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맘 강동 길동점을 찾은 아이들이 열린놀이실에서 즐겁게 뛰어다니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저출생 극복 우수 사례’ 서울 강동구를 가다
코로나19로 결혼과 출산이 미뤄지면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0.7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속적인 출산율의 감소는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불러오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저출생 극복의 일환으로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6년째 열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장려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지자체 저출생 극복 우수사례 중 한 곳인 서울 강동구의 사례를 취재했다.
▶아이자람터에는 대형 블록판과 각종 블록이 준비돼 있다.
▶장난감도서관
영유아 복합시설 확충으로 부모들 엄지척
“강동구는 2016년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위였어요. 그런데 꾸준한 저출생 극복 노력으로 2021년에는 서울시 2위로 껑충 뛰어올랐어요.”
최근 서울시 강동구의 출산율 변화가 놀랍다. 불과 4년 만에 자치구 14위에서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저출생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렇게 높은 출산율을 나타낼 수 있었던 강동구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경희 강동구청 보육지원과 팀장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강동구가 적극적으로 출산·양육 친화정책을 펼친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부모와 아이들이 편히 놀 수 있는 공간을 구 전역에 만든 게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임산부를 위한 통합건강관리, 아이맘택시 서비스 등 출산지원서비스를 강화한 것은 물론,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늘려 육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맘 강동(영유아 복합시설)·우리동네키움센터(초등돌봄센터)·꿈미소(아동자치센터) 등 연령별 돌봄 인프라를 권역별로 늘리면서 출산·양육 친화정책을 펼쳤다.
특히 강동구만의 특화된 사업인 아이맘 강동은 부모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아이맘 강동은 미취학 영유아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장난감도서관, 열린놀이터, 아이자람터 등의 공간으로 구성된 영유아 복합시설이다. 2019년 5월 아이맘 강동 성내점(1호)을 시작으로 천호점(2호), 강일점(3호), 천호공원점(4호), 암사점(5호), 길동점(6호), 고덕점(7호), 암사시장점(8호)을 열었고 2022년에는 9호점과 10호점까지 문을 열 계획이다.
아이맘 강동은 강동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위생과 시설물 청결 관리가 뛰어난 것은 물론, 권역별로 운영돼 강동구 주민 누구든 집에서 10~15분 거리에서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연회비 2만 원만 내면 장난감과 도서 대여가 가능하고 지점별로 주제를 다르게 꾸며놓아 엄마와 아이들의 다양한 기호도 충족시키고 있다. 지점별 다양한 특성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는 전 지점을 모두 방문하는 일명 ‘도장 깨기’까지 유행하고 있다.
김경희 팀장은 “아이맘 강동은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부모들의 ‘광클 전쟁’으로 누리집 서버가 다운될 정도”라며 “아이맘 강동이 이렇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기획 단계부터 부모, 보육반장, 서포터즈, 반상회 등 주민회의를 통해 부모들이 필요한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맘 강동은 코로나19로 인원(4명씩 4팀)을 제한해 현재 오전 10~11시 30분, 오후 2시~3시 10분, 오후 4시~5시 30분 총 3회로 운영하며 쉬는 시간에는 장난감 정리, 청소, 소독 작업이 이루어진다.
▶열린놀이실 가운데에 마련된 미니 볼풀장
▶영유아를 위한 각종 그림책
“육아 관련 혜택은 강동구가 정말 좋아요”
강동구 길동점(6호)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수 있는 열린놀이터는 물론 장난감도서관까지 있어 부모들이 특히 선호하는 지점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에는 총 네 팀이 방문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라 1~2세 영유아가 많았으며 직장에 다니는 부모 대신 조부모와 함께 온 아이도 적지 않았다.
7개월 된 손주와 함께 온 김민식 씨는 아픈 딸을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아이맘 강동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가 이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 엄마가 열심히 예약해 여러 번 와봤다. 아이 엄마는 강동구에 이런 곳이 생겨 무척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아이가 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는데 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웃었다. 또한 아이가 아직 어려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이곳에서 자주 장난감을 빌려 가는데 장난감이 청결하고 품질이 높아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14개월 된 자녀와 함께 온 이정복 씨 역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이곳을 방문한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데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느냐고 물었더니 이 씨는 “예약이 너무 힘들어 예약 대신 예약이 취소된 건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빈자리가 생겼을 때 방문한다”고 밝혔다.
