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농산어촌유토피아 특별위원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농산어촌유토피아 토론회’에서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산어촌 유토피아’ 토론회
“농촌·어촌·산촌 유토피아라고 말하면 그걸 듣고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가슴이 설레고 뛰고 뭔가 기대가 생겨나고 인생이 즐거워질 것 같은 쪽이 있는가 하면 냉랭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어떤 쪽인가? 오늘 이 자리는 지난 3년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이 함께 연구하고 전국 여러 현장에서 실험한 ‘농산어촌 유토피아’의 내용을 종합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다.”(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별위원회 위원장)
“최근 자연 휴양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농업·농촌생활 선호 문화가 확산되고 2020년 귀농·귀촌 가구는 35만 7000가구로 통계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이 실천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삶, 일자리, 쉼, 공동체의 터전으로 우리 농산어촌이 활력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정현찬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2021년 4월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별위원회가 발족했다. 앞서 2021년 2월 국가균형발전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농산어촌 유토피아 제1호 농촌마을 공공임대주택(총 12가구)을 준공해 입주까지 마쳤고 8월엔 경남 거창에서 12가구짜리 농촌마을 임대주택 착공에 들어갔다. 2022년에는 충북 옥천·영동에 35가구짜리 농촌 임대주택이 본격 추진된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11월부터 11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농산어촌 유토피아 시범사업이 시작돼 농산어촌 주거·일자리·생활을 정부가 정책 패키지로 묶고 주민이 주도해 실천하는 유토피아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5도2촌 다주택자 종부세 등 완화”
12월 15일 국가균형발전위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별위원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도농상생 균형발전 전략으로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실천 방안 모색’을 주제로 ‘농산어촌 유토피아’ 토론회를 열었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은 농촌·지방소멸 위기 시대에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3농(농산어민·농산어업·농산어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로 일상생활·경제활동·여가 및 휴양활동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농촌공동체 활성화, 귀농·귀촌정책 대상 다변화, 빈집은행·농지은행·재능은행 등 3대 은행을 통한 실질 지원 등을 기본방향과 내용으로 한다.
2018년 9월 농촌경제연구원이 ‘행복한 균형발전을 위한 농촌유토피아 구상’ 보고서를 내놓은 뒤 서울·충남 홍성, 전남 나주, 경남 함양, 경북 의성, 강원도 화천 등에서 1~8차 토론회를 열고 사업모델 발굴, 현장의 정책실천방안 등을 모색한데 이어 이번이 9차 토론회다. 정영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주택, 일과 소득, 마을공동체, 귀농귀촌 활성화 등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현을 위한 분야별 사업 기본틀이 구체화돼 몇 개 시범지역을 대상으로 실행단계에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한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단장(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은 “2019년 조사에서 20세 이상 인구 중에 945만 명이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5년 내에 농산어촌에서 살 의향을 갖고 있고 1년 이내에 이를 실행할 의향을 가진 사람도 130만 명에 달했다”며 “제1호 농촌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 함양 사례는 유토피아 구상이 연구에서 출발해 이제 눈에 보이는 물리적 실체로 실천되는 성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함양 서하면에서는 2019년 말부터 폐교 위기에 처한 서하초등학교에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실험(‘아이토피아 사업’)이 이뤄졌는데 빈집 활용 및 주택 제공, 학부모 일자리 제공, 마을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75가구 144명이 전입을 신청해 총 8가구 31명이 이주했다. 이 프로젝트로 서하초 학생은 전교생이 기존 13명에서 29명으로 증가했다.
홍성 장곡마을의 자율적 유토피아 만들기 프로젝트, 의성군의 ‘이웃사촌마을 조성사업’(청년 이주·정착 유치), 강원 화천의 ‘아이 기르기 좋은 화천’ 사업(어린이도서관·학습관 건립 등)도 유토피아 프로젝트 사례들이다. 송 단장은 “의성에서는 학령기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화천 사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실천 모델”이라며 “면지역에 한해 주택 취득·양도세 면제, 농지소유 제한 규제에서 예외 적용(소유하지 않아도 정원을 가꾸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정), 농촌 빈집의 체계적인 관리·매매·임대 알선 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지역단위 ‘빈집은행’ 도입·운영 등을 도입하자”고 정책을 제안했다.
“농촌-베이비부머-중기 3자 상생”
마강래 교수(중앙대)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농촌으로 몰려가도록 끌어들어야 균형발전이 된다”고 주창했다. 그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와 2차 베이비부머(1964~74년생)가 총 168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농촌에서 나고 자라 도시로 이주해온 생애 경로를 갖고 있고 많은 베이미부머가 은퇴 이후 다시 농촌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선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이들이 농산어촌에 정주·이주하려면 3박자(건강·친구·돈)가 모두 결합돼 갖춰져야 한다. 성공 경험이 축적되려면 군급 지역에 주택·의료·교육지원과 ‘지역 상생형 일자리’가 결합돼야 한다”는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성주인 박사는 농산어촌 공간계획을 수립·정비하는 제도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많은 농촌에 공장과 축사들, 농촌 경관을 훼손하는 태양광시설 등이 마을과 분리되지 않은 채 주거지 가까운 곳에 들어서 있고 지금 농산어촌은 난개발과 저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농촌의 가치와 자원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농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마을 공간조성 계획(국토종합계획, 도·시·군의 기본·관리계획)을 수립해 농촌 재생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김대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각 정부부처에 흩어진 연구개발 예산 중 일부 자금을 과학기술분야뿐만 아니라 농산어촌 삶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로 투입·집행해보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수십년간 국가에서 농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는데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어도 그 지원으로 들어선 각종 시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방치되고 허물어진 이런 시설을 한데 묶어 귀농귀촌 젊은이들에게 제공하고 청년들이 이 시설을 위탁 경영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자”고 제안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