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수어 민원안내시스템 ‘누리뷰’ 시연 영상 | 대전시 누리집
▶민원인이 수어로 문의하면 수어 민원안내시스템 ‘누리뷰’(화면 가운데)가 수어로 민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구성돼 있다. | 대전시
수어 안내 시스템
민원인이 일반 거울 같은 모습의 안내시스템 앞에 서면 화면 안에 캐릭터가 등장한다. 정보 안내는 수어안내, 음성안내로 나눠 있다. 수어안내를 선택한 뒤 원하는 메뉴를 누르거나 수어로 표현하면 화면 속 캐릭터가 해당 정보에 관해 수어로 설명해준다. 문자 해독에 불편을 느끼던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언어인 수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공공시설 등에 설치된 무인 안내시스템이 문자 기반 안내였던 데 반해 수어 동작 인식 안내시스템이 보급되면서 장애인 정보 격차가 다소 줄어들고 있다.
대전시는 2021년 초 인공지능(AI) 기반 수어 동작인식기술이 적용된 민원안내시스템(누리뷰)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누리뷰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인정보단말기로 대전시의 민원·시책 정보와 주요 지하철역 정보를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에 맞춰 제공한다. 대전시청 4곳과 지하철역 2곳에 설치해 민원 정보 4개 분야, 여권 정보 6개 분야, 복지 정보 3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청사 안내·비상시 대피 요령은 물론 지하철역 안내 및 출발·도착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대전시 수어 민원안내시스템 ‘누리뷰’
누리뷰는 시·청각장애인이 음성 또는 수어로 민원 정보를 문의하면 음성 또는 3차원 수어 영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단말기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방식도 가능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휠체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화면 높이를 조절하는 첨단기술도 적용됐다. 동반자 없이도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수어 안내시스템으로 안내·상담 업무를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기술을 통해 안면 인식·추적으로 비접촉식 체온 측정이 가능하고 상세 답변 정보는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모바일 ‘누리봇’ 챗봇(대화로봇) 서비스로 연계해 받아볼 수 있다. 누리뷰는 현재 900단어 정도 학습한 상태로 민원 사례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단어를 학습해 이용자 편의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전시는 청각장애인이 시·구청 누리집에 접속했을 때 수어로 된 영상 서비스가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자 행정안전부 2020년 첨단 정보기술 활용 공공서비스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된 소프트웨어개발 기업 멀틱스와 함께 수어 동작 인식 민원안내시스템 보급에 나섰다. 멀틱스는 2018년 한국수어 솔루션 개발을 시작해 동작인식기술 개발, 한국수어 DB 구축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공시설에 설치된 기존 무인안내시스템은 문자를 기반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웠다”면서 “특히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문자를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누리뷰는 2021년 6월 조달청이 주관하는 ‘2021 혁신 시제품’으로 지정돼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도 예상된다.
혁신 시제품은 조달청에서 공공서비스 개선에 적용할 상용화 전 혁신 제품을 제안받아 공공성, 사회적 가치, 혁신성과 시장성 등을 평가해 지정한 제품이다. 혁신 시제품으로 지정되면 지정기간(3년) 동안 공공기관이 직접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조달청 시범 구매 대상이 된다.
대전시는 또 각종 재난과 관련한 예보와 경보, 응급 대응 요령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에 수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의 긴급재난 수어 동영상은 먼저 단어를 애니메이션 동작으로 바꿔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고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경우 데이터베이스의 애니메이션 동작이 동영상으로 자동 생성돼 전송되는 방식이다.
대전시 담당자는 “누리뷰가 안내시스템이라면 올해는 더 나아가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민원 신청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민원 신청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모두 다 할 수는 없지만 수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민원 신청부터 단말기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어 동작을 인식하는 안내시스템은 김포국제공항에도 비치돼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공동으로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수어인식기술이 적용된 안내시스템을 설치하고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안내시스템 앞에 서면 웹카메라가 사용자의 손 모양을 인식해 공항 내부의 시설 등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공항을 방문한 청각장애인이 공항시설을 쉽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공항 이용 시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수집해 인공지능(AI) 수어 인식 모델에 적용했고 고가의 카메라 장비 대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웹카메라만으로도 사용자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수어를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 설치된 수어 안내시스템은 공항 방문 청각장애인이 공항시설을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해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공동 연구개발 중인 스마트 교통약자 시스템이다. | 한겨레
▶한 청각장애인이 수어해설 전용 홍보물에 탑재된 정보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로 인식시키면 펼쳐지는 수어해설영상을 보면서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경복궁도 수어 안내시스템 운영
문화재청은 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차별 없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경복궁 청각장애인 대상 관람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경복궁 청각장애인 대상 관람서비스는 경복궁 안내실에 비치된 수어해설 전용 홍보물에 탑재된 정보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로 인식시키면 펼쳐지는 수어해설영상을 보면서 번호를 따라 청각장애인 스스로 주요 전각을 손쉽게 찾아다니도록 만든 관람 편의 서비스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수어해설영상을 제작해 2021년 1월 전산망에 올렸으며 정보무늬에 기반한 홍보물 제작과 비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어방송 의무화 비율 7%로 올릴 계획
2021년은 ‘한국수어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된 첫 해다. 디지털전환 시대에 디지털정보 접근·활용 능력의 차이로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우려되면서 법제도 개선과 정보 취약계층 요구 분석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 포용정책이 필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022년 상반기까지 한국수어방송 편성 비율을 7%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영국 비비시(BBC)의 수어방송 비율은 5%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10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보고하고 수어방송 의무화 비율을 현행 5%에서 7%로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실시간 방송 외에 주문형비디오(VOD)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폐쇄자막(Closed Caption)과 화면 해설, 수어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된다. 폐쇄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모든 음성 내용을 문자로 방송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반 방송 자막과 달리 시청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화면에 문자가 나타난다.
이찬영 기자
2월 3일은 ‘한국수어의 날’
우리나라는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돼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수어의 날은 2020년 ‘한국수화언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인 2월 3일로 지정됐다. 이로써 한국수어의 날은 한글날(10월 9일), 한글점자의 날(11월 4일)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기념일이 됐다.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청각장애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수어가 한국어에 이어 두 번째 법정 공용어라는 뜻이다. 한국수화언어법은 또 한국수화언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해 청각장애인과 한국수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수어는 우리나라 청각장애인 문화 속에서 시각·동작 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고유한 형식의 언어를 말한다. 흔히 수어를 만국 공통이라고 오해하는데 한국어와 영어가 다르듯 국가와 지역에 따라 수어도 다르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모국어 내지 주 언어로 습득하게 되며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언어는 그들에게 제2언어인 경우가 많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수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을 한국수어 관련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문체부 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한국수어발전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기본계획, 시행계획 및 추진 실적을 확정한 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문체부 장관은 한국수어 정책의 추진을 위해 3년마다 청각장애인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 청각장애인 등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전문용어를 한국수어로 표준화하는 연구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한국수어의 날을 대표 발의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수어 ‘존경’을 의미하는 ‘덕분에 챌린지’는 큰 감동을 주었다”며 “엄지를 치켜들며 의료진과 국민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수어 동작을 통해 한국수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친근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등 방대본 관계자들이 2020년 4월 22일 의료진에게 수어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중앙방역대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