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은 산과 바다의 절경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포구를 살짝 비껴나면 내변산의 절경이 이어지고 맛깔스런 음식에 빛나는 문화유산까지, 그야말로 보배로운 관광자원을 두루 지니고 있다. 사진은 적벽 해변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모습
전북 부안 ‘서해랑길 47코스’
이즈음 산과 바다의 절경을 품고 있는 전북 부안을 찾으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가 있다. 포구를 살짝 비껴나면 내변산의 절경이 이어지고 그 산과 맞닿은 곳에 생명의 원천, 갯벌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그뿐인가? 억겁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는 채석강과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 끝에 자리한 고찰 내소사는 부안의 내력과 전통을 잘 담아내는 빛나는 유산이다. 더불어 만춘이면 갑오징어, 꽃게, 바지락 등 맛난 별미거리가 제철로 흡족한 미식여행도 즐길 수 있다.
마침 부안은 서해랑길의 대표적 풍광으로 꼽히는 47코스 ‘격포항~변산해수욕장’도 품고 있어 5월의 걷기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전북은 가장 한국적인 매력을 갖춘 고장으로 그 웅숭깊은 매력은 길에서도 만날 수가 있다.
특히 서해랑길 47코스를 품고 있는 부안이 대표적이다. 부안 사람들은 일찌감치 내외변산을 아우르는 걷기길인 ‘마실길’을 닦아 놓았는데 서해랑길 47코스는 그 코스 대부분을 밟으며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잘 담아낸다. 격포항~성천항~송포항~변산해수욕장에 이르는 13.9km, 느릿하게 5~6시간이면 봄날의 일상탈출을 만끽 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하늘, 노란 유채꽃이 빚은 멋진 풍광
격포항~채석강·적벽강
서해랑길 47코스의 기점인 격포항은 계절만큼이나 활기가 넘친다. 변산반도 끝자락에 있는 격포는 칠산 앞바다, 고군산군도로 조업에 나선 배들이 드나드는 활력 있는 포구로 부안의 맛과 정취를 듬뿍 담아낸다. 요즘은 꽃게와 갑오징어철로 생기가 흐른다.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은 닭이봉 입구다. 닭이봉 둘레를 걷다가 전망대에 오르면 격포주변의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닭이봉길 아래는 채석강이다. 입이 딱 벌어지는 경관이다. 채석강은 억겁의 세월 속에 형성된 지질학적 신비를 담고 있다. 해수침식작용으로 이룬 절벽 아래로 펼쳐진 편마암층은 벼루를 연상케 하고 닭이봉 아래의 층암절벽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은 절경을 이룬다.
특히 층암절벽아래에는 크고 작은 해식동굴이 있다. 큼지막한 곳에 들어서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전설의 동물 ‘유니콘’ 형상을 떠올리는 비경도 펼쳐진다. 채석강은 본래 해넘이도 명품이다. 주변에는 해넘이 채화대도 설치돼 있다.
길은 서남해생명자원센터를 지나 수로옆 길을 통해 계단을 오른다. 후박나무 군락지 옆으로 죽막동 제사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당집 수성당이다. 수성당은 서해 거친 풍랑으로부터 어부를 보호하는 여신 ‘개양할미’를 모시는 곳이다. 전국의 많은 무속인들이 찾아와 기를 받고 제를 올리는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수성당을 돌아 나오면 이곳이 적벽강임을 알 수 있는 안내 표지판 설치되어 있는데 적벽강 언덕 위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봄기운을 물씬 풍긴다. 푸른 바다와 하늘, 노란 유채꽃이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변산면 격포리에 자리한 적벽강은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는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2㎞의 해안선을 이른다. 송나라의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닮아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채석강과는 다른 분위기로 특히 해질녘 적색을 띤 벼랑에 붉은 기운이 내려앉을 때의 모습이 장관이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갈기를 자랑하는 수사자의 모습이다.
▶서해랑길 47코스를 걷고 있는 탐방객의 모습
짙은 숲길과 탁 트인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성천~변산해수욕장
길 왼쪽으로는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다. 전북 천리길과 변산 마실길도 나란히 흐른다. 도로를 벗어나 해안 철책이 설치된 산길을 만난다. 출렁 다리를 건너면 군 초소를 리모델링 해놓은 휴식 공간이 나타난다. 1층에는 무릎을 꿇고 꽃을 든 남자의 모습을 한 조형물이, 2층에는 정자와 초소가 마련돼 있다.
철책길을 돌아내려오면 성천항이다. 성천포구는 무슨 요새처럼 생겼다. 바다에서 백사장과 해안절벽 사이 좁다란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면 안쪽에 옴팡진 모습의 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포구 옆 산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 초소길은 짙은 숲길과 탁 트인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가 있다.
선착장 옆으로 고사포해수욕장이 시작된다. 리기다 송림과 부채 살처럼 펼쳐진 너른 모래밭을 갖춘 고사포 해변은 여름철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통한다. 특히 인근 해변에서는 후리그물 조업 등 어촌의 풍광도 만날 수 있어 한층 목가적 여정이 펼쳐진다. 어른 서너 명이 100m 남짓의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뭍으로 향해 걸어 나오며 물고기를 잡는데 요즘은 졸복 등이 잡힐 때다.
