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미국의 미카엘라 시프린이 1월 1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알파인 월드컵 여자 회전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경기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쟁으로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도 대회를 앞두고 지구촌 ‘눈과 얼음의 축제’를 빛낼 선수들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빙상에서 펼쳐지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일본의 남자 피겨 선수 하뉴 유즈루(28)가 가장 돋보인다. 하뉴는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네 바퀴 반 회전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극강의 무기’로 다듬고 있다. 세계 팬들은 하뉴가 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해낼 수 있을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하뉴의 경쟁 상대인 ‘점프 머신’ 네이선 첸(22·미국)과 대결도 흥미를 돋우고 있지만 일단 하뉴의 우세가 점쳐진다.
여자 피겨에서는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의 고난도 점프가 볼거리다. 발리예바는 남자 선수들도 해내기 쉽지 않은 쿼드러플 점프를 높은 성공률로 수행하면서 국제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발리예바는 2021년 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세계기록(쇼트 프로그램 87.42점, 프리스케이팅 185.29점, 총점 272.71점)을 세웠다. 2021년 말 총점 270점대를 넘은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됐기에 전문가들은 베이징에서 발리예바가 어떤 점수를 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연합
뷔스트, 최초로 5개 대회 연속 메달 노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여자 1500m, 3000m의 강자 이레인 뷔스트(36·네덜란드)가 새 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스피드 강국 네덜란드의 간판인 뷔스트는 2006 토리노 대회부터 평창 대회까지 네 차례 올림픽에서 총 11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평창 대회에서는 1500m 금, 3000m·팀추월에서 은메달을 챙겼다. 뷔스트가 베이징에서 메달을 따면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5개 대회 메달 획득 대기록을 쓴다.
네덜란드의 남자부 베테랑 스벤 크라머(36)도 최근 대표팀 선발전에서 5000m 3위로 들어오면서 다섯 번째 올림픽 도전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크라머는 평창 대회에서 5000m 금메달을 따는 등 네 차례의 올림픽에서 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 대회에서 이상화와 경쟁했던 일본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스타 고다이라 나오(35)도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한다. 성실한 자세로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해온 고다이라는 35세의 나이에도 현재 500m 세계 3위, 1000m 세계 2위를 지키고 있다. 고다이라는 평창에서는 500m 금, 1000m 은을 수확했다.
설상에서는 개최국 중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선수인 에일린 구(19)가 눈길을 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 대표로 나서기 전에 미국 선수로 활약했고 이번 시즌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등 최고의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 <신화통신>은 2021년 말 ‘올해의 중국의 10대 스포츠 선수’를 선정했는데 구는 동계종목 선수로는 유일하게 6위에 올랐다.
알파인 스키의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도 동계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절대 강자다. 시프린은 현역 선수 가운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72승)을 보유하고 있다. 소치 대회 회전과 평창 대회 대회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낸 그는 현재 세계랭킹에서 대회전 1위, 회전 2위에 올라 있다.
재미동포 클로이 김 스노보드 2연패 도전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동포 클로이 김(22·미국) 또한 평창 대회에 이어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평창 대회 이후 프린스턴대에 진학한 김은 2019년 선수 활동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가 2021년 복귀해 기량을 끌어올렸다.
‘스노보드 황제’인 남자부의 숀 화이트(36·미국)도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통산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소치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던 화이트는 2017년 훈련 중 얼굴을 다쳐서 62바늘이나 꿰맸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평창 대회 하프파이프 정상에 오른 불굴의 사나이다.
2021년 세계챔피언십에서 네 개의 금메달을 휩쓴 바이애슬론의 스툴라 홀름 레그레이(24·노르웨이), 평창 대회 2관왕에 오른 봅슬레이 스타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32·독일)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스키점프에서는 일본의 고바야시 료유(26)가 발군이다. 고바야시는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에서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고 특히 연말연초 월드컵 네 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포힐스(Four Hills) 토너먼트’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한 고바야시는 베이징 대회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번 대회에는 혼성팀 대회도 신설됐는데 여자부의 다카나시 사라(26)도 평창에서 동메달을 땄고 현재 세계 랭킹 상위권이어서 일본의 입상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동계올림픽의 꽃’ 아이스하키에서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결정해 아쉬움을 남긴다. 일부 선수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출전할 수 있지만 주요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시청률 등에서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