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일상화된 캠퍼스, 스스로 깨어나야죠”

2021.12.27 최신호 보기
▶중앙대학교 영자신문사 <중앙헤럴드>에서 각각 편집장과 정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권아현 씨(왼쪽)와 송수민 씨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려온 12월 하순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를 찾았다. 캠퍼스엔 학생들의 활기찬 행렬 대신 찬 바람만 스쳤다. 권아현(도시계획부동산학), 송수민(영어영문학) 씨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오는 참이었다. 시험은 온라인을 활용한 원격 방식으로 치러졌다.
“모든 학생이 동시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러요. 휴대전화로는 감독관이 볼 수 있도록 얼굴과 손을 비춰야 해요. 많은 시험이 오픈북 형식의 서술형으로 바뀌었거나 과제 제출로 대체됐는데 객관식 시험은 이 같은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방지해 치러요.”
코로나19로 실습 과목을 제외한 대학 내 대부분의 수업이 2020년부터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방식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청년들은 교수, 친구들과 교류하기 어려운 이 같은 상황에 아쉬움이 많았다. 2학년인 송수민 씨는 입학 후 지금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들어왔다. 학교에 오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이 전부. 친구들은 이 같은 스스로의 처지를 ‘고등학교 4학년’이라 칭한다며 자조했다.
“전자우편만으로는 교수님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여태 동기들 얼굴도 보지 못했어요.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지식만이 아닌데 강의 외적인 걸 많이 경험하지 못해 아쉬워요. 인터넷 강의만 듣는 단조로운 학교생활이 고등학생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최대 고민 ‘취업’, 다양한 경험 쌓으려 도전
20대 초반의 두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취업이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숨을 내뱉는 젊은이들의 얼굴엔 한기가 서렸다. “‘뭐 먹고 살지’ 하는 이야기를 하는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송 씨의 앳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청년들의 고충이 단번에 와닿았다.
특히 거리두기로 선배들과 교류하기도 쉽지 않아 이른바 ‘스펙’은 얼마나 쌓아야 하는지, 기업의 채용 기준은 뭔지, 면접은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권아현 씨는 “뭘 해야 하는지 몰라도 뭐든 스스로 찾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2022년이면 4학년이 되는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어요. 요즘엔 1학년 때부터 꿈이 명확한 이가 많아 놀랍더군요. 일단 ‘남들이 하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영어 공부하고 컴퓨터 자격증 따며 한 해를 보냈어요. 전공을 살려 직업을 선택하겠지만 정말 맞는 일일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그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캠퍼스에선 뭐든 자기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며 평소 즉흥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 속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뿌듯한 경험도 했다며 2021년을 ‘잔잔한 속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정의했다.
“강의를 혼자 듣다 보니 수업이나 과제를 깜박하기 쉬워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놓고 있어요. 사람들과 교류가 없으니 뭐든 스스로 찾아서 하지 않으면 안 돼요. 2021년 교내 영자신문사 <중앙헤럴드> 편집장이 된 건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예요. 조직의 장으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지만 누군가 잡지를 읽어주면 정말 뿌듯하더군요.”
송 씨 역시 단조롭게 흘러가는 일상에 돌멩이를 던지며 스스로 파도를 일으키려 노력했다. ‘열정과 도전이 가득한 한 해’였다며 치켜뜬 눈에 총기가 가득했다.
“코로나19로 2020년엔 활동의 제약이 워낙 많았기에 2021년엔 많은 걸 해보려 노력했어요. <중앙헤럴드> 기자, 봉사활동, 공모전, 투자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했죠. 한꺼번에 일이 겹쳐 힘들었지만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성과를 올렸어요. 그 과정에서 그간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무척 좋았죠.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단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책임감, 자책 덜고 즐기면서 성장할 것”
취업이란 덩치 큰 걱정거리를 등허리에 짊어지고도 청년들은 사소한 일상의 기쁨으로 청춘의 콧노래를 부를 줄 알았다. 2021년 가장 좋았던 일, 위안이 돼준 것을 묻는 질문에 ‘야구’ ‘운전’ ‘노래’ ‘가족’과 같은 일상의 단어가 이야기를 메웠다. 송 씨는 “스무 살이 되면 야구장에 꼭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1년을 더 기다린 끝에 꿈을 이뤄 무척 설레었다. 자신의 인생을 노랫말로 녹여내는 자이언티의 음악은 같은 청년 세대로서 2021년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권 씨는 2021년 가장 행복했던 장면으로 운전면허를 따던 날과 기숙사가 폐쇄돼 매일 저녁 가족과 함께하게 된 식사 시간을 꼽았다. “운전면허를 따고 나니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가족은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게 좋다 생각했는데 막상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나누는 이야기가 참 좋다”고 말하는 얼굴에 환한 조명이 켜졌다.
청년은 생애주기별로 보면 현대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푸른 봄이란 뜻의 청춘이란 또 다른 이름표를 달고 자체발광하는 여전한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그들이 꿈꾸는 2022년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송 씨는 ‘성장하는 한 해’를 열쇳말로 삼아 마음을 다졌다.
“2021년에 너무 많은 활동을 하느라 책임감에 짓눌렸어요. 다만 뭘 하든 잘 이겨내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을 터득했죠. 내면이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2022년이 됐으면 해요.”
권 씨는 ‘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향한 기대감을 더했다.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젠 못 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뭐든 즐겁게 하려고 해요. 너무 뒤처지지 않되 타인의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요.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바람직한 인생 설계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새해엔 좀 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요.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면 나이가 어려도 ‘꼰대’예요. 해가 갈수록 공감 능력을 갖춘 어른이 돼야죠.”

글 조윤 기자,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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