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도 나눔꽃은 더 활짝 핀다!

2022.01.24 최신호 보기

▶중구자원봉사센터 효드림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는 김충식, 최귀분 씨

나눔 실천하는 사람들

사각지대 홀몸 어르신들 안녕 묻고 확인
서울 중구 효드림 봉사단
서울 지하철 5·6호선 청구역 가까이에 있는 중구여성플라자 5층 다목적홀에 시니어 네 명이 모였다. 김충식(73), 최귀분(70), 김순하(62), 박미정(59) 씨다. 중구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지역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시니어 네 명의 정체는 ‘중구 효드림 봉사단’ 단원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중구 효드림 봉사단은 서울 중구 지역에 홀로 사는 어르신의 안전 지킴이와 말벗이 돼주고 있다. 효드림 봉사단의 돌봄 대상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어르신이다. 소득수준, 부양의무자 여부, 주민등록상 동거자 유무와 상관없이 지역 내에 혼자 사는 어르신으로 돌봄서비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관리 등 공공부문이나 전문 인력 서비스에서 소외된 어르신이다.
효드림 봉사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활동 폭이 좁아졌지만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좀 더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으로 바꿔 운영한다. 생필품을 ‘안녕 가방’에 넣어 어르신 집의 문고리에 걸어두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몸의 안전거리는 지키되 마음의 거리는 최대한 좁히는 모습이다. 김인영 중구자원봉사센터 부장은 “중구에는 홀몸 어르신이 많이 산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의 안녕을 묻고 확인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효드림 봉사단원 최귀분 씨가 선물 꾸러미를 홀몸 어르신 집의 문고리에 걸고 있다.

자원봉사자 손길과 마음 담긴 특별한 선물
취약한 홀몸 어르신의 말벗이 돼주는 효드림 봉사단. 안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구 효드림 봉사단은 2021년 11월 중순 서울특별시장 표창장을 받았다.
오늘 모인 효드림 봉사단 단원 네 명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 네 가구를 방문한다. 들고 갈 선물 꾸러미가 꽤 묵직하다. 혼자 식사하는 어르신의 영양을 생각한 식품이 먼저 눈에 띈다. 도가니설렁탕과 백합미역국, 잡곡밥과 흑미밥, 그리고 호박죽과 삼계전복죽. 모두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면 뚝딱 차려지는 한 끼 간편식이다.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제철 간식과 2022년 탁상달력, 마스크도 담겼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마음이 담긴 특별한 선물도 보인다. 우엉차, 돼지감자차, 옥수수차 등 차 3종과 손편지다. 차에는 주요 효능을 각각 적어 붙였다. 이 특별한 선물은 2021년 봉사를 시작한 50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들고 썼다.
수년간 효드림 봉사단 활동을 이어가는 시니어 네 명에게 나눔의 행복에 대해 들어봤다. 중구자원봉사센터가 생기면서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충식 씨는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전엔 효드림 봉사단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외출도 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이 운동도 못 하고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상황이다. 어르신들의 우울감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어르신들의 일상을 전했다.
효드림 봉사단 활동을 위해 마사지, 테이핑 등을 센터 교육을 통해 1년 넘게 전문적으로 배운 김 씨는 “어르신들은 밤새 안녕하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부 전화를 할 때마다 “운동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꼭 남긴다”고 한다. 김 씨가 제안하는 ‘코로나 우울’ 극복 방법이다.
오늘 김충식 씨와 한 조가 되어 움직인 최귀분 씨는 집에서 애 키우고 살림만 하던 자신에게 효드림 봉사단 활동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준 ‘행복’이라고 했다. 최 씨는 “할머니 한 분을 쭉 맡고 있다. 울상을 짓던 할머니가 지금은 환하게 웃는다.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오면서 일어난 변화”라며 말벗 봉사의 보람을 전했다.
중구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박미정 씨는 효드림 봉사단 창단 단원으로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박 씨는 시작 때 아이가 어설프게 참여하지 않도록 “군대 가기 전까지 어르신 한 분을 네가 책임지라”는 조건을 걸었다.
박 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아이와 오랜 갈등 때문이었다. 그는 “내 갱년기와 아이 사춘기가 맞물렸다. 서로 싸우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봉사활동에 시간을 쏟았다. 봉사하고 온 날 나 스스로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를 넘겼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와 싸움도 줄이고 우울증도 줄이며 새 삶을 찾았다.
박 씨는 오랜 기간 계속 왕래하는 어르신과는 이제 가족이 됐단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어르신과도 계속 연락하고 지낸다. 지금 맡고 있는 어르신은 진짜 우리 할머니 같다. 시골에서 보낸 음식이라며 나눠주시고 명절엔 주머니에 쌈짓돈도 찔러주신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도 취약한 홀몸 어르신의 말벗이 돼주는 효드림 봉사단은 서울특별시장 표창장을 받았다.

