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조달 플랫폼 ‘공새로’ 남가람 대표
“건설 현장의 ‘배민(배달의 민족)’입니다.”
남가람 ‘공새로’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이같이 표현했다. 공새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건자재 조달 플랫폼 신생기업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수많은 음식점과 소비자를 이어주듯 건자재 공급처와 수요처를 연결해주는 모바일·웹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남 대표는 “건설업은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마지막 남은 산업 분야 중 하나다. ‘토스’가 은행업에서, ‘마켓컬리’가 식자재 유통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급속히 가져왔듯 공새로가 건설업에서 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8월 설립한 기업 명엔 ‘공사의 새로운 로드맵’이란 뜻을 담았다.
“아직도 건설현장에선 공급자와 수요자가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1:1로 소통해요. 이 과정에서 주문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원하는 때 주문하기도 쉽지 않아요. 대부분 한 업체와 계속 거래하다 보니 가격을 비교하기도 어렵고 가격 변동이 있을 때 대응도 어렵죠. 공급 업체 측에서도 언제 얼만큼 수요가 있을지 모르니 재고관리가 어렵고요. 공새로 플랫폼을 활용하면 품목별 시세 조회, 공급사 연결, 적시 배송이 가능해요. 주문 통계가 쌓이면 수요 예측과 사업성 분석, 현금흐름 관리까지도 할 수 있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건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는 거죠.”
앞서 포스코건설 8개 현장에서 무료 시험 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공새로를 통해 30.8%의 원가가 절감되는 성과를 얻었다. 정식 앱은 3월 중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2021년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패스파인더 대상, 창업활성화 유공 포상, 청년창업사관학교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 등 화려한 성적표에선 시장의 큰 기대감도 읽을 수 있다. 투자유치도 활발해 포스텍홀딩스로부터 2억 원,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1억 원을 투자받았다. 일단 2023년까지 수요·공급처를 각각 100곳 이상 확보하는 게 목표다.
▶남가람(38) ‘공새로’ 대표는 “뭔가 개선, 혁신해보고 싶은 소명이 있다면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려는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창업에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장 비효율 해결하려다 창업까지 했죠”
공새로의 강점은 수만 건의 건자재 공급사 데이터, 주요 건자재 속성 데이터, 건자재 발주 데이터 등을 보유한 데 있다. 이는 포스코건설과 협력해 확보한 자료로 남가람·이동현 공동대표는 포스코건설에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중 2020년 사내벤처 2기로 창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사내벤처 출신인 만큼 협력 과정에서 일종의 혜택도 있지만 2021년 분사 창업한 뒤부턴 서류상 ‘휴직’ 상태로 회사가 주는 월급도, 책상도 없는 그야말로 맨손의 창업가가 됐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직업인으로서 열망과 생산자로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자연인으로서 꿈이 남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포스코건설은 구성원이 6000명에 이르는 대기업이에요. 건설현장에서 느낀 비효율을 개선하고 싶었는데 이런 대기업에선 시스템 하나가 바뀌는 데 10년이 걸려요. 그래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사내벤처 공모에 지원했죠. 월급은 직장 다닐 때 75% 수준으로 줄었고 사업을 하니 업무시간 외에도 늘 일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도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스스로 하나씩 목표를 이뤄나가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커요. 분사 창업 후 3년 뒤엔 복직할지 퇴사 후 창업을 이어갈지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복직할 생각은 없어요. 안정성을 좇기보단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남 대표는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부가 청년 창업가를 위해 입주공간부터 창업 교육, 정책자금과 판로 연계 등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기초를 닦았다. 명칭에 걸맞게 창업에 필요한 각종 교육이 8개월간 학교 수업처럼 이어졌고 1:1 전문가 멘토링도 매주 받았다. 전국 18곳에서 운영 중인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선 매년 입교 기업을 선발하는데 남 대표는 “비슷한 처치의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특히 좋았다”고 했다.
“소명의식 없인 ‘제2벤처 붐’도 없어”
그는 이 밖에도 예비창업패키지, 데이터바우처지원사업 등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사업을 십분 활용했다. 남 대표는 “업력 3년을 기준으로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도약창업패키지 등 정부가 예비·초기 창업가를 지원하는 사업이 굉장히 다양하다. 이것 말고도 정부 지원이 두터워 창업 초기 2, 3년은 망하는 게 더 어려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남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건 ‘소명의식’이다. 이는 ‘제2벤처 붐’이라 불리는 지금의 열기가 계속되기위한 열쇳말이기도 하다.
“뭔가 개선, 혁신해보고 싶은 소명이 있다면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려는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창업에 도전하면 좋겠어요. 성향도 맞아야 하고요. 또 벤처 창업 붐이 지속되려면 정부 지원이나 민간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자기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해요. 유니콘 기업 몇 개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성공의 과실을 나눠야죠. 그런 소명의식이 없으면 창업 시장도 양극화되고 말겁니다. 저 역시 성공해 또 다른 창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게 꿈입니다.”
글·사진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