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개관에 부쳐
제103주년을 맞은 이번 3·1절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을 모시는 국가보훈처장인 내게 아주 뜻 깊게 다가왔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마침내 3·1절 행사를 계기로 국민에게 개방된 것이다.
이날 기념식을 계기로 국민에게 선보인 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과 역사를 담은 곳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관 건립 의지를 천명한 지 4년 반 만에 완공됐다. 임시정부기념관은 말 그대로 일제에 국권을 상실한 뒤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까지 활동한 내용을 한 곳에 모아 조성됐다.
옛 서대문구 의회 자리에 둥지를 튼 임시정부기념관 옥상정원에 서면 가까이는 적색 벽돌이 선명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고문하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멀리는 독립운동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독립문을 품은 독립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왼쪽으로는 인왕산이, 정면 멀리엔 남산이 시야에 훤히 들어와 망국의 한은 물론, 광복 이후 번창한 오늘의 역사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조국 독립, 광복 역사 등을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국권침탈과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국내에서 항일투쟁이 어려워지자 대부분의 항일투쟁이 중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진행됐다. 독립운동을 기념할 장소도 대부분 중국에 있다. 국내에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임시정부 관련 전시물이 있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역사학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권쟁취를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 역사와 그 노력 등을 오롯이 담은 기념관 조성을 갈망했다. 임시정부기념관은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생활 속에서 선열들 발자취 체험
임시정부기념관에서는 임시정부의 세세한 활동과 기록 등을 한 곳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임시정부를 세운 그날, 중국 상하이에서 1919년 4월 10일 밤 10시부터 이튿날 임시정부 수립까지 열린 12시간의 첫 임시의정원 회의의 열띤 토론과정을 압축된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과 대일선전성명서, 일본의 항복문서까지. 1919년 4월 11일부터 자주독립 쟁취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선언했던 임시정부의 항일 무장투쟁과 외교활동 등 27년의 여정을 이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국호,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상징을 공식화했으며 ‘민주공화제’를 선포했다. 이에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여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에 그 정통성과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시정부기념관 개관으로 국민이 선열들의 국권회복을 위한 수많은 노력 등을 살필 수 있는 장소가 한 곳 더 생겼다. 서울에 자리해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대한민국 독립운동 역사를 면면히 기억하고 계승하는 또 다른 역사공원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산 교육장임에 틀림없다.
앞으로의 과제 또한 분명하다. 우선 관람이 안전하고 쉽게 이루어지도록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인근에 있는 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과 연계한 독립역사문화벨트를 조성해 독립과 민족정신을 살리는 더 많은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전시물도 더 발굴하여 볼거리를 늘리고 즐길 거리도 함께 제공해 후대에게 유익한 교육의 산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이 생활 속에서 선열들의 발자취를 체험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4층 상설전시실로 구성
6월 26일까지 특별전 열려
국가보훈처는 3월 1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자주독립과 민주공화제의 정신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재조명해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추진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공식 개관했다고 밝혔다.
국가가 직접 건립·관리하는 임정기념관은 2020년 4월 11일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일에 기공식을 거쳐 올해 2월에 마무리됐으며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옛 서대문구의회 부지에 건립됐다.
규모는 부지 3656㎡(1106평), 연면적 9703㎡(2935평)로 지하 3층, 지상 4층 건물에 3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 라키비움, 옥외 상징광장, 수장고, 다목적홀, 옥상정원 등이 갖춰져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된 3·1운동부터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 활동을 주제 중심으로 구성한 상설전시실은 2층에서 4층까지 1656㎡(501평)의 넓이에 전체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됐다.
2층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상설전시 1관)에서부터 3층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사람들’(상설전시 2관), 4층의 ‘임시정부에서 정부로’(상설전시 3관)등 총 3개의 전시실을 동선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또 1층 특별전시실에는 6월 26일까지 ‘환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돌아오다’를 주제로 개관 특별전이 개최된다.
특히 기념관 1층 옥외광장에 설치된 ‘역사의 파도’라는 주제의 상징벽 작품은 임시정부의 독립 염원과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에 이르는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상징벽 작품은 관람객의 개인 휴대폰을 통한 증강현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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