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한겨레
2022년 예산에 거는 기대와 의미
12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2년 예산 규모는 총 607조 6633억 원이다. 2021년보다 8.9% 늘어나 2년 연속으로 국회 수정 예산안이 정부안보다 늘었다. 애초 정부안은 604조 4365억 원(총지출 기준)이었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 예산을 68조 원 규모로 늘리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도 정부안 6조 원보다 24조 원이나 많은 30조 원으로 늘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더욱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측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 극복과 미래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회복·상생·도약’ 예산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은 하한액을 분기당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렸다.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을 포함한 소상공인 213만 명에 대해 35조 8000억 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을 융자해준다. 또 영업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대 초저금리 자금 10조 원을 공급한다. 택시·버스기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를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1.5%대 생활안전자금도 마련됐다.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도 500억 원 규모로 1.6%대 저리 융자를 지원한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30조 원으로 중앙정부가 15조 원 발행 분에, 지방정부가 15조 원 발행 분에 지원한다. 방역·의료지원 예산은 코로나19 치료제 40만 명분 구매 예산 3516억 원, 중증 환자 치료 병상 1만 4000개 확보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에 3900억 원이 배정됐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육아휴직 지원 예산 1121억 원도 마련됐다.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주는 중소기업에 휴직 첫 3개월간 육아휴직자 1인당 월 200만 원을 지원한다. 육아휴직 사용 노동자에게 주는 급여 예산은 1조 5807억 원으로 2021년 1조 2486억 원보다 26.5% 늘었다. 이 지원 사업에 해당하는 육아휴직 노동자는 1만 8823명으로 추산된다.
다시 먹구름 드리우는 세계경제
세계경제가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은 세계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들이 다시 국경을 닫고 있다. 서서히 완화되던 여행 제한은 최근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다시 대유행이 한창이던 때로 되돌아갔다. 이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경기회복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의 전파는 한 나라 안에서 자유로운 이동도 막고 있다. 유럽은 델타 변이와 싸우기 위해 오미크론 이전부터 많은 활동을 제약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회복을 고대하던 서비스업과 여행업 등은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이른바 ‘보복 소비’와 공급망 불안은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10월 소비자물가가 2020년에 견줘 6.2%나 올랐다. 이는 30년 만에 최대 증가다. 미국뿐만 아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물가는 전년에 비해 5.3% 올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돈줄 죄기’에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긴축은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에 치명적이다. 달러와 미 재무부 국채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인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유입되는 달러는 줄어든다. 달러가 수출 결제 용도로 사용되는 무역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내수 정상화까지 확대 기조 유지해야
중국의 경기둔화도 우려된다. 중국 시장이 휘청거리면 전 세계 거의 모든 수출국이 고통을 받는다. 중국은 기계 등 자본설비에서부터 알루미늄과 석탄, 면화. 옥수수, 와인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수입국이다. 세계경제는 지금 미국의 매파적 통화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2010년대 중반에도 미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고통을 겪었다. 미국의 달러 회수로 이머징마켓의 성장률(중국 제외)은 2011년 5.3%에서 2015년 3.2%로 줄었다. 지금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미 연준이 2010년대 중반 때보다 더 빨리 돈줄을 죌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내수는 여전히 부진해 불균등한 회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확장적 재정 등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다면 불평등 완화는 쉽지 않다.
이 같은 대내외 엄중한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내수 부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607조 원을 훌쩍 넘는 2022년 예산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