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기술독립 선봉장 ‘소부장’ 자립

2022.01.17 최신호 보기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추진 배경과 주요 성과 등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정책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국민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재조명합니다. K-방역,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선도경제, 신한류, 한반도 평화 분야의 주요 성과를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이번 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독립 2년의 성과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021년 7월 1일 누리소통망(SNS)에 올린 ‘대통령의 결단… 소부장 독립운동’이란 글이 화제가 됐어.
정부가 일본의 정치적 보복에 정면 대응하는 강력한 맞불 카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관한 기술독립 2년의 성과를 어떻게 얻게 됐는지 박수현 수석이 브리핑에서 할 수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깊은 고민과 과감한 결단 과정에 대해 숨김없이 전한 글로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지.
이 글 중간에 보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어. “바둑 둘 줄 아십니까?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나는 지금이 소부장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건의할 수 있습니까?”라며 문 대통령이 참모들을 질책했다고 언급했어.
이 발언의 시작점은 일본 정부에서 비롯해. 다들 알다시피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사용되는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2019년 7월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며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정치 보복에 나서지.

▶2021년 10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소부장뿌리기술대전│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의 미래를 내다본 ‘한 수’
일본의 소부장에 대한 기습적인 수출규제로 경제위기감과 반일 감정이 동시에 끓어올랐고 당연히 청와대는 분주했지. 박 수석에 따르면 청와대 내 모든 부서 회의에서 토론이 벌어졌고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청와대와 정부는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에 직면해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길을 선택하자는 것이었지. 다수 참모의 의견에 따라 대통령에게 메시지 초안이 올라갔는데 초안을 본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얼마간의 침묵 끝에 참모들을 긴급 소집한 회의에 위에서 언급한 의지를 피력하며 정면 대응 카드를 주문했다는 것이지.
박 수석은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기술독립의 길은 없을 것”이란 문 대통령의 말은 참모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렇게 해서 2년 전 ‘소부장 독립운동’의 방향이 결정됐다고 소개하고 있지. 대통령이라는 한 나라의 지도자 자리에서 국운을 결정할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결단의 모습이 담긴 이야기야.
문 대통령의 고뇌는 2년이 지나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를 내다본 한 수가 됐지.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 수출을 막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취지로 규제했지만 정반대로 일본 기업이 안정적인 수출선을 놓치는 등 피해가 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지. ‘명분과 실리’ 둘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져 오히려 일본 측의 타격이 컸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어.
반면에 우리나라는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통해 대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깨달음에 더욱 채찍질하며 기술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4월 1일 경북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 불화폴리이미드 공장을 찾아 불화폴리이미드 필름 제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소재·부품·장비 일본 의존도 역대 최저치
정부는 일본의 기습 수출규제 한 달 만에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놨어. 그로부터 1년 만에 ‘소부장2.0 전략’을 수립했고.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 육성, 5개 첨단 특화단지 조성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 핵심이야.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소부장 일본 의존도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2년 성과’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3대 품목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지.
2021년 1~5월 불화수소 수입액은 460만 달러로 2019년 1~5월 2840만 달러보다 83.6% 감소했어. 반도체회로를 깎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불화수소의 국산화와 더불어 공급망 다변화로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이뿐만이 아니야.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던 불화폴리이미드는 국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제조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서 대일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었어.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을 12배 늘리면서 공급망 다변화로 대일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게 됐지.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었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2021년 1∼5월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은 813억 6961만 달러야. 이 가운데 일본 제품은 118억 7089만 달러로 14.6%를 차지했어. 이 비중은 2020년 1∼5월 15.7%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야. 2003년 최고치였던 28%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낮아진 거야.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간 셈이지.



과감한 지원으로 1년 반 만에 가시적 성과
여기에 국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소부장 국산화 연구개발(R&D)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어. 특히 이들이 개발한 소부장 기술은 관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전돼 산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 소재 독립의 중요성으로 승격된 한국재료연구원은 상용 합금 대비 인장강도(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에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응력)가 13% 높은 에너지 플랜트용 타이타늄 신소재 제조 기술을 개발해 이전했고 지역 주력산업의 핵심부품인 모터와 엔진, 터빈의 핵심소재 부품 인프라를 구축했어.
한국재료연구원뿐만 아니라 한국기계연구원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초정밀 절삭가공장비의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했어. 한국전기연구원도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트렌치 모스펫’의 설계 및 공정 평가기술을 개발했지.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역시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 상용화 등으로 소부장 기술자립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지.
특히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어. 최근에 다시금 2년 전 문 대통령의 정면 대응 카드가 탁월한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2년 만에 8000억 원의 경제 유발효과와 3000명이 넘는 고용 창출 등 정책 성과가 나타났어. 이 가운데 수요와 공급 기업이 함께 참여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 매출이 3306억 원 증가했고 4451억 원의 민간투자가 이뤄졌지. 신규 고용은 3291명 늘어나고 특허 1280건이 출원됐어.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장은 “통상 연구개발 지원 사업이 결실을 보려면 6년은 걸리는데 긴급 상황에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지원으로 1년 반 만에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어.

2022년에도 소부장 독립은 현재진행형
이처럼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위기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야. 덕분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중소·중견기업과 협력,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 등으로 소부장의 경쟁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지. 비록 일본의 경제 보복에서 촉발됐지만 소부장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는 소재 산업의 기술 자립과 함께 관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공급망 창출을 통한 제2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소재 기술 자립도를 더욱 높이면서 주력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산업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는 얘기지.
정부 역시 2022년에도 계속 두 팔 걷어붙이고 소부장 독립을 이어갈 계획이야. 산업부는 2022년에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이 넘는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했어. 이 가운데 핵심 소재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전년 대비 8.1% 늘어난 1조 6816억 원을 투입하고 미래선도품목 선점과 희소금속 대체, 소부장 기업 실증기반 강화 등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지.
여기에 산업부는 2조 1000억 원 규모로 신설된 ‘소부장 특별회계’를 2022년에는 2조 6000억 원 규모로 늘려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강력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이런 정부의 포부와 목표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아. 박 수석이 누리소통망에 올린 글 마지막 부분을 보면 쉽게 이해될 거야. “소부장 독립운동은 문 대통령이 지금도 각별히 신경 쓰는 국정과제”라고 전하고 있어.
소부장 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활동이 원활히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국가 기초체력과 같은 거야. 다른 어떤 산업보다 돈과 인력은 물론 정부의 적극행정과 지원도 많이 필요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에도 우리 경제에 커다란 힘을 보태며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소부장 자립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모든 산업 일꾼은 물론 정부 당국자에게도 박수를 보내자고.

이현호 <서울경제> 기자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반도체 소재와 자동차 부품, 제조를 위한 장비 등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을 말한다. 기술자립도가 근간인 기초산업이다. 반도체만 해도 600개 이상의 공정에서 수백 개의 소재와 제조 장비가 필요하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제조업의 허리이자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소재·부품·장비 기술은 부가가치 향상과 신제품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제조업을 혁신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친환경, 스마트화, 디지털전환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은 경량화, 융복합화, 스마트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부품·장비에 의해 좌우된다. 핵심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 역량 확보를 통해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한 ‘100대 품목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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