아이맘 강동은 아이들의 몸 상태에 따라 당일 취소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강동구에서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취소된 자리의 예약이 가능하다”고 공지를 띄우는데 예약을 못 한 부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회를 잡는다.
이 씨는 “아이와 키즈 카페(어린이 놀이방)를 가면 한 시간에 몇만 원씩 내야 하는데 이곳은 1년에 2만 원만 내면 시설 좋은 놀이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큰 장난감도 빌릴 수 있어서 무척 좋다”면서 “다른 구에는 이런 시설이 없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무료로 백일상과 돌상도 빌려준다고 들었는데 둘째를 낳으면 꼭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14개월 된 손주를 데리고 온 조영주 씨 역시 아이맘 강동의 단골손님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유아차를 끌고 산책하듯 이곳에 온다. 조 씨는 “처음에는 낯설어 울음을 터뜨리던 손주가 이제는 먼저 들어갈 정도로 좋아한다. 다양한 장난감도 많고 언니·동생들도 있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며 “맞벌이하는 자녀 부부를 위해 아이를 자주 돌봐주는데 아이와 단둘이 집에만 있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다섯 살 김수하 양은 강동구 소식지에 나온 길동점 열린 놀이터 사진을 본 뒤 “꼭 가보고 싶다”고 엄마를 졸라 이곳을 방문했다. 아이맘 강동 길동점에 처음 방문한 김 양의 어머니 연은경 씨는 “강동구는 육아 관련 지원 시설이 많아서 부모들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맘 강동, 3년 이용자 5만 명 돌파
강동구청에서 2021년 아이맘 강동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3.3%가 “아이맘 강동을 주변에 소개할 의향이 있다”, 81%가 “접근성이 편리하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3년 동안 이용자가 5만 명을 돌파할 만큼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에 강동구청은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아이맘 강동 3주년 특별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동안 아이맘 강동을 오고 싶었는데 예약을 못 했거나 사정이 있어서 못 왔던 주민들의 사연을 받아 당첨된 주인공들을 3월 28일 열리는 3주년 기념행사에 특별 손님으로 초대하기로 한 것. 이날 초청된 주민들은 백일상과 돌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이고 열린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강동구는 보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주민 중 ‘우리동네 보육반장’을 뽑아 강동구의 영유아를 둔 가정에 꼭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부모들의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보육반장과 부모 모임이 종종 아이맘 강동에서 열리는데 아이들은 친구를 만날 수 있고 부모들은 육아 정보를 나눌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경희 팀장은 “코로나19가 끝나고 난 뒤에는 회당 최대 인원(24명)까지 예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주민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강동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지자체 저출산 극복 우수사례 발굴·공유
저출생 극복, 삶의 질 개선 ‘두 토끼’ 잡기
행정안전부는 우리 사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우수사례를 발굴·공유하기 위해 2016년부터 ‘공모사업’과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저출생 대응사업 공모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지역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특성와 현장 수요에 맞는 주민 주도 사업을 발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저출생 극복에 잘 대응한 지방자치단체의 우수사례를 발굴·전파해 지역의 동참 분위기를 확산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21년 상반기에는 공모사업을 통해 5개 지자체에 15억 원을 지원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11개 지자체에 7억 원을 지원해 총 16개 지자체에 2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2021년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시·도 3곳(울산, 강원, 전남)과 시·군·구 8곳(서울 서초구, 서울 강동구, 부산 수영구, 경기 시흥시, 강원 양구군, 충남 당진시, 전남 광양시, 경북 포항시) 총 11곳이 선정됐다.
선정된 우수사례들은 ‘돌봄 수요에 대응한 공공 돌봄 서비스 강화’, ‘육아비 경감을 위한 재정지원’, ‘출산 인프라 지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 등 저출생 극복은 물론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정부 정책의 틈새를 메우는 지역 맞춤형 정책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