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비 트렌드는 ‘나노사회’ X세대 주목하라”

2021.12.13 최신호 보기


10개 열쇳말로 읽는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2022년은 어떻게 펼쳐질까? 해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온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근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변화의 열쇳말로 ‘나노사회’를 제시했다. 2022년을 이끌 10개의 키워드를 지금 만나보자.



‘TIGER OR CAT’으로 정리된 2022년 10대 소비 트렌드의 뼈대가 되는 열쇳말은 ‘나노사회(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다. 지속적으로 개인화되는 시대적 흐름(메가트렌드)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결정타를 날렸다. 직장도, 모임도, 심지어 가족도 결속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개인은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를 혼자 짊어지게 됐다.
나노사회는 이제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는 한 개인으로 흩어져서 사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재결합하고 그 재결합한 내 편들끼리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트렌드를 더욱 미세화시킬 수 있다. 예전에는 대중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소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개인의 특성이 강해져 소비 형태도 미세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노사회로 인해 필연적으로 귀결하는 결론이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사람들이 금광을 향해 서부로 달려가던 골드러시 시대처럼 좀 더 다양하고 커다란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좇는 ‘머니러시(Incoming! Money Rush)’의 연대기를 쓰게 됐다.
나노사회에서 개인의 생존 문제가 돼버린 코로나19 대유행의 경험으로 많은 사람이 N잡(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의 의미인 ‘잡(job)’을 합친 단어로 본업 이외에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N잡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다)과 투자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2021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키워드가 ‘겸직허가’, ‘먹방’, ‘창업’, ‘비트코인’, ‘조기은퇴’ 순이라고 하니 사람들의 경제적 부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값비싼 브랜드의 구매로 자기 지위를 드러내고자 했다면 이제는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득템력(Gotcha Power)’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 돈은 기본이고 시간, 정성, 인맥, 때로는 운까지 필요하다.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 이라고 부른다.
차츰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꼭 비싸고 복잡한 도시에 살아야 하는가 하는 당위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완전히 떠날 수 없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라도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러스틱 라이프(Escaping the Concrete Jungle-Rustic Life)’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러스틱 라이프는 도시와 단절되는 삶이 아니라 도시에 살면서도 소박한 ‘촌’스러움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지향을 의미한다. 논밭뷰, 불멍, 풀멍.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젊은 세대가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왕 할 거라면 즐겁게 ‘헬시플레저(Revelers in Health-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뜬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젊은 소비자가 화두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과 양적·질적 변화를 보이는 세대는 바로 40대, X세대다. 기성세대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이 새로운 4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엑스틴 이즈 백(Opening the X-Files on the X-teen Gener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노동시간 축소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생활과 업무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자기 관리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스스로를 통제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인은 일과표를 만들어 스스로 준수하고 학생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스터디 카톡방을 만들어 실천을 인증한다. 일상에서도 ‘3분간 양치하기’ 같은 소소한 습관을 지키며 나만의 성공 스토리를 모아간다.
이렇게 스스로 습관을 만들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바른생활 루틴이(Routinize Yourself)’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바른생활 루틴이의 자기통제 노력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치유를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미세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의 일반화는 원격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대유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실재감테크(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다.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공간. 실재감테크는 이렇듯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며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술을 말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지향적인 소통 기술이 진화하면서 산업에서 차지하는 소비자의 역할과 위상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상품의 기획·제작·판매를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의 가치사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쇼핑몰로 들어가지 않는다. 단지 누리소통망(SNS)을 배회하다 태그를 따라 들어가서 구매하는 ‘상시’ 쇼핑 시대가 열렸다. ‘좋아요’에서 시작하는 쇼핑의 시대. 이를 ‘라이크 커머스(Actualizing Consumer Power-Like Commerce)’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 속에서 반전의 시작이 될 2022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자신만의 서사, 즉 내러티브를 들려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한 자본력이 될 것이다. 변혁의 시대에 꿈이 경제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 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내러티브 자본(Tell Me Your Narrative)’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것이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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