“어르신 돌보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중구 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30년간 근무 중인 김순하 씨는 효드림 봉사단 7년 차다. 김 씨는 “2025년에 퇴직한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고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동료 교수와 짝이 돼 월 1회 홀몸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김 씨는 어르신을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했다. “처음엔 의무적으로 왔구나 생각하셨는지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간다고 하면 문밖에 나와 계신다”고.
또한 김 씨는 “어르신을 한 달에 한 번 만나지만 내 노년의 삶도 그려보고 가족 간의 관계도 상상해본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자 내 삶을 설계하는 시간”이라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김 씨의 봉사활동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음식을 만들어 보육원에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
김 씨는 “봉사하는 날은 무조건 걷는다. 두 집을 돌면 2만 보 정도 걷게 된다. 중구 곳곳을 다니면서 지역의 몰랐던 곳을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그사이 그냥 알고 지내던 동료가 집안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단짝이 됐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지역 주민 40여 명으로 이루어진 중구 효드림 봉사단은 오늘도 홀몸 어르신들의 안녕을 바라며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시민단체 ‘나눔문화’의 라카페갤러리 전시회를 찾은 정상훈 대표│한겨레

사진으로 굳게 닫힌 아이들 마음의 문 열어
정상훈 포토브릿지 대표
2015년에 퇴직하고 취미인 사진으로 사회공헌 활동과 일을 해온 정상훈(55) 포토브릿지 대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카페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그의 아지트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시민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정상훈 대표는 2001년 유학에서 돌아온 뒤로 직장 생활과 개인의 삶을 하나로 합쳐야겠다는 고민을 시작했다. 밀레니엄을 겪으면서 달라진 생각도 한몫했다. “한 명 한 명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되면서 세상은 바뀐다”고 생각하게 된 그는 우리 사회의 가치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개인 프로젝트(기획)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그 과정에서 박노해 시인을 작품으로 만나게 됐다. 사진작가로서 그의 작업을 보면서 그와 뜻을 같이하고 싶었다. 박노해 시인이 몸담은 ‘나누는 학교’에서 청소년에게 사진 촬영을 가르치는 친구 교사로 활동했다. 나누는 학교는 서울 봉천동 산동네 아이들을 위해 나눔문화에서 문을 연 주말 대안학교다. 정 대표는 나누는 학교에서 친구 교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로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다.

소외된 청소년 대상으로 사진 교육
그는 “자신을 표현하길 꺼리고 마음의 문을 열길 두려워하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말이나 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사진이란 이미지로 쉽게 소통하길 희망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27년 직장 생활을 접고 사진을 매개로 더 많은 아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은 이유다. 정 대표는 2016년 12월 사회적기업 ‘포토브릿지’를 창업했다. 2020년 초까지 포토브릿지는 소외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과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포토브릿지의 날갯짓은 멈췄지만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만날 수 있는 공간 내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육을 통해 또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접점들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 대표는 사진과 영상 특화 대안학교를 만드는 꿈을 다시 꿀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 아이들과 계속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는 정 대표의 눈빛은 따뜻했다. 정 대표에게 봉사는 생활의 기쁨이다. 아이들을 만나서 기쁘고 그들과 소통해서 기쁘고 그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게 기쁘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나도 비대면으로 나눔꽃 퍼뜨릴까?
봉사활동은 비대면으로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오히려 다른 자원봉사자와 시간을 맞추고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요즘 할 수 있는 비대면 봉사 몇 가지를 모아봤다.

나누는 책 읽기 프로젝트
시각장애인은 오디오북을 주로 듣는다. 점자책보다 오디오북 시장이 넓다 보니 오디오북을 통해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오디오북 역시 전자책, 점자책과 마찬가지로 종이책의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점자도서관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다. ‘나누는 책 읽기 프로젝트’다. 시각장애인이 요청한 종이책을 봉사자가 전자책처럼 텍스트로 변환한 뒤 음성으로 변환, 쉽게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캔한 책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돼 편리한 봉사활동이긴 하지만 빨리 정확하게 입력하는 게 중요한 작업이다. 또 책 속에 그림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도표나 한자, 영어를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봉사활동을 위해 따로 교육 동영상을 봐야 한다. 20시간 이상 활동 시간이 누적되면 봉사 시간 인증이 가능하다.
안녕캠페인
‘쓰담 달리기(플로깅: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거둬 모으는 일)’를 자원봉사 시간을 받으면서 할 수 있다. 사회공헌 기부 공동체 ‘이타서울’은 봉사활동 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쓰담 달리기를 시작하면 봉사자의 동선, 위치 정보를 수집해 활동 시간을 추적한다. 봉사자는 주운 쓰레기를 사진으로 올려 증거를 남긴다. 1일 2시간, 한 달 최대 8시간 인증이 가능하다. 실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며 사진을 올리지 않거나 시간을 덜 채우면 실적 인증이 안 된다. 앱은 네이버앱이나 크롬 브라우저 주소창에 ‘missonclear.org’를 입력해 사용할 수 있다.
지정헌혈
환자의 요청을 받은 헌혈 지원자가 헌혈의집에서 헌혈하고 그 혈액을 지정된 자에게 공급하는 헌혈 방식이다. 앱을 깔면 ‘나의 헌혈이 필요한 사람 찾기’를 통해 혈액형이 일치하는 사람의 사연을 볼 수 있고 ‘서로 교환 헌혈하기’를 통해 환자의 보호자가 헌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넥션(연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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