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청년정책총괄과 류승목 과장 인터뷰
“현재 청년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일자리, 주거, 소득, 자산 등 여러 분야에서 불리하고 열악한 여건에 있어요. 중요한 건 이런 어려움이 청년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기술문명의 전환,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인구구조 변화, 코로나19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란 거죠. 동시에 청년은 누구나 겪는 생애주기의 시기로 미래 성장 동력이자 인구절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세대로서 특징이 있어요. 이 같은 이유로 청년정책의 필요성이 계속 커지면서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9개 부처에 청년 전담조직이 마련된 겁니다.”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만을 위한 법과 제도, 정부 조직이 왜 필요할까?라는 물음에 류승목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총괄과 과장은 위와 같이 답했다. ‘청년기본법’은 지난 2020년 2월 제정돼 같은 해 8월 시행에 들어갔다. 법안에는 청년의 정의(만 19~34세 대한민국 국민), 권리와 책임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2년 2월 18일 지역 우수기업-청년인재 간 인식 개선과 채용 연계를 지원하는 ‘2021 희망이음 프로젝트 시상식’에서 희망이음 프로젝트 5개 부문별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청년정책 전문가는 청년”… 함께 만드는 정책
청년기본법은 정부가 청년을 정책 지원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전까지는 청년을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기대했기 때문에 정책 지원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청년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정책 지원 대상으로서 청년이 관심을 받게 됐고 이러한 경향이 날로 커지면서 청년기본법이 마련되기에 이른 것이다. 청년기본법 시행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설치됐고 국무총리는 5년마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정부 최초로 청년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청년 및 청년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고 청년의 손으로 직접 만든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년)’을 2020년 12월 발표했다. 류승목 과장은 “청년정책의 전문가는 청년”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스스로 정책 지원 대상인 동시에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자로서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요구를 하나의 정책으로 포괄하기 쉽지 않았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청년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건 청년 자신이에요. 그래서 정부는 정책의 전 과정에 청년이 직접 참여하도록 했어요. 하지만 청년이 삶 곳곳에서 이를 체감하기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죠. 청년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정책 지원 대상으로서 청년을 단일 정체성으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류 과장은 “법률상 청년의 연령 기준이 다르고 개인마다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도 다양해 오늘날 청년 문제는 아주 복합적”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종합 실태조사와 정책 만족도 조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청년 문제 전담 연구기관 설립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에서 삶 전반 아우르는 종합계획으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앞선 일자리 중심의 청년정책을 뛰어넘어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정부 최초의 종합계획이다. 또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단기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5년을 내다보고 수립한 중장기 계획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각 분야의 주요 정책은 ▲2025년까지 128만 명 청년구직자 지원 ▲일하는 모든 청년 고용보험 가입 ▲청년주택 27만 호 공급 ▲43만 청년가구 주거비 지원 ▲희망저축계좌 10만 명 지원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부담 제로화 ▲정부위원회 청년 위원 20% 위촉 등이다.
우선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국민취업 지원제도,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디지털 일자리 등의 고용정책을 시행함으로써 2021년 55만 500명의 청년 구직자를 지원했다. 2025년까지 청년 128만 명의 노동 시장 진입이 목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정책은 이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만 15~29세) 취업자 수가 2021년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2021년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0만 9000명 늘었다.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49.5%)도 전년 동월 대비 2.4%포인트 상승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6월(48.2%)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다만 단기 일자리 취업자와 구직 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이 20%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주거 정책의 핵심은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주택 공급에 있다.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 등에 위치한 일자리 연계형, 노후 고시원·호텔 등을 리모델링한 역세권 리모델링형, 대학 근처에 설치하는 기숙사형 등 청년특화주택과 신혼희망타운 등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까지 40만 가구에 저금리 전·월세 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주거 상향으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사는 청년 비율을 10% 감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업은행 본점 창구에서 직원이 청년희망적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부처별 청년생활체감형 제도개선 제시
기본계획에는 이같이 정부가 큰 청사진을 그려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외에도 당장 현실에 도움이 되는 작지만 유용한 정책도 많다. 류 과장은 청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책 몇 가지를 직접 손꼽았다.
“국민취업제도를 활용하면 구직활동에 필요한 최대 300만 원의 지원금과 직업훈련, 일자리 알선 등 취업서비스는 물론, 취업하면 최대 150만 원의 취업성공수당도 받을 수 있어요. 무주택 저소득 청년은 1년간 월 20만 원의 월세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대학의 국가장학금 지원액도 늘어나 100만 명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을 걸로 보입니다.”
류 과장은 “올 초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청년희망적금과 같이 정부는 청년내일저축계좌와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을 통해 청년들의 자산 형성도 지원하고 있다”며 “이 밖에 유용한 정책이 많으니 청년포털(2030.go.kr), 온라인청년센터(youthcenter.go.kr)를 통해 확인하고 꼭 필요할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년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 9곳(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교육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은 청년정책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종합적인 청년정책과 더불어 부처별 맞춤형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9개 부처는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 가운데 청년 삶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과제 17개를 발굴해 2021년 11월 ‘청년생활체감형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청년정책 전담부서가 신설된 이후 한 팀으로 협업해 마련한 첫 번째 성과물이다.
주요 내용은 ▲일방적 채용취소 피해 청년전담대리인 지원 ▲‘깡통 전세’ 피해 임대인 손해배상책임금 두 배 상향 ▲실직자 대상 대출 상환유예 선제 지원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를 통한 주거지 내 취업·심리상담 동시 지원 등이다.
류 과장은 “청년 문제는 다른 사회문제에 비해 그 양상이 더욱 복합적이다. 어느 한 분야의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여러 부처가 협업할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라면서 “9개 부처는 여러 차례 논의와 협업을 거쳐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법률 개정이나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과제보다는 작지만 실제 청년 삶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청년들과 토론의 장 마련
청년정책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청년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류 과장 역시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앞으로 정부와 청년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청년정책이 제도화된 게 오래되지 않았고 청년들의 삶도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다만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청년들과 소통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고 국무조정실은 2020년부터 ‘청년참여 거버넌스’를 운영해 지역의 다양한 청년들과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에는 ‘청년 의제 열린 공론장’을 개최해 청년과 전문가가 함께 청년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며 “그 밖에도 누리소통망(SNS)이나 청년포털 등을 통해 항상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 청년의 모습은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이에요. 밝은 미래는 오늘의 밝은 청년에서 비롯되죠. 마음껏 도전하고 개척하세요. 어렵고 힘든 게 있다면 정부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습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