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텔랩스 김두수 대표가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개인 이동 장치 ‘프리웨이’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웨이’는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해 탑승자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인공지능 기반 제조기업 ‘삼텔랩스’ 김두수 대표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왔어요. 월급을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죠.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더 이상 돈과 삶을 연동해 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때 사표를 썼어요. 일 그만두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그동안 못 한 걸 해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행 중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까지 하게 됐네요.”
인공지능(AI) 기반 제조기업 삼텔랩스 김두수(57) 대표는 2020년 8월 창업가로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인텔코리아에서 기술지원총괄 전무로 22년 근무한 뒤 조기 퇴사하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이었다.
‘애초에 창업은 전혀 생각이 없었다’던 그는 인공지능 보안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중 정부의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알게 됐고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기업을 설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조기 퇴직 후 자율주행 개인 이동 장치 고안
삼텔랩스를 대표하는 ‘프리웨이’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레벨5 자율주행(완전자율주행) 개인 이동 장치다. 고급 안마의자를 연상케 하는 외관에 전동 휠체어의 기능을 탑재한 듯한 기기는 탑승자가 스크린을 통해 목적지만 입력하면 이후엔 어떤 조작이 없어도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특히 기기가 사람과 사물을 구분해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경우 더욱 속도를 낮춰 이동하며 스크린 조작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음성인식기술을 탑재했다. 김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보며 이 같은 이동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직접 개발까지 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유럽 4개국 패키지여행(한묶음 여행)을 갔는데 공항이 워낙 넓다 보니 다니기 힘들어하시더군요. 특히 유럽 여행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가게 되는데 한참 서서 작품을 관람해야 하니 어머니가 힘들어하셨죠. 그때 가까운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휠체어는 밀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전동 휠체어는 조작이 어렵고…. 그래서 생각해낸 게 프리웨이예요.”
프리웨이는 쇼핑몰, 공항, 박물관, 미술관 등 넓은 공간이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2021년 인텔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의료용 이동 장치로 주목받으면서 쓰임이 더욱 다양해졌다.
인텔은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할 때 프리웨이를 이용하면 의료진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서 프리웨이에는 인텔 코어 프로세서 등 인텔의 핵심기술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프리웨이는 지금보다 경량화한 모습으로 개선 후 상용화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창업 최고 지원 인프라 갖춰”
설립 3년 차인 삼텔랩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산업용 임베디드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을 통해 지금까지 모든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창업을 위한 최고의 지원 인프라를 갖췄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현재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성남 중장년 기술창업 지원센터 역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산하기관이다.
센터는 40세 이상의 중장년 창업가를 육성할 목적으로 입주 공간을 비롯해 창업 교육, 경영 컨설팅(상담), 사업화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삼텔랩스는 센터의 소개로 프리웨리를 활용해 성남시가 추진하는 ‘노약자 이동성 복지를 위한 규제샌드박스 테스트 및 시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경력과 전문성, 네트워크를 갖춘 중장년이라면 창업에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섣불리 창업에 뛰어들거나 무조건 창업을 권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생기업의 90% 이상이 민간투자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을 직시한 냉철한 조언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오픈소스(공개 자료)로 기술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아이디어에 적용해 제품으로 구현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기술개발을 끝내고 나면 시장의 상황이 달라져 경쟁력이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해요. 중요한 건 사업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신생기업의 생존은 자금력이 관건인데 민간투자를 받으려면 최소 3년 안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과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해요. 공공성을 중요하게 보는 정부 지원과는 또 다르죠. 프리웨이도 상용화를 위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성공 사례만 봐선 안 돼요. 구체적인 사업 시나리오를 갖춘 뒤 창업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글·사진 조윤 기자
은퇴 후 창업의 꿈 기술창업지원센터가 응원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33개 중장년 기술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한 만 40세 이상 중장년 (예비)창업자의 기술창업을 지원한다. 입주 창업자는 최대 2년간 사무 공간을 비롯해 창업 교육, 네트워킹(협력망), 멘토링(지도), 사업화 연계 등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중기부는 “고령화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등으로 중장년 창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센터는 퇴직 중장년을 생활창업이 아닌 기술창업으로 이끄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 신청
센터 직접 방문 또는 K-스타트업 누리집(www.k-startup.go.kr)을 통해 이력서와 신청서 등 제출
*모집 일정
연중 수시 모집(33개 센터별 모집 일정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