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녁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물굽이와 갈대밭
전남 순천 ‘남파랑길 61코스’
전남 순천은 요즘 우리가 갈구하는 삶의 열쇳말을 곧잘 담아내는 여행지다. 상생, 위무, 치유….
드넓은 갯벌에 갈대 군락과 수많은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순천만이 그러하고 화목이 어우러진 순천만 정원은 거칠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위무해주는 치유 공간에 다름없다.
따스한 봄날 매향 그윽한 절집 선암사는 또 어떠한가.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만큼 심신을 다스릴 안식처가 바로 그곳이다. 순천은 남파랑길 61코스(와온~화포)를 품고 있다. 드넓은 갯벌과 나란히 걷는 코스를 따라 해풍에 일렁이는 갈대밭을 유유자적 누비자면 ‘순리를 담은’ 순천의 진면목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다.
남파랑길 61코스, 와온해변~화포를 잇는 구간은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매력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호젓한 와온포구를 지나 광활한 갯벌과 용산전망대, 잘생긴 갈대가 일렁이는 순천만습지를 거니는 동안 발품이 아깝지 않을 여정이 이어진다. 총거리 15.6km, 쉬엄쉬엄 6~7시간 정도면 행복한 봄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람사르습지와 광활한 갈대밭 그리고 해넘이
와온해변~용산
남파랑길 61코스의 출발지 와온은 자그마한 포구다. 그래서 더 정감이 느껴지는 곳. 포구에는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데크길을 만들고 사진 포인트도 마련해 두었다. 남파랑길은 포구 뒤 언덕위로 향한다. 매화밭을 끼고 툭 튀어나온 해안 쪽을 굽이치도록 길을 만들었는데 춘분지절 매화의 자태가 솔섬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담아낸다. 코스 설계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와온해변, 갯벌을 따라 걷는 길은 곳곳이 사진 촬영 포인트다. 바다 위에 떠있는 손바닥만 한 섬이 소나무 몇 그루를 이고 있는데 그 풍광이 멋스럽다. 흔히들 용산에서 굽어보는 순천만 해넘이를 최고로 꼽지만 솔섬으로 지는 낙조 또한 이에 못지않다. 유려하게 굽이치는 갯골의 금빛 실루엣이 압권이다.
와온해변 주변 전망 좋은 곳들에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그 분위기에 절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진다. 길 따라 곳곳에 벤치도 놓여 있다. 적재적소, 다리쉼을 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연안습지와 광활한 갈대밭 그리고 해넘이를 감상해보라는 배려가 담겨 있다.
용산은 순천만 최고의 감상 포인트다. 와온해변을 따라 이어진 길은 야트막한 용산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솔숲길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탁 트인 경관, 광활한 순천만 습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도와준다면 해질녘 황금빛 물결을 싣고 에스(S)자로 휘감아 돌아 흐르는 갈대밭 물길의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용산 능선 곳곳에 작은 전망대가 있다. 저마다 순천만의 또 다른 풍광을 담아낸다. 이후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순천만 습지로 이어진다.
▶시원한 해풍에 ‘자유’가 실렸다. ‘순천만 갈대밭’
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순천만 갈대밭’
순천만~화포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순천만은 국내 최대 염생습지(800만 평)가 펼쳐져 있다. 전국 최초의 갯벌 명승지답게 흑두루미를 비롯해 200여 종의 철새와 광활한 갯벌 그리고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 순천만은 육로와 물길로 살펴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대대포구 일원으로 뻘을 막은 방조제와 갈대밭 탐사로, 갈대밭을 휘돌아 순천만으로 빠져 나가는 물굽이 등의 경관이 일품이다. 대대동과 방조제로 이어진 우명 지역은 붉은 낙조 속 갈대밭이 볼만하다.
광활한 갈대밭 사이에 놓인 나무데크에 들어서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머무르고 싶고 교감하고 싶은 의지의 반영이다. 갈대밭에는 시원한 해풍이 불어든다. 서걱거리며 실어내는 바닷바람이 그처럼 맑고 상쾌할 수가 없다. 갈대 잎이 갯내음조차도 걸러내는 효과가 있어 유독 청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갈대숲으로 뻗은 나무 데크는 여유와 행복의 길이다. 친구, 연인,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데크 아래 갯벌은 작은 칠게, 밤게, 짱둥어들 세상이다. 순천만을 찾은 이들을 구경삼아 갯벌에 죽 나와 노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순천만 제방에 가까워지면 철새 서식지가 나타난다. 검은머리갈매기, 흑두루미, 흑부리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이 순천만의 갈대 군락을 은신처 삼아 서식하고 있다. 철새보호를 위해 동계시즌(10월 말~4월)에는 인안교에서 순천만습지를 잇는 남파랑길 61-1 우회 코스를 이용해야 한다.
갈대밭을 벗어나 부드러운 흙길을 밟게 되는데 데크길을 걷던 촉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자연과 더 가까워진 분위기 속에 시원한 봄바람을 벗삼아 둑길을 걷는다.
