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윤리센터 홍보 포스터
스포츠윤리센터는 지금
2020년 8월 5일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윤리센터)가 설립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윤리센터는 체육계의 잇따른 인권침해 사건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등을 통합하며 만들어진 독립적인 체육인 보호기구다. 윤리센터는 체육계 비리·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돕기 위한 심리·정서·법률·임시주거지원과 예방교육, 국내외 스포츠 윤리 관련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체육의 공정성 확보와 체육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 9월 공식적으로 사건 접수를 시작한 윤리센터는 2021년까지 모두 1797건의 신고·상담을 접수했으며 472건의 신고 사건 중 246건을 처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인권침해 관련 사건이 843건(상담 647건·신고 196건), 비리 관련 사건이 717건(상담 441건·신고 276건), 단순 문의 등 기타 상담은 237건이다.
▶2021년 12월 17일 스포츠윤리센터 대전지역사무소에서 열린 경기·경남·대전지역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은정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스포츠윤리센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과 윤리센터 권한 강화
윤리센터의 사건처리 속도도 설립 초기에 비해 지속적으로 개선돼 1기 이사진 시기(2020년 8월~2021년 5월)에서 2기 이사진 시기(2021년 6월~)로 들어서며 월 평균 사건처리 건수는 7.7건에서 25.1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월 평균 사건처리 건수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국민체육진흥법의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체육진흥법 1차 개정안이 시행되며 윤리센터가 설립됐고 2차 개정안 시행(2021년 2월 19일)으로 윤리센터의 조사권 등 권한과 기능이 강화됐다.
윤리센터의 인력도 늘었다. 2022년 1월 현재 전체 정원은 26명에서 45명으로, 조사인력은 출범 당시 13명에서 상근조사관 충원과 퇴직경찰 위촉 등으로 30명까지 증가했다. 심의제도 또한 개선됐다. 피해유형에 관계없이 단일 심의위원회에서 모든 사건을 처리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분야별(인권침해·비리) 심의소위원회를 분리, 운영하며 더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2021년 6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체육관련 단체는 체육지도자를 채용할 때 반드시 윤리센터로부터 징계사실유무확인서를 발급받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비리나 인권침해 등으로 처벌을 받았던 지도자들이 ‘아무 일도 없는 척’ 체육지도 현장에 복귀해 유사 인권침해 및 비리 행위를 저지르는 병폐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리센터는 2022년까지 징계정보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체육인 징계 이력 관리·활용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현장 감시 강화와 조사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인권감시관(30명) 위촉 및 현장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 12월에는 경기와 경남, 대전에 지역사무소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건 해결 방안도 고민 중인데 처분 중심의 사건처리 외에도 사과와 합의, 금전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 화해·조정제도의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 1주년을 맞은 2021년 8월 5일 홍보대사 위촉식을 열고 있다.│스포츠윤리센터
비리 및 인권침해 사전 예방 교육·홍보
체육계 비리와 인권침해 피해를 예방하는 교육과 홍보활동도 윤리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윤리센터는 체육인에 대한 법정의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체육인은 1년에 한 차례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체육지도자 자격 신규 또는 추가 취득자는 폭력 예방교육을 받아야만 자격증이 발급된다. 또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체육 지도 업무에 종사하는 체육인은 2년마다 한 차례씩 스포츠윤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위의 모든 교육을 윤리센터에서 주관하고 있다.
윤리센터는 출범 1주년을 계기로 홍보대사로 유명 체육인을 위촉하고 홍보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홍보 활동도 전개했다. 홍보대사로는 축구 스타 박지성을 비롯해 피겨스케이팅 곽민정, 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 프로권투 최현미 등 체육인이 위촉돼 캠페인 영상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포츠 인권에 대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윤리센터 서포터즈도 관련 콘텐츠를 제작·게재하며 스포츠 윤리인식 확산에 앞장섰다.
