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5월 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청년이 바꿨지-문체부’라는 이름으로 청년 예술인들이 정책사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미지는 당시 메타버스 화면 갈무리│문화체육관광부
청년 전담 부서가 뛴다_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9월 9개 정부부처(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교육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는 청년정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9개 전담 부서는 하나의 팀으로 17건의 ‘청년 생활체감형 제도개선 과제’를 2021년 11월 발표했다. 그동안 청년의 삶에 걸림돌로 작용한 불편하고 부당한 제도를 여러 부처가 협업해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공감>은 전담 부서장의 목소리를 통해 부처별 세부 정책 내용을 차례로 살펴본다.
2022년 1월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세계적 가상세계(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에 K-팝 저작권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용자들이 만든 게임방에서 K-팝이 재생되는 건 물론 우리나라 가수들의 사진이 무단복제돼 이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K-팝 댄스에 대한 안무 저작권, 아티스트 이름에 대한 상표권, 아티스트 사진에 대한 인격표지권(퍼블리시티권) 등 지식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로블록스는 2021년 미국의 음악출판협회로부터 같은 이유로 2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메타버스 관련 법적 분쟁이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가상세계에서 저작물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개별 플랫폼의 자체 규정에 의존하다 보니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디지털 창작물 저작권보호에 힘 쏟아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창작물의 저작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예술인이 제작한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가 위의 사례와 같은 저작권침해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체부는 메타버스와 연계한 디지털 창작물 저작권보호를 청년정책 전담 부서 신설 이후 첫 번째 청년 생활체감형 제도개선 과제로 삼았다. 이하늘 문화정책과 청년문화정책팀장은 관련 산업 육성 측면에서 메타버스 저작권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기업명을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 기업을 표방하고 나섰어요.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나라 대기업도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하는 등 이 분야가 크게 성장할 걸로 보이죠. 메타버스는 그동안 없던 새로운 형태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건 물론 많은 청년 일자리도 만들어낼 거예요. 반면에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침해 사례가 생길 걸로 예측되죠.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이번에 마련한 겁니다.”
메타버스 관련 저작권보호 방안은 크게 점검(모니터링)과 신고, 상담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문체부는 우선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불법복제물 모니터링단 360명을 통해 메타버스 관련 주요 플랫폼을 상시 점검한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신고를 원할 경우 신고접수시스템(www.copy112.or.kr)이나 한국저작권보호원 열린상담실(전화 1588-0190)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도 마련했다. 1인 창작자와 신생기업 등 저작권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공익 목적의 저작권 피해구제지원단도 3월부터 연말까지 운영한다. 현직 변호사가 참여하는 지원단은 저작권 관련 법률 상담을 돕는다.
가상공간서 청년 예술인 모여 정책 제안
한편 문체부는 2021년 5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청년이 바꿨지-문체부’라는 이름으로 청년 예술인들이 정책사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 중 ‘청춘 마이크 인 메타랜드’는 9월 중 실제 사업으로 진행돼 큰 호응을 얻었다. 청춘 마이크 인 메타랜드는 원래 전국에서 지역별로 거리공연 팀을 공모해 문체부가 지원하던 것인데 공연 장소를 가상의 공간으로 옮겼다. 청년들은 메타버스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상인물(아바타)로 참여해 춤추고 박수 치는 등 실제 공연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정부는 이같이 앞으로 청년들의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세계인이 우리나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집중 확산할 방침이다. 세부 내용은 ▲한복·한식·한옥 등 전통 문화생활 및 강강술래 등 전통놀이 체험 콘텐츠 제작 지원(30억 원) ▲공연·전시 분야 창작 활동 지원(17억 원) ▲게임·애니메이션 콘텐츠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사업화 지원(44억 원) ▲디지털 K-패션 콘텐츠 제작 및 홍보 지원(23억 원) 등이다.
더불어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에 세종학당을 개설해 우리말과 문화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하늘 팀장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비대면 사회에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문화예술시장이 청년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화는 주요 여가 활동인 동시에 청년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삶의 동력을 찾는 수단이죠. 청년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문화 향유 방식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직접 예술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도 커요. 청년문화정책팀은 청년정책 전담 부서로서 청년들이 문화를 창조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2022에는 OTT 특성화 대학원이 설립될 예정이에요. 연간 200만 원씩 3000명에게 신진 예술인 창작준비금을 주고 2023년까지 청년 콘텐츠기업 투자펀드도 운용하죠. 청년들이 자부심을 갖고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디지털 융합 등 새로운 예술 활동을 시도하는 도약의 계기로 만들길 응원합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