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못한 나라 안팎 경제 상황
새 봄을 맞아 맞닥뜨린 나라 안팎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충격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던 글로벌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이자 에너지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주요 식량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과거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경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원자재 대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각종 원자재 가격 지수를 종합하면 올 초에 견줘 22% 이상 상승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최근엔 장중 139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외신들은 최악의 경우 2022년 안에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1990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장 심각한 석유 공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세 배 가까이 뛰었고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부품인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심상치 않은 글로벌 경기
식량난도 예상된다. 외신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러시아는 밀 수출 1위, 우크라이나는 5위). 보리와 옥수수 등을 포함한 전체 곡물 수출량은 12%다.
식량 공급 대란은 유럽 등 선진국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이 지역 8억 명의 인구가 영향을 받는다. 식량난은 정치적 불안을 낳는다. 지난 2010년 ‘아랍의 봄(아랍·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 일대에서 확산된 반정부 시위운동)’을 촉발한 민중들의 시위도 식량난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함께 러시아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마련된다. 유럽연합도 러시아의 최혜국 우대 지위를 박탈해 러시아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조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다. 이미 푸틴은 러시아산 200개 품목의 수출을 금지했다. 만약 푸틴이 석유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면 세계 에너지 대란은 불가피하다. 이는 이미 7% 수준에 이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악화를 불러오고 각국 정부의 금리 인상과 기업들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경기는 급속하게 침체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부른 경제 불평등
국내 사정도 별로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낳은 자산·소득 격차로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순전히 일해서 벌어들인 소득 불평등도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악화됐다.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2019년까지 꾸준히 개선되던 10분위 배율(10분위 임금을 1분위 임금으로 나눈 값)과 지니계수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모두 반전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상·하위 계층의 양극화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상위계층의 근로소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증가했지만 하위계층은 하락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통계청이 2021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에 따른 계층을 5분위로 나눠서 상위 20%와 하위 20%를 비교한 값이 2017년에는 99.7배였으나 코로나19 이후 2020년에는 166.6배로 벌어졌다. 2020년에 하위 20%의 순자산은 675만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지만 상위 20%는 11억 2481만 원으로 증가했다. 만인은 위기 앞에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대공황이 한창일 때 미국 32대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유명한 취임사를 남겼다. 이 말이 멋진 취임사로 남게 된 것은 그의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감한 사회보장제도,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강화, 은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 강화, 대규모 실업자 구제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월가의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지만 그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위기 때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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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