹은 귀여워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거나 커서 예쁘지 않다거나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함부로 버린다. 이런 우리의 무책임한 태도를 조용히,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말해주는 그림책이 있다.
<특별한 가을>이라는 그림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는 화자가 반려견을 만나러 가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곧 이 책의 화자가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되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새로운 만남에 대해 설레면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두려워하는 건 사람만의 감정이 아님을 이 책은 너무도 잘 보여준다. 특히나 두 번이나 버려져서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인과 만난다는 게 기쁘면서도 그 전에 겪었던 두려움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라 새 주인을 만나기 전날 잠을 하나도 못 잤다고 말한다.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새로운 만남은 달콤함, 포근함,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다려준다. 자기 반려견이 생긴다고 신나는 마음에 급하게 다가서지 않고 자기 것이라고 함부로 주인행세를 하지도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아이는 어떻게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알았을까? 혹시 이 아이도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어느 가을날 만났기에 반려견의 이름은 ‘가을이’다. 가을이와 아이는 서툴고 낯선 시간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채워나간다. 그러면서 추억이 하나하나 쌓여간다. 갈수록 밝고 당당해지는 가을이의 표정은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했는지를 알려준다.
아동 학대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가 되기 위해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결코 우스갯소리만은 아닐 만큼 요구되고 있다. 반려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부모가 되는 것과 같다. <특별한 가을>은 우리에게 그걸 무심한 듯 조용히 보여주지만 책을 덮고 난 울림은 결코 적지 않은 특별한 책이다.
인경화 경기 의왕 왕곡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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