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2년 제47차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사진은 강원 춘천 소양호의 모습│ 한겨레
2022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
“하나된 물 관리로 우리 국민들이 어디에 살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이 가진 잠재력과 에너지를 자원화하는 일도 해나가고 있습니다.”(한정애 환경부 장관)
환경부가 3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2022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유엔(UN)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2년 제47차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우리도 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5년부터 정부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2022년 물의 날 주제는 ‘하나 된 물,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로 정했다. 2022년부터 시행되는 하천관리를 포함한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모든 형태의 물을 포괄적으로 관리해 자연과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인간과 자연이 생명의 원천인 물을 보편적으로 누리면서 스마트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물의 가치를 창출하자는 뜻도 담았다.
▶2022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 포스터│환경부
시민들 ‘국민참여 공개회의’에서 정책 제안
특히 이날 기념식 중에는 전국의 유역별로 현장에 거주하는 시민 50여 명이 온라인 화상으로 직접 토론에 참여해 자기 지역의 물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제안도 하는 국민참여 공개회의(타운홀 미팅)가 진행됐다. 타운홀 미팅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각각의 4대강 유역 물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정책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물 정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답변했다.
일부 시민들은 새로운 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물 생태계 관리는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지난 30년간 숙원 과제였던 낙동강 통합 물관리를 정부와 합심해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강원에 사는 한 시민은 “지역에 소규모 지하수 저류지를 많이 만들어 가뭄 비상 때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특히 강원 산간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 가까운 소규모 저류지에서 물을 공급받아 산불 진화에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필요한 지역에 다기능·다용도의 저류지를 더 많이 구축하자는 것이다.
낙동강 유역에 사는 한 시민은 원수를 그대로 먹는 물로 쓰는 낙동강 유역에서 해마다 녹조 현상이 출현해 불안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진애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장은 즉석 답변에서 “녹조의 원인 생물인 남조류가 생존하기 좋은 환경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남조류가 고온을 좋아하는데 가뭄·폭염 기후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남조류가 좋아하는 양분과 인은 농지·토지에서 흘러들어 오지 못하도록 초기부터 유입을 막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또 정체된 물도 남조류가 좋아하는데 상주에서 창녕까지 140km에 걸쳐 8개의 보가 있다. 댐과 보를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부 지역의 상습적인 가뭄과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한 충남 시민의 질문도 이어졌다. 답변에 나선 이상진 금강유역물관리위원장은 “충남 서부는 담수량보다 수요량이 많은 지역이다. 보령댐 상류 하천에 비상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대청댐을 연결해 가뭄에 대응하고 있다”며 “또 지방 상수도 효율화를 통해 극한 가뭄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의 한 시민이 영산강 물 자립과 수질 개선 대책을 질문하자 정재성 영산강·섬진강유역물관리위원장은 답변에서 “영산강 유역에 농토가 많아서 갈수기에 물 부족 문제가 있다”며 “농업용수 사용 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로 효율적인 물 이용 방안을 찾아내 물 자립도를 높이고 절수형 농업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2022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이 질문 및 정책 제안자로 참여한 ‘타운홀 미팅’이 열리고 있다.│유튜브
물관리 정책 성과 및 향후 과제 제시
한정애 장관은 타운홀 미팅을 마치면서 “각 유역 안에서도 물이 충분한 곳과 부족한 곳이 섞여 있다. 통합적으로 물이 소통되고 배분될 수 있도록 지역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용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수자원 유역 거주 주민들의 배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또 이영기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이 정부가 실행해온 물관리 정책의 성과와 앞으로 과제 및 물관리 정책 전망을 설명했다. 정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물관리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먹는물 수질을 실시간 관리하는 스마트 상수도 구축 ▲유기성 바이오에너지 등 수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로 실현하는 탄소중립 등의 정책 성과를 달성했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물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계획을 2021년 6월에 수립했다. 이어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앞으로 10년간 물관리 정책의 구심이 될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수많은 국민, 전문가들과 소통을 거쳐 확정했다. 물 정책의 미래 전망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로 정해 그동안 인간 중심 물관리에서 자연을 함께 고려하며 기후위기에도 안전한 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먹는물 복지정책으로는 그동안 이원화됐던 광역과 지방 상수도를 통합 관리해 효율을 높였다. 특히 취수에서 수도까지 수질·수량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방·광역상수도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2020~2023)이 대표 사업이다. 광역과 지방 상수도 시설의 연계를 강화해 상습가뭄지역인 충남 서부(39만 명) 지역의 물 부족을 해소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난 대응능력도 향상
낙후·취약 지역의 노후 상수도를 정비(2017~2024)하고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 안전한 물 공급도 추진했다. 경남 남해군 유수율 제고(32→70%)로 40년간 제한 급수를 해소하고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 최초 지하수 저류지를 설치(2020년 12월, 110㎥/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난 대응능력도 향상됐다. 댐과 하천의 홍수방어기준을 강화하고 홍수예보 지점을 늘려 홍수 대응 역량을 높였다. 녹조의 경우 감시체계를 일원화해 수질예보제를 조류경보제로 통합하고 낙동강 물금·매리를 경보 발령 지점으로 추가했다.
건강한 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천의 자연성도 높였다. 1987년부터 35년간 해수·담수의 유통을 막았던 낙동강 하구둑 개방 실험(2019~2021)을 통해 기수역 생태계 복원의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개방 후에 하구둑 상류에서 물고기 종과 개체수가 증가하고 장어·청멸치·전갱이 등 어종을 확인했다”며 “4대강 보는 물 이용에 불편함을 주지 않고 4대강의 자연적 흐름을 확보해 수질개선과 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물’ 정책도 폈다. 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시작해 2020년 6월에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 11월 합천호 수상태양광을 준공했다.
2021년 6월에 낙동강 먹는물 갈등을 해소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대표적인 모범 사례 창출로 꼽힌다.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1991년의 페놀 유출 사고 이후 먹는물 불안으로 갈등을 빚어온 낙동강의 안전한 먹는물 공급 방안을 확정했다. 안전한 물(구미 해평취수, 황강 복류수, 창녕 강변여과수)을 대구·부산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활용 스마트한 물관리
미래 물관리 정책 전망으로는 정부의 물 일원화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물 가치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 최고의 스마트한 물, 모든 세대와 생명을 위한 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물”을 위한 정책을 중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모든 국민과 동식물이 하나 된 물의 혜택을 체감하고 또 생명의 원천이 되고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한 물을 위해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수·치수·환경의 실시간 통합·집중·원격 관리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물 재해를 사전 예측하고 맞춤 대응 시스템을 확보한다. 원수에서 수도, 하·폐수까지 전 과정에 걸쳐 물을 실시간 관리하고 수량을 통합 관리(지표수·지하수 등)한다. 국가하천은 나노 단위까지 수질을 관리한다.
정부는 모든 세대·생명을 위한 물의 가치로 “모두가 혜택을 받는 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물”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지는 도심 명품 하천을 조성하고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리는 물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합리적 물배분·조정, 수도사업 통합을 추진한다. 물 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수상태양광, 수열에너지, 바이오가스) 생산도 늘린다. 경제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국내 물산업이 미국·유럽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특히 불순물이 완전 제거된 물로 반도체 생산 정밀 공정 등에 쓰이는 ‘초순수’의 경우 일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국내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20대 품목 육성에 초순수도 포함할 방침이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