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공격수 해리 케인이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을 축하해주고 있다.│ 해리 케인 트위터 갈무리
손흥민(30·토트넘)이 5월 23일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38라운드 노리치시티전(5-0 승) 멀티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리그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 유럽 축구 빅5(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 무대에서 ‘골든부트’(황금 축구화) 트로피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며 ‘월드 클래스’ 자격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 득점 1위를 보면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살라흐를 비롯해 카림 벤제마(스페인·레알 마드리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독일·바이에른 뮌헨), 킬리안 음바페(프랑스·PSG), 치로 임모빌레(이탈리아·라치오) 등 세계 최고로 꼽히는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페널티킥을 단 한 번도 차지 않고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유일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세계 최고의 EPL에서 득점왕에 오른다는 것은 힘들다. 아시아 선수로는 손흥민 자신이 기록을 깨지 않는 한 100년 안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뽑은 ‘올해의 선수’ 손흥민
인공지능(AI)도 ‘손’ 들었다. 손흥민의 가치가 데이터에 의한 각종 선수 평가에서도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축구 AI 기업 에임브로드의 EPL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손흥민이 8.29522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고 살라흐(8.19027점)가 2위, EPL 올해의 선수로 뽑힌 케빈 더브라이너(8.12759점·맨체스터 시티)가 3위에 자리했다. 에임브로드 측은 “손흥민이 막판 폭풍적인 질주로 줄곧 앞서가던 살라흐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에임브로드의 인공지능은 축구의 모든 정보를 1초 안에 계량하고 그것을 코드로 변환해 디지털 정보나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골, 도움, 패스 등 기본 항목 외에 득점 과정에 참여한 선수들에게 가중치에 따라 점수를 주는 전술참여도 등을 평가한다. 여기에 팀과 리그 전체 내 랭킹, 경기 출전 수 등의 요소를 반영해 총점을 낸다. 공격성공률(ASR), 총전술점수(TTP), 위험지역공격점수(TAP), 슈팅을 포함한 전술패턴(CTP) 등의 지표도 활용한다.
에임브로드 관계자는 “8000억 개의 축구 대량자료(빅데이터)와 실시간 축구 신경망 분석 플랫폼을 통해 선수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디지털 코드로 생성해 모든 선수의 기술평가와 팀의 전술 평가를 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며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 또한 선수들의 시즌 성과를 분석한 ‘파워 랭킹’을 발표하고 있는데 손흥민은 이번 시즌 살라흐나 더브라이너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파워 랭킹은 골, 도움, 패스연결, 태클 등 35개 항목별로 선수들의 경기별 수행도를 점수에 반영하는데 필드골(1500점)과 페널티골(500점)을 구분하는 등 세분돼 있다. 살라흐가 리그 23골 가운데 5개를 페널티로 넣은 반면, 23골 전체를 필드골로 채운 손흥민이 골 평가에서 확실하게 살라흐를 제쳤다.
손흥민은 각종 매체에서 시즌 베스트11을 뜻하는 ‘팀 오브 더 시즌’에 단골로 등장한다. 영국의 BBC는 손흥민을 살라흐,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함께 공격 3인방으로 선정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장인 팀 동료 해리 케인보다 손흥민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BBC는 “시즌 초반 케인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지 못하면서 토라져 있는 동안 팀을 지킨 사람이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시즌 내내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5월 23일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2021~2022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38라운드 노리치시티와 경기에서 리그 23호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
“새로운 세대 손흥민 보며 꿈 키워나갈 것”
선수 평가에 대한 방식도 기존의 주관적, 정성적 평가에서 벗어나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실증적인 데이터가 중시될 수 있다. EPL 사무국은 올해의 선수로 더브라위너를 뽑았지만 인공지능이나 파워 랭킹에서는 손흥민이 단연 더브라위너를 앞섰다.
이미 대량자료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은 스포츠에서도 커지고 있다. 과거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지만 지금은 축구 경기에서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며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이 일반화됐다.
급격한 시대 흐름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손흥민의 경기력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의 측정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시즌 최고의 선수는 손흥민이다. 이런 분석엔 아시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손흥민을 득점왕으로 이끈 노리치시티전의 감아차기 골은 점과 선을 연결한 예술작품과 같았다. 아시아인으로서도 한계를 돌파했다”며 “동료들이 그를 축하하고 인정하는 장면에서 드러났다. 앞으로 그를 보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축구의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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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