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거북 / 릴리아 킨더랜드
초록 거북
릴리아 킨더랜드
<초록 거북>이 책방에 도착한 날, 박스를 풀다 말고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혼자 코를 훌쩍거리며 보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말없이 책을 건네고 휴지를 슬쩍 옆에 두었다.
“아빠, 많이 아파요?”
“하나도 안 아픈데… 무서워.”
이 장면을 보다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거북의 말에 눈물 버튼이 눌려진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나이. 엄마의 시절이 그 즈음이어서였을까? 엄마의 시절이었을 그때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서였을까?
책방에 자주 오는 경찰관 한 분이 있다. 자신의 상사에게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상사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록 거북>을 추천했다. 몇 달 후 상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네가 선물해준 그 책이 많은 위로가 됐다. 고맙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림책을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중년 남성에게 <초록 거북>이 어떤 울림과 위로를 주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주말마다 나와 오빠를 차에 태우고 전국으로 여행을 다녔다.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어른이 됐다. 용감하게 사직서를 내고 혼자 45일간 유럽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이제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부모님께 전하고 싶어 함께 가고 싶은 곳들을 기록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초록 거북>이 ‘예지책방’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각자의 공감에서 오는 감동과 울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같은 책을 보고도 상황에 따라 나이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된다면 이 책이 또 어떤 울림을 줄까? 궁금해진다.
차예지 예지책방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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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