장산 마을 주변 벚나무들은 발그레한 꽃망울을 금세라도 터뜨릴 태세다. 한 사나흘 봄햇살을 받으면 화사한 벚꽃이 피어오를 참이다. 마을 인근에는 짱뚱어를 활용한 체험시설이 있다. 순천만 갯벌의 특성을 활용한 대나무 낚시, 뗏목 타기, 갯벌관찰, 함초 따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종착지 화포는 옛포구의 정취를 담고 있는 한적한 갯마을이다. 해안은 칠면초, 나문재 등 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고 밀물과 썰물을 활용한 전통 어로방식인 건간망도 설치돼 있다.
▶순천만정원의 호수공원
봄을 가득 담아 매향 그윽한 고찰
선암사
순천시 조계산(884m) 동쪽 기슭에 자리한 선암사는 선종의 총본산 도량으로 순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조계산 서쪽 기슭에 들어찬 거찰 송광사가 남성미를 간직하고 있다면 선암사는 아기자기한 경내와 수더분한 가람, 아름다운 수목이 어우러져 여성미를 담아낸다. 특히 국내 최고령의 선암매를 비롯해 수백 년 된 매화 60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어 봄이면 이들 매화의 고혹한 자태가 고찰에 운치를 더한다.
인생무상 부도탑 군락지를 지나면 선암사 최고의 명물 승선교를 만난다. 보물 40호인 승선교는 조선 숙종 때 호암 선사가 자연 암반 위에 축조한 무지개다리다. 이른바 홍예교로, 계곡과 나무, 물에 비친 강선루의 반영이 한 폭의 그림에 다름없다.
일주문, 범종루, 만세루를 지나면 두 기의 삼층석탑을 거느린 대웅전이다. 세월의 풍상 속에 단청이 바래고 벗겨져 담담한 미를 담아낸다.
선암사는 절집 포행의 묘미가 있는 곳이다. 잘 가꾼 정원과 돌담 그리고 석축이 선암매와 조화를 이뤄 고풍미를 담아낸다. 무우전의 담장과 건물도 아름답다.
선암사 입구에는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다. 편백숲을 지나면 나서는데 한옥의 정취 속 다도 체험에 차 한 잔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한옥스테이도 가능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 정원 한 눈에
순천만 정원
순천만 정원은 정원박람회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명품 정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박람회장 서문으로 들어가면 한국정원이 나선다. 궁궐의 정원, 군주의 정원, 서민의 정원들을 마련해두었다. 궁궐의 정원 돌다리를 건너면 창덕궁 부용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원에는 임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만든 불로문, 어수문, 만월문 등을 세워두었다.
주 박람회장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국가의 정원이 있다. 프랑스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축소판을 옮겨다 놓았다. 네덜란드 정원은 튤립과 풍차가 이국적 풍광을 더한다.
시원스런 호수가 펼쳐진 호수공원도 인기다. 호수공원은 순천만이 지구의 정원으로 성장할 꿈을 상징하고 있다.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쟁스가 순천에 머무르며 디자인했다. 6개의 언덕과 호수, 데크로 꾸며진 호수공원은 순천 지형을 축소해 표현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열차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KTX 2시간 30분 소요.
승용차 완주∼순천간 고속도로~순천시~와온포구
대중교통
•순천역~와온해변(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33<상내리>) 순천역에서 98번 버스~와온해변 하차. 40~50분소요 택시 2만원(20분소요)
•순천역~화포해변(순천시 별량면 학산해안길 67) 화포 정류장에서 81, 82번 버스~순천역, 순천종합버스터미널 하차. 30~40분 소요
▶짱뚱어탕
▶영일기사식당의 백반
뭘 먹을까?
순천은 남도 미식기행의 중심지격이다. 지리산자락, 순천 들녘, 여자만 등 깊은 산과 바다, 기름진 들녘에서 나고 자란 산채와 버섯 등을 나물로 무치고 볶거나 절임을 해서 밑반찬부터가 맛깔스럽다.
•영일(기사)식당 백반 정식 순천시 풍덕동에 자리한 40년 전통의 밥집이다. 18가지 맛깔스런 반찬으로 푸짐한 한 상을 차려준다. 얼큰한 콩나물 소고기국, 홍어회무침, 서대조림, 꽃게무침, 풀치(갈치 새끼)무침, 칠게장, 밴댕이젓, 취나물무침, 마늘선, 버섯볶음 등 매일 마련한 반찬이 한결 같이 맛나다. 1만 2000원(1인 기준)
•5일장으로는 지역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손꼽히는 순천 아랫시장에 자리한 ‘영하우스 소주방’은 매콤새콤하게 무친 서대회, 도다리쑥국, 주꾸미볶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꼴뚜기 데침 등을 잘 하는 집이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도 괜찮다. 이밖에도 웃장 순복식당의 국밥, 순천만 갈대밭 쪽 대대동으로 나가면 주변에 짱뚱어탕을 끓이는 집이 여러 곳 있다. 순천은 푸짐하고 맛깔스런 한정식도 유명하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한반도관광 활성화,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