고사포 해변 인근 야산의 정자에 올라서면 새만금 방조제가 보인다. 산길을 내려오면 송포항 입구다. 조금만 더 발길을 옮기면 종착지 변산 해수욕장이다.
▶고사포해수욕장 앞바다의 그물후리기작업
부안에 간다면 이곳만은 꼭 둘러보자
내소사
숲길로 치자면 부안 변산반도의 내소사를 빼놓을 수 없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전나무 숲길 수백 미터를 걷노라면 5월 전나무의 맑은 향기가 온몸 깊숙이 파고든다. 전나무 터널을 지나 내소사 대웅보전 앞마당에 이르면 아름드리 보리수나무가 사찰의 내력을 설명해준다. 병풍처럼 펼쳐진 능가산 암봉 등 주변 풍광도 빼어나다.
청자박물관
국내 대표적 청자 도요지로 전남 강진이 꼽힌다. 전북 부안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곳이다. 고려시대 최상품의 상감청자를 생산했던 곳으로 줄포항을 통해 생산한 도자기를 개경으로 실어 날랐고 중국 등 해외로도 보급했다. 옛유천초등학교 자리에 세워진 부안청자박물관은 출입문 손잡이, 전면 유리창, 벽면 등 곳곳이 청자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은 전시동과 체험동, 야외사적공원으로 이뤄졌다.
문학의 고장에서 신석정과 이매창을 만나다
부안은 문학기행의 적지로도 통한다.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신석정(1907~1974)의 고향인가 하면 조선 중기 여류시인 이매창이 활약하던 터전이다.
*신석정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와 현실 비판적인 시를 넘나들며 평생 지사적으로 살다 간 인물로 부안 석정문학관을 찾으면 그의 삶과 예술혼을 더듬어 볼 수가 있다. 1907년 부안에서 태어난 시인은 1930년 서울로 이주,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김기림, 정지용, 한용운 등과 교류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낙향해 ‘청구원’이라는 오두막을 짓고 본격적으로 시 창작 활동을 펼쳤다. 1940년 <문장>지에 기고한 ‘차라리 한그루 푸른 대로’가 일제 검열에 의해 삭제되자 이 후 해방 때까지 절필을 하고 창씨개명도 거부한 채 저항의 세월을 보냈다. 해방이 되고 다시 펜을 든 석정은 전주고, 전주상고 교사로 후학 양성에도 앞장섰다. 청구원 근처에 ‘석정문학관’이 있다.
*이매창 부안읍내에는 조선 중기 때의 여류시인인 이매창(1573~1610) 공원이 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로 시작되는 ‘이화우’를 쓴 그를 기려 묘소와 함께 시비도 세웠다.
여행메모
가는 길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부안읍~격포항/ 변산해수욕장
대중교통
*고속버스 서울 센트럴고속터미널~부안 시외버스터미널(1일 10회 운행, 2시간 50분 소요)
*시내버스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00번 버스<부안우체국앞 승차>~격포항(1시간 30분 소요)
*택시 부안시외버스터미널~격포항(30분 소요)
*부안관광택시 부안군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저렴한 택시. 승객이 원하는 부안의 여행코스를 택시기사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3시간코스(6만 원→ 할인가 4만 원), 5시간 코스(10만 원→할인가 6만 5000원), 6시간코스(12만 5000원→할인가 7만 5000원)/ 전화예약=부안군문화관광과(063-580-4712)
▶간장게장
▶갑오징어무침
뭘 먹을까?
부안은 칠산어장과 세계적 갯벌을 품은 축복의 땅이다. 5월 부안을 찾으면 흡족한 미식기행을 즐길 수 있다. 이즈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게와 갑오징어, 바지락이 제철이다.
*꽃게찜
꽃게는 요즘이 연중 가장 맛난 때다. 산란을 앞둔 시기라 알이 꽉 찼다. 대체로 꽃게 전문점에서는 4~5월 건져 올린 꽃게를 급랭해서 연중 사용한다. 칠산어장에서 갓잡아 올린 꽃게를 부안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그중 토박이들은 격포항 입구의 66년 전통 수풍꽃게장을 맛집으로 친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시가 적용. 꽃게탕, 꽃게통찜은 대략 5~7만 원선. 꽃게장은 2만 7000원 선.
*갑오징어
오뉴월 가장 좋은 미식거리로는 갑오징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육질에 특유의 담백고소한 식감이 살아 있다. 부안 칠산어장도 갑오징어가 곧잘 잡힌다. 읍내 부안상설시장에서 즐길 수 있으며, 시내버스터미널 인근 부안맛집도 괜찮다. 가격은 시가를 적용하는데 4월 말 현재 마리당 3만 원 선.
*바지락 죽과 전, 무침
이즈음 별미로는 바지락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바지락죽은 부안의 대표 별미로 부안댐 인근(변산만 묵정길)에 자리한 '김인경 바지락죽'에서는 부안의 특산물 뽕잎을 넣은 바지락죽(1만 1000원)과 바지락전(1만 9000원), 오디를 고명으로 얹은 바지락 무침(3만 원) 등을 선보인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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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