하지만 윤리센터가 내린 결정과 실제 징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한계도 존재한다. 윤리센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 장관이 해당 체육단체에 징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징계권은 체육단체가 갖고 있어 단체별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지거나 규정 미비 등의 이유로 징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김현숙 윤리센터 정책실장은 “스포츠공정위에 관련 규정이 없어 관련자 징계가 어려워 보일 경우에는 제도개선 권고도 함께 하고 있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한체육회 등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 관련 제도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추후에는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년엔 사건처리 속도 더욱 높일 것”
윤리센터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은 낮아 피해자가 윤리센터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상위 체육단체에 신고하는 경향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김 정책실장은 “피해자가 체육단체에 신고를 하더라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사건을 인지한 체육단체가 그 사실을 윤리센터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에는 체육단체를 통해 신고한 사건도 많다”고 전했다.
김 정책실장은 “일반 체육단체의 경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피해자 지원을 하기 어렵지만 윤리센터는 상담을 시작하면 꼭 신고로 가지 않더라도 피해자 지원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신고 절차나 조사 절차로 넘어간다”며 “초기상담부터 사건 종료 시까지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피해자 지원을 하는 점이 스포츠인권기구로서 윤리센터가 가진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윤리센터는 2022년에도 체육계 인권침해와 비리 근절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역량 강화와 조사체계 일원화, 인권보호 기능 강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심의위원회 소위원회(인권·비리) 활성화와 사후관리를 강화해 사건처리 속도도 더욱 향상시킬 예정이다.
김 정책실장은 “2022년 이후에는 의무교육 법정시스템과 누리소통망(SNS)을 통한 간편상담·신고 운영으로 윤리센터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익명·가명으로도 신고·상담 가능
윤리센터는 상담과 동시에 피해자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피해자가 상담만 받고 신고하지 않더라도 의료, 정서·심리, 법률 등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학생이 학교 운동부에서 지도자 또는 선수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고 이를 자신의 부모에게 알려 상담이 시작됐다면 윤리센터는 상담 시작과 함께 가해자와 분리가 필요한 상황인지, 피해자 지원이 필요한지를 확인한다.
상담·신고는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가 전화·인터넷·방문·우편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상담은 익명으로 가능하며 신고·접수는 가명으로도 할 수 있으나 신분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법률·의료·심리치료·임시주거지원 등이 이뤄진다. 피신고인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자 할 경우 법률 상담 비용을,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따라 국가 상담기관을 연계해주거나 일반 상담기관 이용에 따른 상담비를 지원한다. 폭행 등으로 상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의료비를, 분리조치에 따라 임시주거비를 지원하며 일시적으로 개인운동이 필요한 경우 체육활동비를 지원한다.
피해자가 신고서를 접수하면 윤리센터는 사전조사를 시작한다. 거짓이거나 신원확인이 불가능해 사실상 조사가 어려운 경우 등 조사대상이 아닌 경우 해당 신고는 각하되며 조사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조사는 통상 1개월 정도 소요된다.
사건이 접수되면 담당 조사관이 배정되며 사전조사를 비롯해 조사관은 신고인과 소통하며 조사 절차를 진행한다. 조사관은 신고인과 피신고인, 참고인에 대한 조사와 현장조사, 증거 수집 등을 진행하며 조사 개시 후 인권침해가 계속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 등 필요 시 신고자 등에 대한 직권 보호조치를 요청하는데 피신고인이나 기관장 등에 대한 직무정지와 접촉 금지, 공간 분리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이후 조사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증거서류와 함께 사건을 심의위원회에 상정한다. 인권 사건은 인권 소위원회에, 비리 사건은 비리 소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관련 체육단체에 징계 요구나 수사의뢰, 지도자 자격 정지(취소) 등의 처분 요청을 결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윤리센터의 결정문과 처분 요청서를 근거로 해당 체육단체 등에 징계처분을 요청하고 해당 체육단체는 해당 처분을 이행해야 하며, 윤리센터는 이러한 이행 결과를 추적·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