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흐름출판
2022년은 ‘청년 책의 해’다. 정부는 청년들의 독서 환경을 만들고 책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기념해 평소 책과 삶을 포개어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다른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을 요청했다.
“사람 마음 사로잡는 인간관계 핵심 기술 전해”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언론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을 거예요. <카네기 인간관계론>(데일 카네기)은 그런 이들이 보면 굉장히 좋을 책이에요.”
먼저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겸 작가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첫손에 꼽았다. 자기 계발서계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간관계의 핵심 기술을 전한다. ‘친구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1936년 처음 출간된 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는 등 80년 넘게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김 작가는 “청년은 이미 유행(트렌드)의 중심에 있으므로 이런 고전을 읽는 게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도 특정 시기까지는 싫은 소리를 못 하고 에둘러 말했어요. 업무적으로 정당하게 일을 맡기는 건데도 모든 주변 사람에게 미안해했죠. 그때 이 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토록 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모습들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고 소개돼 있었어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파악하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또 상처받지 않게 돌려서 말하는 그런 것들이요. 당시에는 내가 약하니까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릇이 큰 사람들의 인간관계 기술 중 하나였죠.”
그는 특히 20대라면 <라틴어 수업>(한동일)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했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한동일 교수가 7년간 대학에서 강의한 라틴어 수업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이다. 강의에는 라틴어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를 포함해 저자가 유학 시절 경험한 일,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절, 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관계의 문제 등 삶에 맞닿은 화두가 함께 녹아 있어 종합 인문 교양 수업에 가깝다.
김 작가는 “이 책은 라틴어를 가르치는 듯하지만 삶을 꿰뚫는 라틴어 문장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며 “많은 이가 저자에게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튼 선생을 떠올린다. 삶이 정체돼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보면 무조건 좋을 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 작가는 “노년이 되는 게 두렵지 않아지는 책, 어떤 젊음을 보내고 있든 용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며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박막례)도 청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타이탄의 도구들>(팀 페리스)은 평생 소장 가치가 있는 책으로 꼽았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서해문집
“노동·여성·환경 등 사회 담론 이야기하고파”
김치현 책방 ‘풀무질’ 대표
‘풀무질’은 약 37년간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에 자리매김해온 인문·사회과학 책방이다. 민주화를 꿈꾸는 대학생들의 사랑방 구실을 한 이곳을 2019년 20대 청년들이 념겨받았다. 책방지기가 사회의 첨예한 담론을 다룬 책들을 직접 선정한다. 김치현 대표는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하워드 진)를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오랫동안 노동 기사를 써온 기자가 한국 사회의 노동에 대해 아홉 가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숙련의 가치가 해체되고 일자리가 소멸하는 시대에 노동이 처한 현실을 예리하게 분석하죠.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저자가 벌였던 민권운동의 초창기 모습을 잘 담은 책이에요. 그는 ‘역사가 잘못 흘러가고 있을 때 중립을 지키는 것은 그 잘못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외쳤죠. 하워드 진이란 걸출한 역자학자의 삶까지 만날 수 있어 아주 흥미로워요.”
김 대표는 이 밖에도 ▲철학-<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김광기) ▲여성-<시스터 아웃사이더>(오드리 로드) ▲장애-<유언을 만난 세계>(정창조 외) ▲환경-<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조효제) ▲동물-<왜 비건인가?>(피터 싱어) 등 분야별 추천 책을 소개했다.
그는 “노동, 여성, 장애, 환경, 동물 등은 현대사회의 가장 첨예한 담론”이라며 “얕고 요약된 지식이 유행하는 시류에서 청년들이 한 발짝이라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청년 주도 책·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2022년 청년 책의 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는 청년이 주도하는 다양한 책·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년 작가와 지역 서점에서 만나 작가의 꿈을 준비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행북(BOOK)학교> ▲동네 책방에 모여 청년들의 사회적 문제를 논하는 <청년, 책에서 길을 묻다> ▲지역 책방지기가 청년들의 사연을 받아 책을 처방해주는 <청년 북돋움> ▲주요 인터넷서점과 청년이 함께하는 <청년(MZ)세대의 시선>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2022년 청년 책의 해’ 누리집(bookyea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국립중앙도서관은 6월 청년들을 위한 사서 추천 도서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