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제전망
한국은행은 2021년 2월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2021년 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초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역시 3.1%로 한은과 거의 차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2021년 말 한은과 KDI는 2021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똑같이 4.0%로 상향 조정했다. 4.0%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6.8% 다음으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0.9% 역성장을 기록한 우리 경제는 통화당국과 국책연구기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두 기관이 최근 따로 발표한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다.
2021년 경제회복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과 투자가 이끌었다. 전년도에 큰 폭으로 줄어든 세계 교역이 되살아난 가운데 주요국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과 예방접종 확대를 통한 방역조치 완화가 수출 여건을 크게 호전시켰다. 2021년 수출입은 물량과 단가가 전 품목에 걸쳐 빠르게 반등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021년 연간 수출 총액을 전년 대비 24.1% 증가한 6363억 달러, 수입은 29.5% 증가한 60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에는 기저효과의 축소에다 교역 단가의 하방 압력 때문에 수출 증가율이 2.1% 수준으로 둔화하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품목의 증가세는 비교적 꾸준할 것으로 무협은 전망했다. 다만 일부 품목의 세계 공급망 교란과 선진국과 신흥국 간 방역 및 경제회복 격차, 주요국 인플레이션 압력 등은 수출 환경의 난기류 요인으로 꼽힌다.
눈에 띄는 민간소비 회복세
대내적으로는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내수경기가 점차 살아나는 모습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재개와 진전 정도에 따라 2022년에는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 부문 성장 기여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경제전망을 실질 GDP의 구성 항목별로 나눠보면 민간소비 회복세가 가장 눈에 띈다. 방역을 위한 경제활동 제약과 고용시장 위축으로 2020년에는 5.0%나 감소한 민간소비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3.5%, 3.6%씩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5년(2015~2019년) 동안의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 2.6%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소비 회복 흐름은 도소매, 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회복 등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커진 가운데 예방접종 확대와 향후 방역체계 전환이 소비심리를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 활력을 뒷받침하는 확장 재정도 지속된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청년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2021년 95조 200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2.2%(11조 6000억 원) 더 늘어난 106조 8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민간소비 흐름에 하방 위험도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한 가계부채와 꿈틀거리는 금리 때문에 소비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제 규모나 가계의 소득 능력 대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면 한꺼번에 갚는 방식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커 가계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가계의 금융 비용을 증가시켜 민간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가계부채의 총량과 증가 속도 조절에다 질적 관리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상환 능력 위주의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건설투자 5년 만에 증가세 전환 전망
설비투자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2020년(7.1%)에 이어 2021년(8.2%)까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22년에는 2.4% 증가하는 수준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 예상된다. 대신 철강, 기계 등 비IT 분야의 대부분 업종에서는 투자 조정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경기 전개 양상에 따라 조기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조정 압력 상승은 설비 능력보다 실제 생산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뜻한다.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친환경 자동차 등 신성장 부문에서는 시장 선점과 대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대기하고 있다. 서비스업에서는 도소매, 보건의료, 운수업 등을 중심으로 업황 회복에 따른 투자 확대 유인이 있다.
2018년부터 침체에 빠진 건설투자는 2021년에도 전년 대비 0.7% 감소를 기록한 뒤 2022년에는 2.6% 증가로 5년 만에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건설투자 회복세는 주거용 건축, 즉 주택 건설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미분양주택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2021년 하반기부터 누적 착공허가 면적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주택 공사 수주와 착공허가 면적은 건설투자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이다. 대면 서비스업의 경기회복 등으로 사무실과 점포 공실률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상업용 건물 신규 수주 및 건설 전망도 밝다. 토목건설 분야 또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따른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2022년부터 시작될 수도권 3기 신도시 택지 조성과 기반 공사도 건설 경기의 호재이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꾸준한 증가세
GDP 추이를 구성 항목별로 살펴보면 한두 해 경기 흐름보다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 확충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문화·예술 창작과 오락·공연·전시 콘텐츠 등에 대한 투자를 모두 더해 산출하는 GDP 구성 항목이다. 지식을 창출·가공·활용해 1년 동안 증가시킨 재화나 서비스의 부가가치 총합으로 보면 된다. 이런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여러 해에 걸쳐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 만큼 성장잠재력 확충의 중요한 요소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경제성장세의 부침과 상관없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0.9%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에도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4.0% 증가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설비투자는 연평균 3.3%, 건설투자는 0.03% 증가에 그친 반면에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연평균 4.5%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투자(총고정자본 형성)에서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8.9%에서 2020년 22.8%로 커졌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3대 혁신성장 분야(D.N.A.: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3대 신산업(BIG3: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을 중심으로 2021년과 2022년에도 4% 안팎의 견조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한은 예측대로 2021년 4.0%에 이어 2022년에 3% 안팎의 성장률을 달성하면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 경로를 밟게 된다. 한은이 추정한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2.0%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다. 2021~2022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더 높다는 것은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 동력을 유지한 가운데 더 성장할 수 있는 힘까지 축적한다는 신호이다.
2025년 1인당 GDP 4만 달러 진입 예상
2022년 이후 경제성장 전망도 비교적 밝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8%다. 2021~2022년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빠른 회복기’, 2023~2025년은 ‘코로나19 이전 성장 경로로 접근기’라고 정리했다.
예산정책처는 2021년 1인당 GDP는 3만 5000달러로 2020년 3만 1637달러보다 1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는 2021년보다 4.6% 증가한 3만 6600달러로 예상했다. 예산정책처는 성장률 유지와 물가 및 환율 안정을 전제로 2025년에는 우리나라 1인당 실질 GDP 4만 달러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1인당 GDP 4만 달러대 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전망하는 것은 예산정책처가 처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4만 118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같은 시기 IMF가 전망한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의 1인당 GDP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 3만 1734달러를 기록해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연 이후 8년 만에 4만 달러대에 진입한다. 사람 몸이 커지면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국가 GDP는 규모가 커질수록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기간이 길어진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2004년 1인당 GDP 3만 1260달러를 달성한 뒤 2020년 3만 1676달러로 16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1992년 3만 1415달러를 기록하며 3만 달러대에 첫 진입한 뒤 30년 동안 4만 달러대 안착에 실패했다.
반대로 우리 경제의 성장 속도는 사뭇 다르다. 1인당 GDP 1만 달러대(1994년 1만 383달러)에서 2만 달러대(2006년 2만 1727달러)까지 12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대까지는 11년이 걸렸다. 여기서 또 8년 만에 4만 달러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어 ‘성장세 둔화’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시기에 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