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중동 3국 순방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증진 방안, 한반도와 중동 지역 정세,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은 우리 정상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것이며 문 대통령의 첫 아프리카 대륙 방문이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등 국제물류의 요충지이자 광대한 자유무역협정(FTA) 연결망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와 전략적 경제협력 기반 확대 잠재력이 크다. 또한 ‘비전 2030’ 정책 아래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및 디지털 거버넌스 등 확대를 중점 추진 중으로 우리나라를 국가발전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과 알시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2016년 3월 양국이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래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협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이집트의 산업구조가 상호 보완적인 만큼 교역 및 투자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체결하는 ‘무역경제 파트너십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통해 향후 한·이집트 FTA 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룩소르-하이댐 철도 현대화 사업’ 등 이집트의 교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해수 담수화, 수자원, 석유화학 플랜트까지 양국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데 합의했다.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지지 요청
문 대통령은 이집트가 202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음을 평가하고 국제 사회의 의지 결집을 위한 우리나라의 기여 의사를 표명했다.
양 정상은 우리나라의 ‘지역균형 뉴딜’과 이집트의 ‘인간다운 삶 이니셔티브’ 간 유사한 정책적 지향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집트 신행정수도 건설, 지역경제 발전, 공공거버넌스 역량 강화 등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향후 5년간(2022~2026년) 이집트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10억 달러 한도를 신규 설정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으며 교육, 인프라 등 핵심 분야에서 양국 개발 협력을 지속하자고 했다.
양 정상은 이외에도 우주, 해양, 국방·방산, 문화재 보존·관리, 인적 교류 확대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데 뜻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대한 이집트 측의 지지를 요청했으며 알시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이집트의 지속적인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다양성과 편의성을 확대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양국이 보유한 찬란한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에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가 1월 20일(현지시간)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와 만남의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한·이집트, 포스트 코로나 미래 함께 개척”
앞서 문 대통령은 카이로에서 열린 ‘한·이집트 미래·그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1995년 공식 수교 이전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경제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미래 산업과 친환경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집트는 2015년 지속가능 발전전략인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22년 COP27을 유치하는 등 친환경·미래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이날 행사는 양국 정부와 기업의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 기업은 친환경 교통,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미래차, 해수 담수화 분야의 협력 방안을 발표했고 이집트 기업은 금융·투자, 재생에너지, 바이오헬스, 자원 재활용 분야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인구 절반이 30세 이하인 청년국가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이집트 경제는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이집트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를 개척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양국 간 주요 협력 방향으로 ▲교역·투자 기반 강화를 위한 협력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한 친환경 분야 협력 ▲전기차·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 협력을 제시했다.
행사에 참석한 양국 기업인들도 향후 양국 간 협력에 대해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한·이집트 경제협력위원회 이집트 측 위원장인 칼리드 무함마드 노세이르 알칸 홀딩 회장은 보건·의료, 교통인프라, 자원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샤리프 알콜리 악티스 캐피탈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은 태양광 관련 기술 교류와 공급망 협력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이집트 경제협력위원회 우리측 위원장인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은 양국 간 그린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해 나가자고 제시했고 우리 유망 중소·중견기업들의 이집트 전기차 개발·생산을 위한 기술 교류, 공급망 구축, 품질 향상 등 협력이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앞으로 양국 간 친환경·미래산업 협력을 이행하기 위한 양해각서와 의향서 5건이 양국 기업과 유관기관 간에 체결됐다.
우선 국내 전기차 생산 중견기업이 이집트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기 마이크로버스 및 소형 전기 모빌리티 개발을 위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두산중공업과 이집트 엔지니어링 기업인 핫산알람 간에 해수 담수화 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협력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2건의 양해각서도 양국 관계기관 간에 체결했다.
“K9 자주포 수출, 우리 무기 우수성 다시 인정”
한편 방위사업청은 2월 1일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국방부와 양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집트 카이로 포병회관에서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K9 자주포의 전체 수출 계약금은 1월 오스트레일리아와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금액(1조 원대)의 약 2배 수준인 2조 원 이상이다. 방사청은 “K9 자주포 수출 규모 중 역대 최대”라고 설명했다. 이집트는 이로써 우리나라를 포함해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9번째 국가가 됐다. 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 지역 수출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 수출이다.
이번 수출은 10여 년이 넘는 장기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낸 결실이다. 방사청은 특히 2021년 8월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해 알시시 대통령을 예방해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설명한 것을 비롯해 2021년부터 범정부 협업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K9 자주포 수출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뒤 “이번 계약은 2조 원이 넘어, K9 자주포로는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선물하기 위해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노력을 기울여 온 관계자들의 수고가 많았다”며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이제는 무기를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과 기술 협력과 현지 생산을 통해 서로 이득이 되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양국 상생 협력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계약이 이루어지기까지 방산업체(한화디펜스)와 방사청뿐 아니라 국방부, 합참, 육군, 국방과학연구소, 더 나아가 외교부, 산업부, 수출입은행 등이 유기적인 협력을 하면서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원팀’ 정신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월 20일 한·이집트 정상회담에서 K9 자주포 계약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면서 방사청장에게 양국 간 건전한 관계와 발전을 염두에 두고 협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문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에 순방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차분하게 협상에 임하라”는 지침을 준 바 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이어 “협상에 임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어떤 시간적 제약 조건을 주든가 아니면 성과를 내라고 독촉을 하면 자칫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또는 감당하기 힘든 내용을 수인해버릴 수 있는 엄청난 큰 실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지침을 주신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수출계약과 함께 강 청장은 아하메드 칼리드 이집트 국방부 부장관과 한·이집트 국방연구개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찬영 기자
▶K9 자주포│한겨레
“이집트에 2조 원대 K9 자주포 수출은 ‘빈손 귀국’ 택한 문 대통령 전략 덕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월 2일 이집트에 2조 원대 규모의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과 관련해 “‘빈손 귀국’ 비판도 감내하겠다는 대통령의 ‘빈손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에서 이같이 밝히고 “대통령은 기업의 손해보다 차라리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집트 방문 기간 수출 협상에 임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에게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방문 중 계약은 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었다”면서도 “물론 성과를 위해 기업은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런 수출에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와 노력이 큰 것은 당연하고 치하할 일이지만 이제는 수출 상대국의 요구가 산업 협력과 기술 이전, 금융 지원까지 다양하고 까다로워져서 범부처 차원에서 기업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들까지 망라돼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부를 독려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이집트도 (계약 조건이) 한국의 대통령이 기업을 설득해 제시한 ‘윈윈’ 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