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는 서해랑길 26코스에서는 아름다운 길을 만난다. 그중 증도에 딸린 작은 섬 화도를 오가는 노두길은 일상탈출의 여유로움이 배어 있다. 간조 시 섬을 잇는 1.2km의 노두(갯벌 위에 놓은 돌, 지금은 도로로 연결)가 드러나 운치 있는 진입로가 이어진다.
전남 신안군 증도 ‘서해랑길 26코스’
오뉴월 걷기 여행지로 섬기행도 무난하다. 이맘때 섬 한 바퀴란 쾌적함 그 자체다. 고마운 해풍은 초여름 햇살에 흐르는 땀을 금세 식혀주고 해송 숲 그늘 벤치에서 다리쉼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즈음 섬 여행지로는 느릿함의 미학을 맛볼 수 있는 전남 신안을 권할 법하다.
무려 1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색 지대, 신안군에는 청정갯벌과 더불어 풍광이 빼어난 명사십리 고운모랫길까지 함께 품고 있다. 그 중 신안 해저 유물선 발굴지로 ‘보물섬’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는 ‘증도'는 느릿함의 미학을 체득할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증도의 상징물(랜드마크)격인 태평염전에서는 하얀 보석, ‘천일염’이 생산되는 과정을 통해 갯벌과 소금의 신비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가 하면 대패질, 수차 돌리기, 함초 관찰하기 등의 염전체험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증도는 서해랑길도 품고 있다. 그 중 26코스는 염전과 갯벌, 해수욕장 등 주요 명소를 거느리고 있어 남도 섬기행의 묘미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무안을 지나 온 서해랑길은 신안의 지도, 솔섬, 사옥도 등을 거쳐 증도를 한 바퀴 휘감고 돌아나간다. 그중 26코스는 광암버스정류장~태평염전~화도 노두길~우전해변~짱뚱어다리~증도면사무까지 20여 ㎞를 지나며 광활한 염전과 갯벌 그리고 해송 숲을 부려 놓는다.
▶짱뚱어 다리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소금밭의 풍광
염전&소금
증도는 신안의 여러 섬들 중 일찌감치 연육교가 설치된 곳이다. 천지개벽. 과거에는 목포에서 육로와 뱃길을 갈아타고 1시간 30분 남짓을 가야 했지만 이제는 무안군 해제면~지도~사옥도~증도가 다리로 연결되면서 단숨에 도달할 수 있는 ‘뭍’이 됐다.
증도는 화도, 병풍도, 기점도 등 6개의 유인도와 108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다도해의 중심섬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를 품고 있는 전남 신안군에서도 증도는 유독 양질의 갯벌이 많아서 이곳 천일염을 으뜸으로 친다.
서해랑길 26코스 트레킹의 출발은 광암리 마을이다. 한적한 섬마을을 벗어나 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증도는 제법 규모가 큰 섬이라 반농반어의 땅이다. 바다와 갯벌에는 어로작업이, 농번기가 시작된 들녘에는 초여름 농사로 분주하다.
곡도염전, 새우양식장 등을 지나 염전 뚝방길을 따라가자면 증도의 랜드마크인 태평염전이 나선다. 입이 떡벌어질 정도의 광활한 염전에는 염생식물원, 체험학습장, 소금박물관,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걷기여행이지만 염전과 소금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태평염전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60호)이다. 국내 최대 규모, 여의도 두 배 크기(463만㎡)의 염전에서는 연간 1만 5000여 톤의 천일염이 생산된다. 태평염전은 1953년 6·25전쟁 후 정부의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의 갯벌을 막아 일궜다. 태평염전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소금박물관(등록문화재 제 361호). 옛 석조 소금 창고를 개조해서 문을 열었다. 소금의 역사와 제조 과정, 문화 등 소금에 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전시해 두었다.
박물관 뒤에는 광활한 염전이 펼쳐진다. 반듯반듯 바둑판처럼 정리된 소금밭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염전의 풍광은 흔히 해질녘이나 이른 아침이 압권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검붉은 하늘이 해수를 가득 담고 있는 결정판에 내려앉은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특히 석양 아래 대패질을 하는 염부의 모습은 목가적 풍광 그 자체다.
이른 새벽 염전의 풍치 또한 운치 있다. 옅은 안개가 깔린 황톳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낡은 소금창고의 모습은 여명 속에 그 멋스러움을 더한다. 염전에서 맞는 일출도 이색적 풍광이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아침 해가 소금밭에 투영되는 모습은 바다 일출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태평염전에서는 다양한 염전 체험이 가능하다. 직접 결정판에 들어가 소금을 긁어모으는 대패질을 해 볼 수 있는가 하면 물레방아 같은 수차로 소금물을 퍼 올리는 체험도 가능하다. 수차는 얼핏 보기에는 수월해 보이지만 은근히 발에 힘이 들어가는 중노동이다.
▶증도 갯벌에는 밤게, 칠게, 농게 등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있다.
