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손에 잡히는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주택 건설 인허가와 착공 등 공급 선행지표가 2021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된 데 힘입어 2022년에는 주택 분양 및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주택 공급 둔화 추세는 이제 확실한 증가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2021년 2월 4일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3080+ 대책)에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2025년까지 서울 32만 3000호를 포함해 전국에 걸쳐 83만 6000호가 들어설 수 있는 추가 부지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이다.
3080+ 대책은 물량 못지않게 사업 추진 방식 또한 획기적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만큼 신속한 인허가 절차와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고 토지주와 주민 등에도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공해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기존에 확정된 127만 호 규모의 주택 공급에다 3080+ 대책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문재인정부에서 수립된 주택 공급 계획은 모두 약 210만 호에 이르게 됐다. 역대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공급이다.
공급 목표 물량의 60% 수준 입지 확보
국토교통부는 3080+ 대책 발표 뒤 1년여 만에 목표 물량의 60% 수준인 약 50만 호의 입지를 사실상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3080+ 대책에 따른 주택 공급 확대 방안 가운데도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이다. 새로운 주택 공급 모델인 도심 복합사업은 공공 주도로 역세권이나 저층 주거 밀집지와 같은 도심 내 노후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해 16만 호 규모의 신축 주택 중심으로 문화·업무·상업시설까지 갖춘 복합 공간을 신속하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협의 등을 거쳐 2월 말 현재까지 누계로 76곳(약 10만 호)의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를 발굴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26곳(3만 6000호)은 법적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고 2021년 연말에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등 7곳(1만 호)에 대해 1차 본지구 지정까지 마쳤다.
도심 복합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인 공공주택 특별법과 하위 법령이 시행된 것은 2021년 9월 21일부터다. 이처럼 근거 법령을 시행한 지 2~3개월여 만에 행정 절차와 지구 지정까지 완료하는 주택 공급 사업은 드물다. 도심 복합사업을 재개발 등 민간이 주도해온 기존 도시 정비사업과 비교해 보면 후보지 선정에서 지구 지정까지는 4년 이상 짧고 앞으로 지구 지정에서 착공 및 분양과 준공·입주까지 걸리는 기간도 7~8년이 짧아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이미 50% 이상의 주민 동의를 확보한 후보지가 33곳에 이르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2022년 말까지 도심 복합사업 지구 지정으로 약 5만 호의 추가 입지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구 지정을 완료한 구역에서는 설계 공모, 시공사 선정, 사업계획 승인 등 후속 절차도 통합심의로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3080+ 대책에서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 조성 사업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2월 말 현재까지 신규 지정 공공택지 25만 9000호와 세종시 용도변경 등을 통해 확보한 1만 3000호를 합쳐 27만 2000호의 주택 입지가 사업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당초 계획(26만 3000호) 대비 9000호 가량 증가한 물량이다. 신규 공공택지의 경우 광명·시흥(7만 호), 의왕·군포·안산(4만 호), 화성·진안(3만 호) 등 신도시급(330만㎡ 이상) 입지가 여럿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잔여 공공택지 지구 지정을 완료해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공공택지의 입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2022년에는 지구 지정 기준으로 수도권에서만 20만 호 수준의 신규 공공택지가 추가로 공급된다. 이는 2010~2019년 사이에 수도권의 연평균 택지공급 3만 7000호의 다섯 배를 넘는 수준이다.
주택 건설 인허가 및 분양 확대 본격화
도심 주택 공급 확대의 또 다른 한 축인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은 공공 재개발 중심으로 2월 말 현재까지 서울 2만 7000호 등 모두 3만 7000호의 후보지를 발굴했으나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다소 더딘 편이다. 공공기관이 정비사업 시행자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인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 재개발·재건축 후보지로 7곳을 이미 선정하고 각 후보지의 시행자 선정 작업까지 마무리한 만큼 입법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만 하면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의 효과는 2021년 주택 공급 선행지표에서부터 나타났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1년 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인허가 기준 전국 54만 5000호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특히 서울에서 아파트 건설 인허가는 5만 4000호로 2020년(3만 호)보다 76.7%나 급증했다.
착공 실적은 아파트 47만 3000호를 포함해 전체 58만 4000호로 전년 대비 각각 10.9%, 11.6%씩 증가했다. 2021년 분양 실적은 37만 5000호로 7.3% 증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행지표 개선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2022년에는 분양, 준공까지 포함한 모든 주택 공급 지표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우선 2022년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사전청약 7만 호까지 합쳐 총 46만 호다. 이는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10년 동안 연평균 분양 실적보다 약 30% 많은 물량이다. 준공 및 입주 물량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2021년 24만 7000호에서 2022년 27만 3000호로 전국에서는 43만 1000호에서 48만 8000호로 12.3% 증가할 전망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주택 건설 인허가와 분양물량 확대는 2~3년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에 반영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2023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 과잉을 우려할 수준인 매년 56만 호의 주택 공급 및 추가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한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