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달그림
전소영 작가의 <연남천 풀다발>을 만난 건 2018년 4월이었습니다. 이런 멋스러운 그림책이 있다니!!! 표지에 풀꽃 한다발이 그려져 있는 이 책을 건네받을 땐 누군가 나를 위해 들에 핀 들꽃들을 꺾어 정성스레 만든 꽃다발을 하나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아름다운 그림이 한 권의 화보집 같이 엮여 있어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 나를 위해서 사는 선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일상에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풀=잡초를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사유의 글을 적어 그림 에세이 같은 그림책으로 이제껏 그림책은 아이들의 책으로 여겼던 이미지를 <연남천 풀다발>은 어른의 언어로 된 어른의 그림책,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그림책의 한 장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됐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첫 문장에서부터 반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을이 어찌 시작인가? 가을은 마무리하는 시기이며 모든 푸르름이 사그라드는 시기이거늘 전소영 작가의 가을을 시작이라고 표현한 너무나 신선한 시선에 생각이 전환되며 그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요소를 만듭니다. 유독 <연남천 풀다발>이 40~5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이 문장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생의 사계절 중 싱그럽고 풋풋한 시기가 지나간 가을 같은 때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장에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말해주니까요. 그때부터 이 책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보고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처를 만나게 되고 힘들고 지친 상황 속에서 위로받고 격려를 받는 경험을 합니다. 나를 보고 나를 읽어주는 도구로 그림책은 매우 탁월합니다. 그림책을 통해 어릴 때 난 이런 아이였고 난 어떤 것을 잘하고 싫어하며 좋아하고 꿈을 어떤 것이었는지 말입니다. 일그러진 관계와 내면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가는 힘을 길러 주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그림책의 어른 독자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 권의 그림책으로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는 잘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그림책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진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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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