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인구정책 TF 주요 내용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지진의 초기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2021년에 국내 인구수는 5만 7300명 줄었다. 사망자 수(31만 7800명)가 출생아 수(26만 500명)를 초과하는 현상인 ‘인구데드크로스’가 발생한 탓이다. 국내 인구는 2020년에 사상 첫 자연 감소를 기록한 뒤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2020년 3만 2611명 감소한 것과 비교해 인구 감소 폭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81명,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5.1명으로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 모두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선 아래로 떨어져 계속 추락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20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통계를 낸 198개국 중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지금까지 추세와 혼인, 출산 통계 등을 토대로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면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에 따르면 2020년 5184만 명이던 총인구 수는 50년 동안 1481만 명이 감소해 2070년에는 376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이는 1979년의 인구 수준이다. 특히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70년 1737만 명으로 5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계된다. 2021년에서 2025년까지 5년 동안의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만 177만 명에 이른다.
반면에 기대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2020년부터 약 71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인구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 들어섰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고령화사회에서 25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셈인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추세다. 가장 극심하고 빠른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보다 11년이나 빠른 속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 공급과 소비 수요를 줄여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켜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경제 규모의 축소까지 초래하게 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연구소(IHME)는 우리나라의 총인구가 2100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인 2678만 명으로 줄어 국내총생산(GDP) 기준 국가 순위에서 20위권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 본격 시행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가속은 다양한 인구구조 변화 요인이 쌓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정 부처의 특정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단기간에 추세를 반전시키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부터 범부처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해마다 새로운 전략과 정책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22년 2월에는 4기 인구정책 TF를 구성해 ▲생산연령인구 확충 ▲축소사회 적응력 강화 ▲고령사회 대비 ▲초저출산 대응 등 4대 분야에 대한 장단기 과제를 보완, 수정, 발굴, 기획 작업을 맡고 있다. 여기에는 인구정책과 관련된 18개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중심의 인구정책연구단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다.
4기 인구정책 TF는 인구구조 변화 충격의 현실화 가능 시점에 따른 시급성을 고려해 4대 분야별 대응 시기를 단기(5년 내 대응 시급), 중기(10년 내 성과 필요), 장기(10년 후 충격 가시화) 등 3단계로 구분해 전략을 짤 계획이다.
인구정책 TF는 출범 첫해부터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다르게 접근했다. 이른바 ‘대응과 적응’을 병행하는 인구대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당장 발생한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과 함께 진행되는 추세에 맞춰 적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출산 장려보다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새로운 정책 기조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2022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에서 잘 나타난다. 모두 4조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육아휴직 활성화, 월 30만 원의 영아수당 신설, 출생아에게 200만 원 상당의 이용권을 주는 ‘첫만남 꾸러미’ 도입, 2025년까지 공보육 이용률 50% 달성,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학등록금과 주거비 지원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지역 주도형 혁신으로 지역소멸 위기 대응
갈수록 심화하는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도 지역의 적응력 강화와 지역 주도형 혁신을 통해 돌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는 중앙과 지방 정부가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다.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하며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국가의 총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처럼 수도권 인구집중까지 심화하면서 지방의 ‘소멸 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시·군·구) 228곳 가운데 소멸 위험 지역은 2017년 85곳에서 2021년에는 108곳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기초단체의 47.4%에 해당하는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특히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7곳에서 2019년 16곳, 2021년에는 39곳으로 급증 추세다. 특정 지역의 만 20~39세 여성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 0.2에서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역소멸은 일자리와 교육여건의 불균형이 맞물려 있다. 지역소멸 가능성은 지역 경제를 침체시켜 일자리와 소비 여력을 줄이고 이는 다시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2016년 4만 2000명에서 2021년에 9만 3000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 심화는 수도권 과밀화로 결혼·출산 기피를 유발해 국가 전체의 출생률 저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의 일자리와 교육 수요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거점도시마저 쇠퇴하며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고등교육 혁신모델로 지역 인재 육성 나서
이런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정부는 2022년부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원을 지양하고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 감소 원인을 파악하고 특화 자원 등을 활용한 대응 전략 등을 수립해 추진하는 게 달라진 점이다.
정부는 이처럼 지역이 수립한 전략을 실행할 마중물을 대준다. 2022년 신설한 지자체 자율 재원인 ‘지방소멸대응기금’에 정부가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출연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가 2022년 5월까지 기금 투자 계획을 제출하면 기금심의위원회가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인구 감소 지역은 평균 80억 원을 주되 최대 160억 원까지, 관심 지역은 평균 20억 원을 주되 최대 4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육부는 지역의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선다.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 사업’과 가칭 ‘고등직업 교육 거점지구 사업’을 통해서다. 먼저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 사업은 유망 신산업 등 핵심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지방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 핵심은 지역별 맞춤형 규제완화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고등교육 혁신모델이 수립·추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022년부터 시작할 고등직업 교육 거점지구 사업은 지역 전문대학에 특화된 사업으로 지자체와 전문대학 간 연계를 통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 역시 전문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해 특화 분야를 선정하고 지역 현지 수요에 기반한 직업교육과 지역 잠재 구직자의 생애 주기에 맞는 교육을 활성화하는 게 관건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이 기존 2029년에서 2021년으로 8년 단축되는 등 인구구조 변화의 폭과 속도가 대폭 커지고 있다”며 “4기 인구정책 TF의 활동을 통해 대응 방안을 집중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조차 문을 닫은 지금, 노인이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다. | 한겨레
1~3기 인구정책 TF 주요 성과는?
정부는 2019년 1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특별팀)에서 ▲고령자 계속 고용 촉진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군 인력 개편 방안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등의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2기 인구정책 TF를 출범하면서 제1기 인구정책 활동을 통해 마련된 101개 세부 과제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결과 법 통과 필요 과제와 코로나19 등으로 지연된 13개 과제를 제외한 88개 과제(약 87%)를 완료 또는 정상 추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1월 30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인구정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2기 인구정책 TF 출범 회의를 열었다. 2기 인구정책 TF 출범 이후 7개 작업반을 운영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응력 제고’를 위한 4대 분야 핵심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4대 분야 핵심 과제는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노동생산성 제고 ▲지역 공동화 선제 대응 ▲고령화 대응 산업·제도 설계다.
2기 인구정책 TF는 관련 정부부처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향상시키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통한 생산연령인구를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한 점이 성과로 꼽힌다.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수요자 입장에서 연계성을 강화하는 과제를 마련한 것이다.
지역 공동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빈집의 효율적 관리·활용 방안, 농어촌 지역 활성화 방안, 교통정책을 고령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세웠다. 방치된 빈집과 산업시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문화·레저시설로 탈바꿈하는 등 유휴 기반시설(인프라)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고령자를 능동적 소비 주체로 인식하고 고령자 증가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수요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령 친화산업 육성 전략과 고령 친화적 금융 생태계 구축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정부는 ▲인구 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 등 이른바 ‘3대 인구 리스크’가 본격화하자 이 같은 내용 해소를 골자로 하는 3기 인구정책 TF 추진 과제를 2021년 7월 7일 발표했다. 3기 인구정책 TF는 2021년부터 본격화한 3대 인구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인구절벽 충격 완화 ▲축소사회 대응 ▲지역소멸 선제 대응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 4대 분야에 중점을 두고 핵심과제를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