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서울정부청사에 있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인터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출생 통계를 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전년 대비 감소(-4.3%)했으나 감소 추세는 2016~2020년 평균 출생아 수 증감률(-9.1%)에 견줘 둔화됐다. 2021년 합계출산율(0.81명)도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으나 그 감소 추세는 2016~2020년 평균 감소 폭(-0.08명)에 비해 역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추이에서 출생률 하락세가 둔화되고 점차 회복으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일어난 것일까?
<공감>은 3월 11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박진경(52)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을 만나 저출생 정책의 성과와 대응 방향을 들어봤다.
“저출생 정책이 저출생 둔화시키는 효과”
박진경 사무처장은 2021년 출생아·합계출산율의 감소세가 둔화된 요인으로 ‘주출산 연령대 여성 인구의 증가’와 ‘기존 유배우 인구의 출산 증가’ 등 2가지를 꼽았다. 우선 인구통계적으로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 해 출생 70만 명대를 꾸준히 유지했던 제2차 에코세대(1990년대생)가 2020년을 기점으로 30대 주 출산연령에 들어서면서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저출생 정책들도 출생률 하락 폭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사무처장은 “합계출산율 감소 추세가 둔화된 데는 배우자 있는 인구의 출산 감소가 적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인데 부모의 육아를 돕는 기존의 저출생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대 이철희 경제학과 교수(2018)는 기혼 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고 양육 부담을 낮추는 그간의 저출생 대책이 없었다면 출생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저출생 대책 미시행 시 기혼 부부의 출생률 하락으로 2016년 출산율은 0.73명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출생률 감소세 둔화가 장기적인 인구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혼인 건수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가 출생률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라는 게 박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생률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가 크게 줄었다. 혼인에서 출산까지 2~3년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앞으로 3~4년간 출생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 코로나19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크게 둔화됐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도 출생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위기 시절에도 출생아 수가 예년 60~70만 명에서 40만 명대로 급감한 경험이 있다.”
박 사무처장은 다만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청년고용률이 2021년부터 회복세이고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자리 잡기 시작한 재택근무와 일·가정 양립 문화가 확산된 건 앞으로 출생률 반등을 위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끝나면 출산율 회복세 들어설 것”
통계청이 2021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도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까지 감소하고 2025년부터 점차 회복해 2031년에 1.0명에 다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결혼과 출산이 한꺼번에 크게 증가하면서 그 효과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출생률이 회복세에 들어서면 2031년에 합계출산율 1.00에 이를 것으로 본 것이다.
2018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에 도달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1명 미만을 기록 중이다. 1970년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잠정)으로 크게 감소했다. 세계 유례없는 인구 감소가 발생한 데는 우리 사회만의 특징적인 원인이 있는 걸까? 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저출생 대응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사회·경제적 측면, 문화·가치관적 측면, 인구통계적 측면으로 나눠 저출생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특히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차별적 구조’에 주목했다.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도 있으나 성평등사회 실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 이른바 ‘모성 패널티’다. 즉 여성의 결혼·출산을 전제로 한 임금·고용 차별, 노동시장 진입장벽과 승진·교육훈련 등에서 차별, 경력단절 등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공고하게 작동하면서 여성에게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을 부담시킨다. 맞벌이 결혼 부부 중에서 고비용의 양육비 감당이 어려워 결국 아이를 포기하고 기피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남성들이 굉장히 늘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에 걸맞은 저출생 대응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육아 친화적 사회·경제 시스템이 우선이다. 박 사무처장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서 주요 걸림돌은 출산·양육비 부담,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 부족, 돌봄 공백 등이 주로 거론된다”면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결혼·출산·양육을 선택한 사람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 사용할 수 있도록”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금지원 중심의 가족 지출 투자를 영아기에 집중 투자해 2022년 출생아부터 만 0~1세에게 영아수당(월 30만 원)을 도입하고 2025년부터는 월 50만 원으로 확대한다. 2022년부터 ‘첫만남 꾸러미’(300만 원·1회)를 도입해 첫만남이용권 200만 원을 신규 지급하고 기존의 건강보험 임신·출산 의료비 바우처를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아동수당(월 10만 원)도 2018년에 도입(소득 하위 90%·만 6세 미만)한 이후 2022년에 지원 대상을 ‘모든 가구·8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양육가구에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액(영아수당, 아동수당, 첫만남이용권, 임신출산의료비 바우처)은 만 0세 기준으로 2016년 연간 290만 원에서 2022년 78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함께 일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박 사무처장은 육아휴직급여를 높이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워라밸 정책을 힘주어 설명한다.
“2022년부터 양육수당과 육아휴직 소득보전 등 현금지원을 두텁게 제공한다. 남성의 육아휴직과 양육 참여·분담이 출산을 늘리고 유인하는 정책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부모 모두 육아휴직 지원,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상향,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이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집중 홍보해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을 당연한 권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출산 친화적 사회·경제 시스템을 통해 육아휴직자를 앞으로 5년 안에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차 기본계획은 육아휴직급여를 늘리고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사용을 독려하는 등 일·생활 균형을 지원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자급여 총액(1년)은 2016년 1200만 원(첫 번째 육아휴직자가 육아휴직 1년 사용 가정)에서 2022년 2100만 원으로 늘었고 육아휴직 사업주 지원액은 2016년 연 240만 원에서 2022년 870만 원으로 늘었다.
“저출생 대응 정책 한꺼번에 투입해야 할 때”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2016년 19.3%에서 2020년 24.2%로 늘었다. 출생아 부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6년 0.9%에서 2020년 3.4%로, 출생아 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같은 기간 59.2%에서 63.9%로 증가했다. 4차 기본계획은 여기에 더해 ‘3+3 부모육아휴직제’(자녀가 생후 12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시 첫 3개월에 대해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 100%, 상한액 200만~300만 원 지급)로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
박 사무처장은 2030년까지가 저출생에서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주 출산연령에 접어든 1990년대생이 저출생 추세에서 반전을 이뤄낼 거의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 따라서 2030년까지가 저출생에서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지금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지출 비중을 선진국 평균에 도달할 때까지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저출생 대응 지원에 모든 총력을 기울이고 그동안 하지 못한 다양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한꺼번에 투입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박 사무처장은 가족·아동에 대한 투자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저출생의 심각성과 저출생 대응 정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가족·아동 지출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족·아동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아동 지출은 평균 2.3%고 프랑스 등 저출생 문제를 겪다가 해소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3.4%까지 지출하는 것을 감안할 때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박 사무처장은 “4차 기본계획에서 영아수당 도입 등으로 가족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족·아동 지출을 늘려나가고 있다”면서 “이를 더욱 확대해 저출생 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점쳐지는 2030년까지 온 힘을 기울여 저출생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