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제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 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년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추진방안
코로나19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 꿈틀거린다. 코로나19 대유행은 2022년에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코로나19처럼 시공의 구분을 무색케 하는 도도한 흐름이 있다. 바로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위기에 따른 친환경·탈탄소 경제로 대전환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2022년에 더욱 속도를 내며 기업활동과 국민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을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부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융합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과 업종, 시장 영역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5세대(5G) 통신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확산, 정보 수집·저장·처리 용량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대량자료(빅데이터) 구축과 인공지능(AI)의 확산 등이 전방위적인 빅블러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빅블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들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는 자동차 위치추적 정보와 주행 센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고객에게 자체 보험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정부 메타버스 활성화 프로젝트 더욱 확대
디지털 전환은 기존 산업과 업종의 소멸이 아닌 진화로 연결돼야 한다. 다양한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민 일상의 편익을 증가시키고 경제·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며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은 포용적 혁신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정부는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모두 참여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혁신 영역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현실을 초월하는 디지털 공간’을 뜻하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는 실제와 비슷한 체험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똑같이 할 수 있는 세계다.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시설(인프라)과 기술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 통신망을 기반으로 대량자료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실감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곳으로 꼽힌다.
2022년에는 정부의 메타버스 활성화 프로젝트가 더욱 풍성해진다. 우선 국민 누구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 메타버스 제작 플랫폼이 구축되고 이를 통해 전국 10개 지역의 정밀 공간정보도 공개된다. 플랫폼을 활용하면 교통·쇼핑·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길 안내나 상점 정보 등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개발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와 실감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저작도구 개발에도 정부투자가 크게 늘어난다. 또 인공지능 학습에 적합한 데이터를 구축해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AI 허브)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도 대폭 확대된다. 2021년 12월 말까지 공개된 데이터가 누적으로 약 340종인데 2022년 말까지 700종으로 늘어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자산도 디지털 빅뱅의 잠재적 촉매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가상자산의 소유권을 특정한 ‘NFT(대체 불가능 토큰)’는 온라인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 논의가 활발하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토큰의 한 종류이지만 토큰마다 별도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한 자산이다. 이런 식으로 자산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하면 위변조를 할 수 없고 디지털 상품의 고유성과 희소성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거래의 획기적 매개체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투자 늘려
2022년은 2050년 탄소중립으로 나가기 위해 정부가 설정한 이행 원년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산업구조, 모빌리티, 국토 등 4대 부문에서 대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친환경·탈탄소 경제로 전환은 국내 산업계에 이미 닥친 압박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 부과하는 관세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일명 탄소국경세)의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다양한 국제기구와 주요국 금융시장을 통한 환경 기준 강화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철강, 기계, 시멘트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내 주요 업종의 선도기업들은 우선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탄소중립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 비해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EU 회원국 평균의 기술력에 견줘 80%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기술 격차를 조기에 좁히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등 선도기술 개발에 2022년 약 1조 9000억 원을 투자한다. 또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기술개발과 설비 개선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7조 6000억 원 규모의 ‘녹색금융’을 조성하며 다양한 세제 지원도 시행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역시 2022년에는 대폭 강화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9.9%보다 훨씬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재생에너지 2030’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협소한 입지 등 여러 가지 제약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부터는 지자체 자체 발굴 사업과 연계한 융복합 설비 지원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유인하고 민간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경우 적용하는 혜택(인센티브)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