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입주자격을 도시근로자 소득의 150%까지 완화해 청년의 입주 기회를 늘린다. 사진은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평택 고덕 조감도│ 국토교통부
청년 전담부서가 뛴다_ 국토교통부
2021년 9월, 9개 정부 부처는 청년정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9개 전담 부서는 하나의 팀으로 17건의 ‘청년 생활 체감형 제도 개선 과제’를 2021년 11월 발표했다. 그간 청년의 삶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불편·부당한 제도를 여러 부처가 협업해 제대로 해결하겠단 의지다. 이에 <공감>에서는 부처별 세부 정책 내용을 차례로 살펴본다.
3년 전 9000만 원을 대출받아 보증금 1억 3000만 원짜리 빌라 전셋집을 구한 A(29) 씨는 집 걱정으로 몇 달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이사 갈 집에 가계약까지 걸어놨는데 집주인이 돈이 없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던 것. 집주인의 계속된 부탁에 가계약금을 날리고 전세금이 마련될 때까지 이사를 미루기로 했지만 얼마 뒤 빌라 전체가 경매에 넘어갔고 한 달 안에 집을 비워야 한다는 청천벽력이 들려왔다.
이후 집주인은 연락이 끊어졌고 A씨는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A씨는 “집주인 잘못으로 대출금 9000만 원을 갚지 못해 당장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될 상황이다. 매일 눈물을 흘리며 대책 없는 날을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깡통전세’ 피해 청년 임차인 보호 강화
위의 사연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깡통전세? 전세 사기! 저희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2021년 7월 올라온 글이다. A씨의 사례처럼 실제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갚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이를 대신 변제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를 본 세입자의 과반수는 2030 사회초년생이다. 2021년 8월 기준 2030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피해액은 2210억 원으로 전체 부동산 피해액의 62.8%를 차지한다(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 대상).
“대부분의 2030 청년들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 사기를 당하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어요. 소위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유형이죠. 깡통전세는 보증금이 주택가격 대비 과도한 주택 또는 선순위 채권이 많거나 전세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어 보증금 총액이 과도하게 많은 집주인 등에게서 일어나기 쉬워요. 또 전세 사기는 집주인 또는 중개인이 아닌 사람이 허위로 계약하거나 집주인이 신탁회사에 집을 넘긴 사실을 숨긴 채로 계약을 체결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 등이 많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료 낮춰 청년층 유도
정송이 국토교통부 청년정책과장은 이같이 말하며 주거취약계층인 청년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연일 고심 중이라고 했다. 우선 국토부는 2021년 8월부터 임대인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보증금을 장기간 반환하지 않는 ‘나쁜 임대인’의 경우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를 지속적으로 내려 청년들의 가입을 이끌 방침이다.
중개인의 의무 불이행 또는 잘못으로 말미암은 피해도 청년들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2021년 연말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 금액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렸다. 더불어 중개인의 의무 이행 여부에 관한 집중 점검도 실시했다. 중개인은 전세계약 시 선순위 권리관계를 반드시 확인·설명해야 하며 위반 시엔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정 과장은 “전세 사기는 사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예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는 소유권 제한 여부, 선순위 근저당권 여부 등을 확인해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어요. 임대차계약 관련 용어와 개념이 익숙지 않은 청년들은 반드시 공인중개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길 권해요. 중개인을 만나기 전엔 HUG 누리집이나 지역별 주거상담센터 등을 통해 등기부등본 확인 방법, 피해야 할 주택 유형, 특약 조건 작성 방법 등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시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전세임대·행복주택 입주 기회 크게 늘려
국토부의 이번 ‘청년 생활체감형 제도개선 과제’에는 전세임대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전세임대는 거주하고 싶은 주택을 입주자가 물색하면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집주인과 계약 후 청년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청년층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청년주택 중 하나로 국토부는 새해 들어 전세임대주택 약 1만 호를 공급키로 했다. 다만 문제는 청년들이 직접 집주인에게 전세임대 제도 활용을 요구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하거나 전세보다는 월세로 계약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 물색에 어려움이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전세임대 가능 여부를 청년들이 집주인에게 직접 문의하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주택거래 플랫폼을 활용케 한 것이다. 전세임대 계약이 가능한 주택을 ‘전세임대뱅크(LH)’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부동산114’ 등 민간 플랫폼과도 매물을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임대인의 제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개수수료를 지원하고 화재경보기를 설치해주는 등 집주인 혜택(인센티브)도 병행한다.
한편 엄격한 입주 자격으로 공실이 생겨도 이용할 수 없었던 산업단지형 행복주택도 입주 기회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은 산업단지를 포함한 인접 지역의 산단 근로자,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시세의 72~80%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다만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중 기업 및 교육·연구기관에 직원 숙소 등으로 공급하는 집은 입주 자격이 엄격히 제한돼 공실이 발생해도 이용률이 낮았는데 입주자 기준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에서 150%까지 완화해 산단 지역 근로 청년이라면 쉽게 입주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입주 계층 바뀌어도 거주 전면 허용
이 밖에 더 많은 청년에게 행복주택 입주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떤 사유든 거주 중 입주 계층이 바뀌어도 거주가 전면 허용된다. 앞서 대학생이 졸업해 청년 계층으로 이동하거나 청년이 결혼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복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었다.
또 군 입대, 소재지 변경, 세대원 증감 등에 한해서만 동일한 계층으로 다른 행복주택에 재청약이 가능했던 규정도 변동성이 높은 젊은 층의 특성을 고려해 자유롭게 재청약할 수 있게 허용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주거 상향이 이뤄지도록 주거 사다리를 구축해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저소득 청년 3만 명에게는 매년 청년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있어요. 2022년 상반기에는 ‘청년 특별 월세지원사업’을 통해 15만 명의 저소득·무주택 청년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청년층은 1인가구가 많은 만큼 임대주택도 매년 5만 4000호 규모로 공급하고 있죠. 기존 주택을 새 단장(리모델링)하는 매입임대 등 공공이 공급하는 유형과 청년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도록 지원하는 민간임대 등 모델도 다양합니다. 이 밖에 청년 금융상품 3종, 신혼희망타운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주거 사다리를 지속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단계까지 이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