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아이가 나운규 감독의 모습을 보여주며 해방 전 한국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 아래쪽에서는 수어로 설명한다.
AI 로봇 ‘큐아이’ 전시 해설 이용해보니
자율주행기반의 인공지능(AI) 로봇이 전시해설 안내를 하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국영화박물관을 찾았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정보무늬(QR코드)를 등록한 뒤 영화박물관에 들어갔다. 화~일요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화박물관에 들어서면 복도 한쪽에 충전 중인 인공지능 로봇 ‘큐아이’가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서자 “전시실 내에서는 뛰지 마시고 여유롭게 관람해주세요”라는 음성이 나왔다. 큐아이 앞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뒤쪽에는 기획 전시 중인 정훈이 작가의 작품들이 그려져 있다. 앞쪽 화면에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고 큐아이에게 질문하고 싶으면 “하이 큐아이”라고 부르거나 화면 상단의 마이크 그림말(이모티콘)을 누르라는 설명도 함께 있다.
“하이 큐아이, 안내해줘”라는 말을 건네자 ‘한국영상자료원 알려줘’, ‘한국영화박물관 궁금해’, ‘한국영화와 친해지기’ 등의 목록이 뜨고 아래쪽에는 20분짜리 일반문화해설과 10분짜리 어린이용 해설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문화해설을 누르자 큐아이는 곧바로 충전기에서 벗어나 영화박물관 큐레이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이 큐아이” 부르면 로봇이 전시 해설
한국영화박물관은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로 나눠 연중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설 전시는 한국영화사를 14가지 세부 주제별로 나눠 전시하며 기획 전시는 2022년 3월 20일까지 ‘정훈이만화, 영화와 뒹굴뒹굴 25년’이 마련돼 있다.
일반문화해설은 상설 전시 중인 한국영화 100년이 대상이다. 1900년대 초 한국영화의 탄생과 성장에서부터 1960대 중흥기, 1970~1980년대 쇠퇴·불황기를 거쳐 2000년대 ‘웰메이드 시대’까지 과정이 관련 전시물과 설명 글로 구성돼 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K-콘텐츠의 과거와 현재가 연대순으로 정리돼 있다.
큐아이는 정해진 위치를 찾아가 시대별 관련 전시물 앞에서 관람객 쪽을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박물관에 적혀 있는 설명을 요약한 내용도 있지만 박물관에 없는 자료와 내용을 곁들여 설명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큐아이 본체에 설치된 화면으로 시대별로 유명했던 감독의 얼굴과 작품 속 장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돕는다. 화면 아래쪽에는 수어(수화언어) 설명도 있어 청각장애인도 큐아이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큐아이는 한 시대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이동하겠습니다. 제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주세요”라는 음성과 함께 잠시 대기한다. 일부러 큐아이의 길을 막아섰더니 큐아이는 한쪽으로 비켜 움직이면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했다.
큐아이는 마지막 웰메이드 시대까지 설명을 마친 뒤 관람객들의 질문을 기다리는 듯했다. 잠깐 뒤 큐아이는 “충전이 필요합니다. 잠시 후 서비스를 이용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충전 장소로 이동해 또 다른 관람객을 기다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있는 큐아이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의 전담 해설사 역할을 맡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국립극장·한국영화박물관 ‘큐아이’ 도입
큐아이가 들려주는 20분짜리 해설만으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큐아이의 설명을 듣고 한국영화 전반을 이해한 뒤 다시 한번 꼼꼼히 박물관을 둘러보면 큰 도움이 될 듯했다. 다만 큐아이의 음성이 작아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점은 아쉬웠다. 전시 공간에서 음량을 키우기는 어렵겠지만 박물관 자료를 둘러보면서 큐아이의 해설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정보원과 함께 2021년 12월 2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장, 한국영상자료원(한국영화박물관) 등 3개 기관에 자율주행기반의 인공지능 로봇 큐아이를 선보였다.
큐아이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와 자율주행기반의 문화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큐아이는 문화(Culture), 큐레이팅(Curating), 인공지능(AI)의 합성어로 ‘문화정보를 추천(큐레이팅)하는 인공지능’과 ‘문화정보를 추천(큐레이팅)하는 아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큐아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구축했던 모델보다 좀 더 고도화된 성능을 탑재했다. 위치기반 안내서비스와 우리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 증가에 맞춘 다국어(한국어·중국어·일어·영어) 문화 해설 서비스 등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특화 서비스를 자랑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 문화해설 서비스와 음성 안내 중 자막서비스,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림 해설 음성서비스도 선보였다. 관람객이 원하는 특정 지점까지 동행해 안내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특별전’ 전시 해설
큐아이는 각 기관의 특성에 맞춰 특화된 서비스를 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2021년 공모를 통해 큐아이를 도입하는 기관을 선정하고 기관별 맞춤형 콘텐츠를 학습한 큐아이 5대를 준비해 2021년 말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립극장(해오름극장)에 배치된 큐아이는 특화된 공연 안내서비스를 한다. 관객이 손쉽게 좌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위치를 기반으로 동선을 안내한다. 관객이 좌석번호를 알려주면 좌석 위치를 안내하고 공연 일정도 안내한다. 또 국립극장의 역사와 해오름극장, 전속 단체 소개 등 문화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도 편리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있는 큐아이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의 전담 해설사 역할을 맡고 있다. 큐아이는 자율주행을 통해 개별 작품 앞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해 주요 명작을 소개한다. 관람객은 재능 기부한 배우 유해진의 친근한 목소리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3개 주요 작품에 대한 전문가 해설을 접할 수 있는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는데 원작 확대 보기, 조각작품 3D 입체영상 보기 서비스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기반 해설 서비스를 지원한다.
문화 해설 서비스 6만여 회 제공
큐아이 서비스는 2018년부터 박물관·도서관·미술·전시·공연·영화 분야에 구축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4대), 국립나주박물관(1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1대), 국립제주박물관(2대), 제주항공우주박물관(1대), 국립국악원(1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1대), 국립태권도박물관(1대), 국립현대미술관(2대), 국립극장(2대), 한국영화박물관(1대) 등 11곳에 큐아이 17대를 보급했다. 인공지능 대화 안내서비스 43만 건, 문화 해설 서비스 6만여 회를 제공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2년 동안 코로나19 일상 속에 자칫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큐아이의 도입으로 안전한 문화 관람을 도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설에 큐아이를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큐아이 소개 영상은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영화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글·사진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