▶함초
해변 따라 이어진 편안하고 싱그러운 해송길
갯벌&해수욕장
태평염전 전망대를 내려서면 돌마지마을 입구까지는 차도를 따라 걷는다. 한여름에는 도로의 복사열기가 상당할 듯싶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무렵 시원스레 펼쳐진 화도 노두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증도에 딸린 작은 섬 화도는 사방이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섬이다. 선화공주가 꽃을 가꾸어 섬에 꽃이 만발했다는 설화가 따르는데 해당화가 많이 피어 만조 때에는 섬이 마치 꽃봉오리 같다고 해서 화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 배경으로 간조 시 섬을 잇는 1.2km의 노두(갯벌 위에 놓은 돌, 지금은 도로로 연결)가 드러나 운치 있는 진입로가 이어진다.
한가로운 어촌, 대초마을을 지나며 방조제길을 따라 걷다보면 증도갯벌생태공원을 만난다. 한 눈에 신안과 증도의 갯벌-생태를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주변에는 휴양리조트(엘도라도), 펜션 등 숙박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갯벌생태공원을 빠져나오면 증도의 또 다른 명물 우전해수욕장이 지척이다. 그야말로 명사십리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물살도 잔잔해 물놀이에도 그만이다. 더불어 기다란 백사장을 따라 어우러진 송림도 운치 있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편안하고 싱그러운 한반도해송길에 접어든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발길을 북쪽으로 옮기자면 증도의 보배,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뻘밭에는 갯벌생태 탐방로인 ‘짱뚱어다리’가 놓여 있다. 증도면 소재지와 우전해수욕장을 잇는 증도의 명물이다. 국내 최초로 갯벌 위에 세운 탐사와 보행 겸용 다리로 더 유명하다. 길이 470m, 철재와 목재를 섞어 만든 짱뚱어교는 들물 때에는 바다위에 놓인 다리가 되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고 물이 빠지면 짱뚱어, 칠게, 농게, 맛조개 등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명소가 된다.
짱뚱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광경 또한 압권이다. 증도의 갯벌에서는 짱뚱어, 낙지, 백합 등 다양한 어패류들이 살고 있어 청정 갯벌체험에도 나설 수 있다. 증도 갯벌에서는 재미난 광경이 펼쳐진다. 갯벌의 터줏대감격인 짱뚱어를 잡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곳 뻘은 짱뚱어 천지다. 하지만 짱뚱어는 워낙 빠른 녀석으로 손으로 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봄부터 가을 사이 갯벌에서는 짱뚱어 잡이가 한창이다. 한 노인이 뻘배를 탄 채 갯벌을 미끄러지듯 나가며 연신 낚시 줄을 던지고 거둬들인다. 낚시 바늘을 목표물에 정확히 던져 낚아채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짱뚱어낚시와 갯벌 생태 관찰에 취해 쉬엄쉬엄 짱뚱어다리를 건너, 발길을 옮기자면 솔무등공원, 이어서 26코스의 목적지 증도면사무소가 코앞이다. 다양한 체험과 다리쉼을 해가며 걷다보면 7~8시간, 한나절 여정으로 안성맞춤이다.
▶염전의 대패질
여행메모
가는 길
대중교통
*철도 용산역~목포역 KTX(2시간 30분 소요) 1544-7788(www.korail.go.kr)
열차 하차 후 목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지도여객자동차터미널까지 1~2시간 간격 버스 운행(1시간 20분 소요)
*고속버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지도여객자동차터미널(4시간 10분소요, 하루 2회 운행)
지도터미널~증도 우전해수욕장 경유 공영버스(1시간 5분소요, 매일 3회 운행/ 9시, 12시 40분, 18시)
승용차
*서울~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IC~현경 교차로~해제-지도~사옥도~증도
*승용차 이용 시, 차를 27코스 종착인 증도 면사무소 인근 증동리 버스정류장 주변에 주차 후, 지도로 가는 버스(06:50)를 이용하여 광암정류장에서 하차 후, 트레킹 시작.
▶병어조림
▶짱뚱어탕
뭘 먹을까?
증도는 신안의 여느 섬처럼 잘 발달된 뻘에서 낙지, 짱뚱어를 비롯해 병어, 민어 등 각종 어패류가 생산된다. 장을 찾으면 만날 수 있는 별미거리다.
망둑어과의 짱뚱어는 생김새가 다소 흉측하고 못생겨도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 인기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삼복더위에 맛보는 얼큰한 짱퉁어탕 한 그릇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달임으로 통한다. 짱뚱어 식당에서 만난 한 주민은 "여그서 삼계탕은 명함도 못 내민다 안합디여. 짱뚱어탕이 값을 헌께로 사묵지라"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산지에서 짱뚱어는 주로 탕과 구이, 드물게 횟감으로도 맛본다. 탕은 짱뚱어를 잡아 손질을 한 후 뼈째로 넣고 된장·시래기 등을 함께 넣고 지긋하게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짱뚱어 맛을 제대로 느껴보려거든 구이를 권하고 싶다. 짱뚱어의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육질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짱뚱어는 맛 이상으로 영양 덩어리로도 평가받는다. 타우린 함량이 높아 기력 회복에 좋은가 하면, 해독작용, 강장식품으로도 평이 나 있다. 1만 1000원(1인분).
*병어 요즘은 병어철을 만나 싱싱한 병어를 회와 조림 등으로 맛볼 수 있다. 7월부터는 민어도 제철이다. 병어조림 4만 5000원(3~4인분)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