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면 연구교수
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인터뷰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 2021년 828명.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매년 800여 명 이상 사고로 숨지고 있다. 산재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산업 현장에서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다.
1월 27일 첫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산업 분야에만 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대시민재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시민 안전과 직접 연관되는 부분도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원료·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 등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오는 경우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 사고, 공공 체육관 등의 사고, 식품의 유통과정에서 발생으로 식중독 사고 등이 해당된다.
앞서 정부는 ▲원료·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환경부·국토교통부·소방청이 해당기업 및 기관의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설서를 마련해 배포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원료·제조물을 취급하는 사업주 등을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경제단체와 합동으로 특별전담팀(TF)을 꾸려 현장 밀착형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철도, 공항, 도로시설 운영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안전관리체계 구축현황을 점검하는 등 공공부문의 준비를 독려했다.
이에 대해 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는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는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시민의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중대시민재해 부분에서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산재 사망률 낮추는 게 급선무
권 교수는 중대시민재해 예방 못지 않게 산재 사망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에 해당하지만 산재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특히 소규모 개인 사업장에서는 산재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산재사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는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석탄 운반용 벨트를 점검하다가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고 책임자들 중에 원·하청 대표이사들이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산재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로 인해 앞으로 안전·보건상의 위험을 방지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법인이나 기관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고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우리나라 산업 안전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책임자(공장장)가 모든 사고의 책임을 졌는데 이제는 경영책임자가 현장 안전을 직접 신경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을 위한 조치, 재해발생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안전·보건관계법령상 의무이행 조치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경영자들은 안전에 관한 리더십에 취약했다. 그런데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자가 관심을 갖고 안전조직을 구축하고 있으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잘 이행해야 법 시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