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기업’ 2021년 26개 역대 최다
집 나간 가족이 돌아오면 일단 반갑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21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와 국내 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26개이고 총 투자규모는 6815억 원이었다. 이 통계를 공식 집계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누적 국내 복귀 기업은 총 108개다.
고용규모 역시 전년보다 55% 늘어 역대 최대인 1820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국내로 복귀한 기업 가운데 100명 이상 고용한 기업은 6개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6개, 전기전자 5개, 금속 3개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남 8개, 충남 6개, 경북 3개, 대구 3개 등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18개)과 베트남(4개)에서 돌아온 기업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산업부는 “대내외 환경변화와 지원제도 개선, 적극적 유치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복귀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요 복귀 사유는 해외환경 악화, 내수시장 확대 및 ‘한국산’ 브랜드 가치 강화를 주로 꼽았다.
고용규모 1820명, 투자규모 6815억 원
산업부는 “복귀 기업 중에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차량용 희토류 영구 자석 등 공급망 핵심품목 생산 업체가 포함돼 있어 공급망 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내 복귀 기업이 경제회복과 고용창출,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가 크다고 보고 각종 지원제도 등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우량 국내 기업의 복귀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제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유턴기업지원법’이라 불리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서 2013년 6월에 통과됐고 2013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복귀 기업에 조세감면, 설비투자금 지원 등을 제공한다.
정부의 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살펴보면 지방 사업장당 투자보조금 한도를 100억 원에서 2020년 200억 원, 2021년 300억 원으로 상향했다. 지원 대상 업종도 늘려 기존 제조업·지식서비스산업에 더해 방역·면역 관련 산업을 추가했다. 첨단업종·핵심 공급망 품목에 대한 해외사업장 축소 요건은 면제했다.
정부는 이밖에 보조금을 활용해 국내 복귀를 적극 유도하고 복귀 기업들의 안정적 국내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복귀 보조금은 2020년 200억 원, 2021년 500억 원 수준에서 2022년 570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복귀 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좀 따져봐야 한다. 복귀 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대는 기업의 해외 진출(오프쇼어링)로 유출된 일자리를 찾아와야 한다는 주장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해외 진출이 제조업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중국의 일자리가 크게 늘면서 해외 진출 효과로 해석됐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해외 진출과 더불어 자동화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해외 진출을 통해 저숙련 노동의 비중이 낮아지고 숙련 노동이 높아져 고부가가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한 것이다. 해외 진출이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국내 복귀를 택하는 기업들은 자동화를 통해 고임금 문제를 해결한다. 본국이 임금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생산 공정의 자동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표적 국내 복귀 사례인 등산화 제조업체 트렉스타가 그렇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트렉스타는 중국에서 퇴출압박이 심해지자 2016년 부산으로 돌아왔다. 당시 중국 인건비가 우리나라의 60% 수준인데도 국내 복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로봇 투입을 통한 자동화였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2016년 독일로 돌아간 세계적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복귀의 공급망 안정화 효과도 확실치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글로벌 공급망에 교란이 발생해 미국을 중심으로 국내 복귀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세계 4대 컨설팅사인 EY가 2020년 4월 다국적 기업 경영진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가 국내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산시설을 최대한 소비자한테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복귀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제조업의 국내 생산보다 해외 수입이 더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오랜 기간 거래해 온 공급처와 거래를 유지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됐다.
해외 진출 기업이 돌아오는 건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고용 창출과 투자 유치, 제조업 강화 등의 목표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국내에 유치해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히려 국내 복귀 지원보다 해외 진출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해외 진출로 일자리를 잃은 저숙련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말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