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 동네 병·의원 치료기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코로나19 환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렇게 환자 수가 증가하자 정부는 재택치료 환자들을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 중심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무증상이나 경증인 일반관리군 환자는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이 가능하며 만약 증상이 심해질 경우에는 대면 진료도 받을 수 있다. 재택치료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 코로나19 누리집 등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전화상담 및 처방을 통해 재택치료 일반환자군 환자가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환자와 병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평소 다니던 동네 병원서 전화 상담 후 처방
서울시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한민정(43) 씨는 2월 10일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7세 딸아이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은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가족 모두 재택치료 및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한 씨는 보건소로부터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이기 때문에 7일간 격리 이후 별도 통보나 검사 없이 자동 격리해제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또 건강 모니터링과 재택치료키트를 받지 못하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면서 필요시 상담센터 및 지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진단 첫날 가벼운 몸살 기운만 있었던 한 씨는 이튿날부터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따끔거리며 아팠고 콧물과 기침까지 나면서 많이 힘들었다. 열이 많이 오른 7세 딸아이는 미리 사놓은 종합감기약과 해열제 등으로 치료했지만 어른용 비상약은 구비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재택치료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코로나19 누리집(ncov.mohw.go.kr)에서 검색해보니 한 씨가 살고 있는 동네의 집 근처 병원에서 비대면으로 전화 상담과 약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씨는 “아이와 자주 다니던 동네 호흡기내과에서 재택치료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무척 반가웠다”며 “평소에 다니던 병원이었기 때문에 인후통과 콧물, 기침 등 증상에 대해 친절하게 상담해줘 안정이 됐다. 또한 아이가 열이 나서 걱정이 많았는데 직접 상담을 하니 안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접종을 완료하고 음성 판정이 나온 남편이 약국에 가서 받았다”며 “외부에 나가지 못해도 전화로 상담하고 처방약까지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남병원 24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 서남병원
“첫 비대면 원격 진료 만족스러워요”
서울 도봉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성진(38) 씨 역시 2월 20일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후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가족 간 격리는 해당되지 않았다. 김 씨는 “개인사업을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3차까지 받았는데 양성 판정이 나와서 당황했다. 감염 경로는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혼자 살기 때문에 치료와 생활 등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미열과 인후통, 콧물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일단은 집에 있는 종합감기약을 먹었더니 약간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하지만 격리 7일 동안 복용할 약이 없었기에 추가로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이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즉시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집 근처의 병원을 알아봤다.
김 씨는 “앱을 통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진료를 신청했더니 30분 뒤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의사가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며 상담해줘 감사했다”며 “처방받은 약은 택배나 퀵서비스 중에 선택이 가능해 택배를 신청했고 다음 날 처방약이 배송됐다. 비대면 진료를 처음 받아봤는데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4시간 운영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는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2월 21일 기준 시·군·구 및 시·도의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는 199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의료상담센터 서남병원은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를 위해 24시간 대기하며 전화 상담과 처방 등의 진료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남병원 전화상담 센터에는 총 12대의 전화가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정영 서남병원 외래간호팀장은 “재택치료 환자의 전화 상담 건수는 하루 평균 400~500건 정도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전화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처음 전화 상담 및 처방을 위해 배치된 인원이 의사 3명과 간호사 12명이었으나 전화 상담이 많아 인원을 늘리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9일 호흡기 지정 의료기관인 서울 종로구 예림이비인후과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
▶2월 9일 서울 코로나19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 한겨레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도 24시간 운영
특히 서남병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야간과 새벽 상담이 많다. 이에 병원 측은 모든 전화가 통화 중일 경우 환자가 남겨놓은 번호로 의료진이 다시 전화를 하는 ‘콜백(call back)’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전화 상담을 하는 간호사는 환자와 1차 상담을 하면서 환자의 증상과 상태 등을 물어보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의사에게 연결한다”며 “의사는 환자와 다시 면밀하게 상담한 후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처방하고 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재택치료 외래진료과로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화 상담 내용은 의료적인 질문 외에 행정적인 부분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관리군 환자가 알아야 할 재택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환자 집에 해열제조차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본적인 해열제 등을 미리 구비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환자들이 코로나19 증상 외에 속쓰림, 피부발진 등 일반 증상을 문의하기도 하고 격리 해제 기간,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등을 궁금해하세요.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를 돕는 게 저희 일이기 때문에 모든 문의에 성심껏 답변하고 있습니다.”
재택치료자를 위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 의료진은 앞으로도 의료인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역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생이 많지만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재택치료자에게 더 빨리 적절한 상담과 도움을 주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민주 기자
재택치료 병·의원 일평균 18.4%씩 ↑
인터넷에서 직접 참여 신청할 수 있게 개편해
코로나19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에게 전화로 상담이나 처방을 해주는 동네 병·의원이 일주일 사이 4199곳 늘어 6055곳이 됐다고 보건복지부가 2월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전화상담 병·의원은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 중 발열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전화로 상담·처방이 가능한 거주지 주변의 동네 병·의원이다. 복지부는 오미크론 대응체계 개편으로 2월 10일부터 재택치료자(일반관리군) 전화 상담을 위해 ‘코로나19 전화 상담 병·의원’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한 ‘코로나19 전화 상담 병·의원’은 2월 10일 1856곳에서 2월 18일 기준 6055곳으로 일 평균 약 18.4% 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전화 상담 참여 병·의원은 경기 1737곳, 서울 1541곳, 경남 330곳, 대구 317곳, 인천 299곳, 경북 276곳, 전남 253곳, 부산 214곳, 충남 206곳, 충북 202곳, 전북 188곳, 강원 155곳, 대전 114곳, 광주 107곳, 제주 64곳, 세종 32곳, 울산 20곳 등이다.
복지부는 참여를 희망하는 병·의원의 신청이 쉽도록 신청 방식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수기로 접수했으나 2월 21일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자원통합신고포털(https://www.hurb.or.kr)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중 발열 등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누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hira.or.kr)과 코로나19 누리집(ncov.mohw.go.kr) 팝업창을 통해 참여 병·의원을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다.
김승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상황관리팀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청 및 게시는 국민 안내를 위한 것으로 ‘코로나19 전화 상담 병·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병·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신청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