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구축한 ‘청년포털’ 갈무리 화면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가족을 돌보는 청년, 국가가 함께 돌보겠습니다.”
정부가 가족 돌봄 청년(영 케어러)의 실태 파악을 위한 발굴·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월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대책으로 돌봄 대상자가 아닌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가족 돌봄으로 인해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돌봄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 간병 부담으로 인한 비극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가족 돌봄 청년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돌봄자를 지칭한다. 정부는 “청소년·청년기에 시작된 돌봄의 부담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이어지고 이는 생애 전반에 중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미래를 꿈꿀 나이에 생계를 책임지며 가족 돌봄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청년들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청년들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돌봄에 따른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생계비·병원비·돌봄 비용 마련을 위한 경제활동 부담과 책임, 돌봄·생계 활동으로 인한 학업·진로탐색 기회 부족 및 미래 투자 부족을 국가가 돌보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족 돌봄 청년은 공적 복지 지원 대상자로 공식 분류되거나 명명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없었다.
가족 돌봄 청년에 첫 정부 지원체계 마련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발굴·조사·지원·관리·제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발굴·조사는 중·고등학생, 학교 밖 청소년, 대학생, 일하는 청년들을 대상(만 34세까지)으로 2022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현황 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한다.
또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활용해 가족 돌봄 청년을 기획 발굴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데이터를 활용한 행정조사와 온라인 패널조사를 통해 가족 돌봄 청년을 확대 발굴할 계획이다. 일정은 중·고생 현황 조사 및 청년 대상 설문조사(2022년 3~4월)→조사 통계 취합 및 발굴 명단 통계 작성 완료(2022년 4월)→지원·연계(2022년 5월부터)로 짜였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돌봄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연계해 즉각 돌봄·생계·의료·학습을 지원하고 신규로 필요하다고 확인된 지원 내용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 특히 가족 돌봄 청년 지원 사업에서 선도적인 지방자치단체(서울 서대문구)가 먼저 신규 시범사업에 나섰다. 서대문구는 2022년 1월부터 전담 추진반을 구성해 가족 돌봄 청년들에게 행정·법률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마을행정사, 마을변호사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평가한 후에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시범사업에서는 가족 돌봄 청년이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의료 지원, 돌봄 지원, 병간호, 생계 지원 등)를 범주화하고 집적해 제공하는 누리집을 구축한다. 또 마을행정사, 마을변호사와 가족 돌봄 청년을 연계해 행정기관 제출 서류 작성을 대행해준다. 마을행정사와 마을변호사가 구청, 주민센터 등에 매주 방문해 상담도 진행한다.
돌봄 청년들에 대한 관리도 체계적으로 강화한다. 가족 돌봄 청년 발굴과 지원의 핵심 지점인 지자체-병원-학교의 공적 안전망 연계·전담체계를 구축해 통합 발굴·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재학생 이외의 청소년에 대한 연계체계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도 포함한다. 병원은 의료사회복지사가, 학교는 교육복지사 및 교육복지 담당자가 상담을 통해 가족 돌봄 청년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지원 가능한 유관 기관과 연결한다.
특별법 마련해 공적 돌봄 제도화
정부는 또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공적 돌봄을 제도화하기 위해 특별법(가칭 ‘가족 돌봄 청년 등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 마련 등 법제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존 제도에서 특례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지원 조치 마련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 규정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조치들을 위해 범부처 전담 조직(태스크포스)을 구성·운영해 긴밀하고 유기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족 돌봄 청년은 이제 청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과거에 아동·노인 돌봄이 가족 테두리 내에서 개인의 책임이었으나 포용국가 아동정책, 치매국가책임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가족 부양·돌봄의 국가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가족 돌봄 청년은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되 청소년 및 초기 청년(만 24세 미만)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신규 제도도 발굴한다. 정부는 “가족 돌봄 청년의 행정 부담, 돌봄 부담, 생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발굴·검토하고 제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족 돌봄 청년 특례를 통해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