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한동일 신부의 이 저작은 <라틴어 수업>과 <로마법 수업>으로 이어지는 ‘수업 시리즈’의 완결판에 해당하는 책이다. 가톨릭 사제이면서 또한 법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는 책에서 라틴어를 매개로 종교인으로서의 고뇌와 더불어 로마와 서양 중세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신앙인으로서 그의 고뇌와 관련된 가톨릭의 이모저모에 관한 에세이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대 로마와 중세의 의학에 관한 소개라든가 중세 수도원의 식사 풍경에 관한 이야기 같이 흥미로운 서양사의 면면도 담겨 있다. 이 책은 라틴어에 녹아 있는 고대 로마와 서양 중세 및 가톨릭의 여러 면모를 흥미롭게 드러내고 있어서 교양 독자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추천한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인공지능 관리자인 제나와 이브의 우정을 그린 김초엽의 단편 <인지공간>을 읽고는 SF소설에 대한 무지가 허물어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SF가 일상과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 “우리가 가진 모든 것” 혹은 지키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문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소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는 말이 정확할 듯싶다. 어렵고 난해하던 과학적 지식이란 인간을 이해하는 다른 형태의 배경(background)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단편소설 <인지공간>의 마지막 장의 문장에서 빌려온 제목이며 이 책에는 우주 저편에서 “세계의 회복”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 편의 단편들이 수록돼 있다. 평소에 SF 국내 문학을 접할 기회가 적었거나 SF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지금 우리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고도 있는 <로라>나 <오래된 협약> 같은 단편들을 먼저 권한다.
조경란(소설가)
감옥이란 무엇인가:
철학자가 묻고 교정학자가 답하다
이백철·박연규 지음 | 지식의날개
인간 세상에는 윤리와 도덕이 있다. 그것을 어기면 주위의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벌은 죄인을 감옥에 가두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감옥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박연규가 묻고 이백철이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누구나 죄를 지은 사람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벌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존중받아본 사람이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 죄인이라 할지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회개하고 용서를 빌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책은 죄와 벌의 관계를 묻는 동시에 피해자의 처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저자는 가해자에게 벌을 주는 것을 넘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교정학(Peace-making Correction)’을 미래의 방향으로 제시한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퀀텀의 세계: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이 책은 양자컴퓨터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이순칠 KAIST 교수가 쓴 양자컴퓨터 입문서다. 양자물리학의 기본 이론에서 양자컴퓨터, 양자암호와 양자정보통신, 또 그것이 바꾸게 될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를 포괄한 이 책은 수식이 하나도 없으며 비교적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저자 역시 양자이론이 이해가 쉽게 된다면 그 또한 정상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젊은 시절 시를 썼던 아내에게 이 책의 초고를 읽어주고 이해를 할 때까지 고쳐 썼다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이제 모두가 알아야 할 기본교양의 범주에 들어왔다. 이 책은 어려운 양자컴퓨터에 대하여 일반인과 초보자가 그 전모를 개략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기본 입문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김원아 글·김소희 그림 | 사계절
어린이 문학가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오랜 관찰에 기초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62가지 상황을 추려 어떻게 대응하고 상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친구가 자기 말만 옳다고 할 때, 친구가 모둠 활동에서 제대로 안 할 때, 친구들 대화에 끼고 싶을 때, 친구가 내 물건을 빌려가 돌려주지 않을 때, 나를 힐끔거리며 귓속말을 할 때 등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들어가 있다. 이 조언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반대로 내가 나만 옳다고 한 것은 아닌지, 모둠 활동을 제대로 안 한 건 아닌지, 친구 물건을 가져가 안 돌려준 적은 없는지 등 입장을 바꿔 ‘상대의 시선’으로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골목의 약탈자들
장나래·김완 지음 | 스마트북스
전체 제목은 ‘당신의 돈을 노리는 골목의 약탈자들’이다. 무시무시하다. 골목에서 내 돈을 노리는 약탈자들이 있다니. 약탈의 무대는 한해에만 100만여 명이 새로 유입되는 우리나라의 거대한 자영업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약탈의 실상을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 두 사람은 현직 신문기자로 직접 자영업 약탈 현장에 잠입하여 취재한 결과를 책으로 펴냈다. 그만큼 이 책은 생생하고 현장감 있다. 악덕 창업컨설팅, 창업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악마의 계약서, 신도시 상가 분양가의 뻥튀기 메커니즘을 비롯한 자영업 창업을 둘러싼 현실이 적나라하기만 하다. 강도만이 내 돈을 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 눈 뜨고도 당한다는 것이 뭔지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백신이 되어 줄 것이다.
표정훈(평론가)
청소년을 위한 종교 공부
박정원 지음 | 지노
현대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종교를 공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특정 종교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이 아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우리는 모두 종교적 존재다. 우리 안에는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는 본성이 내재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주변을 돌아보면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스님, 목사, 신부 등 종교인도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들을 이해하고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믿는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무조건적인 신념은 ‘굴레’이고 이해를 실패한 비판은 ‘폭력’이라는 말은 마음 깊이 새겨 둘 만하다. 청소년들에게는 영어, 수학 성적보다 평생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종교 공부가 더 중요해 보인다.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