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경제학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뜻하는 ‘싱글라이제이션(Singlization)’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1인 가구는 664만 3000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31.7%를 차지했다.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대에는 9%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0년 23.9%, 2015년 27%를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의 증가폭이 크다. 청년층 1인 가구는 134만 3000가구로 5년 전보다 46만 5000가구 늘어 52.9%에 달했다. 미혼 1인 가구의 증가도 두드러진다. 미혼 1인 가구는 334만 1000가구로 50.3%를 차지했다. 2015년보다 105만 6000가구 늘었다.
1인 가구 증가로 소비 행태에 큰 변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초저출생 현상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4로 2018년 1 아래(0.977)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됐고 이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가 1인 가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요인도 있다. 젊은 세대의 취업난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과 자아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 초혼 나이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소비 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솔로이코노미(Solo Economy)’, ‘혼밥’, ‘혼술’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1인 가구의 소비지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1.2%로 4인 가구의 1.1%보다 높다. 그만큼 소비주체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 흐름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1인 가구는 대체로 식품 관련 소비의 비중이 다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외식을 하거나 가공식품을 선호하며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사교활동에 적극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집값이 당분간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1인 가구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2019년)에 따르면 2017년 1957만 1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47년에 2230만 3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인 가구의 비중이 37.3%로 부부가구(21.5%), 부부+자녀가구(16.3%)를 훨씬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수도권의 집값 안정 여부는 1인 가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정부, 1인 가구 사회관계망 형성 적극 지원
싱글라이제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1인 가구는 최근 반세기 동안 어떤 형태의 가구보다 급격하게 증가했다. 유럽은 싱글라이제이션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EU 28개 회원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4%에 이른다.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를 차지했고 덴마크(44%), 리투아니아(43%), 핀란드, 독일 등도 40%를 넘었다.
고령화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도 1인 가구가 급증해 2040년에는 전체 가구의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족중심형 사회이면서 인구구조의 변화가 우리보다 빠른 일본은 1인 가구가 불러올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된다. 후지모리 가츠히코 일본복지대 교수는 1인 가구의 빈곤과 고령자의 돌봄,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이웃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아 1인 가구의 고립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에 정부는 1인 가구의 고립 방지를 위한 사회관계망 형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인 생애주기별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 사업을 새로 실시한다. 1인 가구는 각 지역의 가족센터(12곳)를 통해 자기개발 및 심리·정서 상담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청년 1인 가구는 ‘자기 돌봄 관계 기술과 소통·교류 모임’, 중장년 1인 가구는 일상에서 ‘서로 돌봄 생활 나눔 교육’, 노년 1인 가구는 ‘심리상담과 건강한 노년 준비 교육’ 등 생애주기별(청년, 중장년, 노년 등)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